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s of K’arts – 한예종의 동네

돌곶이 시장

몇 해 전 돌곶이에 처음 와서, 낯선 동네에 익숙해지기 위해 무작정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 돌곶이역 옆 골목으로 들어가 낡은 건물과 색바랜 간판으로 둘러싸인 길을 따라갔다. 켜켜이 늘어선 길에서 다가오는 익숙한 느낌에 홀린 듯 따라갔고, 그 길에서 시장을 마주쳤다. 분주한 시장 사람들끼리 나누는 시선, 점포 사이사이에서 오가는 상인과 주민의 대화에서 그 익숙한 느낌을 다시금 느꼈다. 

나중에서야 그 길을 몇 번 다녀보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그 느낌이 애틋함에서 비롯하였음을 알았다. 다닥다닥 붙은 상가를 따라 하듯 시장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일을 도와주고, 손님 하나하나와 담소를 나눈다. 시장 안은 아니더라도, 시장 주변 골목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도 종종 있다. 그렇게 시장의 분주함에서 피어난 애틋함은 마을 곳곳에 퍼져,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온 거였다.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소들이 있는가 하면, 주변의 변화 속에서도 제 모습을 지키는 장소들 또한 있다. 어느 장소가 더 가치 있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돌곶이 시장은 그 합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상품이 모두 팔리면 내일은 새로운 상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시간이 지나면 점포도 바뀐다. 하지만 길을 덮는 지붕이 낡고 벽돌에 금이 갈지언정 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 점포 사이사이에 의자를 두고 앉는 사람들, 그리고 상인들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킨다.

최시원 기자
seanybear@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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