서바이벌 명가, 엠넷의 부진을 구원한 여성 댄서들 :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엠넷(Mnet)의 여성 댄스크루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매회 화제를 이끌고 있다.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스우파 관련 영상들은 백만 단위 조회수를 갱신하고 있으며 3회 시청률은 첫 방송 시청률이었던 0.8%에서 두 배 이상 상승한 1.9%(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최근 엠넷에서 방영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기록이다. 또한 엠넷의 효자 종목이었던 힙합 서바이벌 최신 시리즈 ‘쇼미더머니 9’의 최고 시청률이 2.1%에 그쳤다는 것을 고려하면 크게 여성 댄서 서바이벌이 어떤 매력으로 단기간에 화제를 이끌어냈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회를 거듭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첫 방송 전까지 ‘스우파’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경쟁을 더욱 자극적으로 편집하는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 ‘악마의 편집’은 출연자 몇몇을 희생양으로 삼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스우파’의 출연자들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했다. 또한 ‘악마의 편집’은 엠넷 서바이벌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뻔하고 진부한 전개로 느껴지며 이번 ‘스우파’ 역시 기존 엠넷 서바이벌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의견 역시 존재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스우파’의 첫 방송에서도 역시 엠넷 특유의 악마의 편집이 존재했다. ‘스우파’에 출연하기 전부터 서로 친한 사이인 댄서 ‘노제’와 ‘여진’ 사이의 장난을 기 싸움을 하는 것처럼 연출하고 ‘모니카’가 ‘제트썬’에게 RESPECT(존중) 하는 제스처를 도발하는 것처럼 편집하는 등 여전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상대에게 NO RESPECT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댄스 배틀 방식은 시청자에게 댄서 간 갈등 상황을 작위적으로 느끼게 할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나 갈등과 대립, 즉 NO RESPECT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연출하는 진부한 엠넷 서바이벌 방식 속에서도 여성 댄서들은 경연에 진심으로 임했고 함께 배틀에 나오는 상대를 RESPECT 했다. 바로 이 점이 시청자들을 홀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코카앤 버터 크루 리더 ‘리헤이’와 홀리뱅 크루 리더 ‘허니제이’의 댄스 배틀은 악마의 편집을 뛰어넘는 여성들의 눈물겨운 화해를 보여줬다. 둘의 댄스 배틀은 예고편부터 자극적으로 다뤄졌는데, 7년 동안 같은 팀에 속해 있다가 사이가 좋지 않은 채 결별한 두 댄서는 ‘스우파’에서 다시 만나 온 힘을 다해 배틀을 벌였다. 재배틀 상황에서 서로를 마주한 채 우연히 같은 춤을 추게 된 둘은 모두를 놀라게 했고, 배틀이 끝난 뒤 서로를 부둥켜안고 안부를 묻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감동을 주며 그녀들이 함께했던 7년의 세월을 짐작하게 했다. ‘스우파’ 여성 댄서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설정 아래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댄스 배틀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동시에 그들은 결과에 승복하며 상대 댄서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다. 

또한 ‘스우파’ 여덟 크루의 댄서들은 각자의 개성이 무척 뚜렷한데 그 사이에서도 훅 크루의 리더 ‘아이키’는 단연 시청자들의 눈에 띄었다.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의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의 안무를 맡았던 그녀는 파워풀한 댄스 실력과 센스있는 안무 창작 능력까지 겸비했다. 이와는 반전으로 그녀는 9살 초등학생 딸을 둔 젊은 엄마다. 하지만 마냥 멋져 보이던 아이키가 리더 계급 배틀에서 실수를 한 뒤 눈물을 흘리며 부담감이 상당했음을 팀원들에게 털어놓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멋지고 능력 있는 여성 캐릭터로 보았던 인물에게도 고충이 있다는 것을 통해 해당 인물을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열린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외모가 아름다운 것으로 화제를 끌었던 ‘노제’가 계급 미션 선발전에서 메인 댄서로 확정되며 외모에 가려진 춤 실력이 돋보이고, 마냥 센 언니로 보였던 ‘가비’가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온 것도 마찬가지다. 예상했던 이미지가 엎어지고 해당 인물의 새로운 면모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댄서의 다음 모습, 다음 무대를 더 기대하게 된다. 

<슈퍼스타K>, <프로듀스 101> 시리즈 등 과거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흥행을 보증하는 방송 포맷이었다. 하지만 기존 프로그램과 큰 차이 없이 우후죽순 등장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주었고 이것이 엠넷 표 서바이벌 프로그램 부진의 원인이었다. 더 다양한 형태의 방송 플랫폼과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신선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방송국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연이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부진으로 골치를 앓던 엠넷이 가수 ‘뒤에’ 서 있던 여성 댄서들을 배틀로 이끈 것은 신선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이번 ‘스우파’ 흥행의 핵심엔 프로 정신과 실력, 매력까지 겸비한 ‘능력 있는’ 여성 댄서들의 공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박지우 기자
jwwoopp@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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