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9대 총장 김대진 인터뷰

  1. 가장 먼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9대 총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처음으로 모든 학생이 선거에 참여한 총장 직선제에서 당선되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처음 시행된 총장 직선제에서 당선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영광스러운 것과 더불어, 학생들이 직접 선거권을 행사하여 당선되었다는 점에 있어서 더 큰 책임감과 무게를 느끼고 있습니다. 

  1. 취임사에서 언급하신 “제대로 예술하는 예술학교”라는 문구가 인상 깊습니다. 예술학교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특성상,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선거 공약뿐만 아니라 한 명의 예술가로서, 그리고 선생으로서 오랫동안 고민해온 것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예술의 본질은 자기표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과정에는 학생 개인의 경험과 체험이 동반됩니다. 그런 면에서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또한 학생이 접할 수 있는 체험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예술학교의 목표는 학생들이 예술적인 체험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한다”라는 것은 큰 내용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가장 가까운 것에서부터 예술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예술을 발견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하는 학교는 학생들의 감정 은행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불어, 학생이 체험한 예술의 순간들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새로운 창작물로 분출되는 공간의 역할도 해야겠죠. 

한국예술종합학교는 6개원이 다채롭게 모여 하나의 예술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특별한 학교입니다. 여러 시행착오와 경험을 거쳐 각 원들이 긴밀하게 연합하고 함께 예술하는 예술융합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미 많이 있죠. 저는 학생들이 예술적인 경험을 통해 자기발견을 하고, 제대로 예술하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놀이터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1. 이미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악원장으로 애써주셨습니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전과 달리 총장의 업무와 생활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업무와 생활의 측면도 많이 변화했지만, 제 마음가짐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전에는 책임의 범위가 하나의 원이었다면, 이제는 학교 전체가 되었다는 점에서 무게가 훨씬 더해졌습니다. 6형제 중에서 맏이였다가 갑자기 부모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요?(웃음)

  1.  현재까지 혹은 지금 기준으로, 학교 차원에서 시행되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지, 혹은 개선하고 싶은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팬데믹 상황이 우리 학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죠. 다른 학교와 비교해봤을 때, 대면 수업 비율이 높다는 점은 우리 학교가 예술학교라는 특성을 고려하며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상황을 경험하면서 우리 학교 구성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의견충돌과 어려움의 과정이 모두 학습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에서 왔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습니다. 

당연히 개선해야 할 지점은 계속해서 생기겠지만, 그 과정에서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가능성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대면 수업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현재까지 이론상으로만 존재해왔던 온라인 공연이나 온라인 전시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자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찍어서 본다던가, 남이 보는 시선으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창작물을 보는 과정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었고요. 

코로나가 제시해준 여러 가능성은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예술을 하고 있다는 점과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도 학생과 교수, 학교가 한 가지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1. 선거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소통의 구심점”에 대해 인상적인 말씀을 해주셨는데, 다시 한번 이 지면을 통해 구성원들과 어떻게 소통할 계획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자주 만나서 자주 말한다’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계획이 있습니다. 우리의 시대가 어느 모습으로 변화하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소통의 방식은 늘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접근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개교 30주년을 맞이한 만큼이나 시대도 그 모습을 계속해서 바꿔왔고, 시대의 흐름은 경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의 방식은 시대에 맞춰 함께 진화하기 때문이죠.

제가 겪었던 어떤 시대의 통신 형태는 전화국 교환 시스템이 대표적일 수 있겠습니다. 당시엔 교환국을 거쳐야만 전화할 수 있었고 그것이 당연한 소통의 모습 중 하나였어요. 기술은 여러 차례의 혁신을 거쳤고 지금 우리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가상 공간에서 소통의 장을 구현할 수도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소통 역시 사뭇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카라얀이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그 시대 지휘자에게는 연주자들 위에 ‘군림’하는 카리스마가 요구되었고, 효과적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대의 사이먼 래틀은 연주자와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휴식 시간에 커피 한잔하는 방식의 소통을 취하고 있습니다. 언급한 이들 모두 뛰어난 지휘자입니다. 예술의 본질이나 지휘자로서의 책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가치관과 목소리의 형태일 겁니다.

어느 관점에서 고압적이기까지 한 태도가 당연시되는 시대도 있었습니다. 교육자로서 저의 방식도 여러 세대에 걸쳐 변화했을 겁니다. 제 별명이 전에는 악마 선생일 때도 있었거든요.(웃음) 당연하지만, 가치관과 사회와 문명의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소통을 위해서는 과거 시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시대는 우리의 문명과 이지와 예술을 늘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흐릅니다. 저는 총장으로 당선되면서, 학내의 모든 구성원들을 잇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만나서, 깊게 이해하는 소통을 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진화만큼이나 놀라운 어떤 변화가, 다시 말해 융합이 기다리고 있음을 기대합니다. 

  1.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학생과 총장의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서로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직전 문답에서 연장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스스럼이 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각의 모델에 다양한 가상의 모습을 지정합니다. 가령 총장과 학생들에 대한 이미지나 고정관념도 그중 하나겠죠. 그러나 우리 세계는 점점 더 고정적인 관념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관념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부여하고 생산하는 것이기도 하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 감독의 유명한 수상소감에서 마음에 다가왔던 구절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것은 다시, 세계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모델은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지, 어떤 허구의 관념이나 이미지가 먼저 있고 그것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는 것이 아니죠. 서로를 향한 고정관념을 지우고,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늘 중요하게 여기는 초심은 학생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이고, 그것을 30년 가까이 유지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 잘 이야기하고 잘 듣는, 그런 역할을 하는 총장이 되고 싶습니다. 모든 구성원들과 ‘같이 소통하고 밥 먹고 대화하는’ 총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총장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1. 마지막으로,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이러한 역할을 해줬으면”하는 바람이 있다면 어떤 역할인가요?

우리 모두는 개별적인 인격체로서 자신만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지닙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예술가로서, 언급한 자기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속성을 찾아야 하죠. 그런데 학내 구성원은 서로에게 길에서 마주친 불특정 다수가 아닙니다. 우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난 사람이다. 주장을 펼치고, 스스로를 찾고, 표출하는 과정에서도, 늘 동시에 같은 울타리의 구성원이라는 공적인 의식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사람이 영원히 같은 방향만을 바라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죠. 그러나 소통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일종의 공동체 의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시 말해 구성원 개인의 위치에서, 학생과 교수자와 직원의 위치에서, 우리는 하나의 가족과도 같은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인식이 더 나은 학교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예술에 대한 추구를 공유한다는 의식은 많은 집중을 요구하는 것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제나 구성원으로서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얕게나마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홍유니스 · 유승연 기자
eunicehong95@karts.ac.kr
baldurs@karts.ac.kr
사진 최시원 기자
seanybear@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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