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알면 좋습니다 7편

미술시장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고고미술사학과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 미술사 전공생들의 미래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미술사 과외를 하는 강사부터, 아트 파이낸스 스타트업, 미술사학계 진출, 경매 시장과 화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미술사를 어떻게 이용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죠. 저도 제 친구도 돈을 벌고 싶은 생각에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돈과 관련된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기에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끼리 대화를 나누면서 미술사의 미래를 꽤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미술이나 미술사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한 희망찬 기대이기도 합니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일개 대학생일 뿐이지만요. 

  생각해보면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로 역사를 읽고 싶은 사람과 미술의 역사를 살펴보고 싶은 사람이죠. 그러나 이 두 부류는 결국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술사에서 미술과 역사를 떼어놓고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연령대를 생각해봅니다. 이 역시 두 부류인 것 같습니다. 중장년층과 청년층이죠. 중장년층은 주로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기의 미술, 인상주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분들은 주로 미술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 하고, 미술의 황금기가 모더니즘 이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사실 저희 부모님께서 여기에 속하십니다. 하지만 청년층은 주로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의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주제를 다루고, 개념적인 미술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어서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이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술을 전공으로 하지 않은 제 주변인들이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여러 세미나에 참석하고, 인스타 스토리에 사진을 올리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도 미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미술사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미술사 공부는 미술에 대한 관심만으로 쉽게 진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미술사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개인적으로 중장년층이라고 하면,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회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안정된 분들 말이죠. 이분들은 미술사를 미술품 투자의 수단으로 또는 지적 대화를 수단으로 혹은 친목의 수단으로 여기시고 갈망하시지 않나 싶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아무래도 MZ세대라고 일컬어지는, 보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수십 년 전 청년들과 달리, 소비가 관대하고 여가를 다양하고 알차게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말이죠. 그러나 이들도 중장년층과 마찬가지로, 미술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면서, 투자의 대상이고, 지적 대화의 수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적 대화라는 거창한 단어를 썼지만,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이라는 맥락에서 지적 대화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한편 저는 지적 대화와 사교 혹은 친목은 사실 모든 인문학이 빛을 발하는 곳이면서 모든 인문학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철학과 예술에 대해 논하는 것이 꽤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질문이나 새롭게 감각했던 것들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그것을 다른 것/곳에 대입하여 더 넓게 살펴보며, 자신의 문제의식과 사상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 그 자체가 인문학적인 태도이기 때문이죠. 저도 늦은 오후에 퇴근해서, 친구들과 카페에 둘러앉아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예술과 철학에 대해 논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예술과 철학에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삶을 살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이나 감각적으로 즐거웠던 것들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유희 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석철학이니 구조주의니 하는 것보다, 고전적 의미의 진리를 탐구하는 고대 철학과 교부 철학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현대 철학 이야기가 나오면 다툼이 일어나더군요) 제게는 미술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미술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미술의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은 별로였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저보고 고상한 한량이 되고 싶은 것이냐고 물으시지만요.

  첫 단락에서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미술을 생산하는 자도, 미술을 공부하는 자도 직업이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돈벌이가 있어야 합니다. 미술을 생산하는 자와 공부하는 자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곳은 미술 시장뿐입니다. 이번 학기에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에서 기고했던 일련의 글들에서는 미술품 시장에 대해서만 다루었지만, 넓은 의미에서 미술 시장은 전시 시장까지 포괄합니다. 그래서 미술 생산자와 공부자(?)에게는 미술품과 전시를 소비하시는 미술 소비자분들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미술 시장에 관한 몇 개의 글을 쓰면서 품었던 생각 또는 고민은 ‘어떻게 해야 미술 시장이 커질까?’였습니다. 이 고민을 다른 말로 한다면 ‘미술 소비자를 어떻게 늘려야 하는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술 시장에서 공급은 이미 과잉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 미술시장에 대한 글을 쓴 때는 2020년  한해동안 종합증권지수가 엄청난 기세로 상승하였고, 주식이 돈이 되어 사람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것을 지켜본 뒤였습니다. 그리고 미술품이 돈이 될 수 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결국 단순한 관심을 넘어 미술품 소비 증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죠. 이러한 생각에 따라 미술품 시장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보았습니다. 국내 미술 시장의 문제점들을 다수 발견하기도 하였지만, 국내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수백 퍼센트 상승한 ‘서울옥션’의 주가와 최근 이루어진 정기 경매의 높은 낙찰률은 이미 국내 미술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들, 신뢰도 높은 감정 기관과 인력의 부재, 소수 화랑의 경매 시장 독점, 국내 미술 시장의 낮은 금융 분석 및 이해력은 미술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어렵지 않은 예측을 남겨둡니다. 미술 시장 내에서의 자정과 정부 차원에서의 법률적 한계 개선 등이 이루어져야 우리나라 미술 시장이 더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 친구가 제 글을 읽고 판화 두 점을 구매했다는 소식을 제게 전해주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글을 쓰면서 가장 뿌듯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미술시장, 알면 좋습니다 1편’에서 이야기했듯, 미술 구매는 많은 미술가에게 영향을 줍니다. 미술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창작 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거시적으로 미술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프랑드르 파와 팝아트가 떠오르네요. 한편, 미술시장을 주제로 하면서도 미술품 시장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넓은 의미의 미술시장에는 전시 시장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보니, 미술품 시장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이유가 창작자에 대한 관심이 관람자 혹은 향유자에 대한 관심보다 더욱 컸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시 시장의 경우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고 있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세금이 쓰이고 있으니,  창작자보다는 관람자 혹은 향유자에 초점이 맞추어진 시장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시 시장은 일반적인 시장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박물관학, 교육공학, 미술사학, 행정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계하여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는 미술사 등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없어도 설명 가능한 미술품 시장과 대조적이죠.

  최근에는 박물관학과 교육공학에도 관심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미술의 의미에 대해 계속 고민하다 보면, 결국 미술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으로 고민이 귀결되고는 합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전시 시장에 대해서 다루어보고 싶네요. 

한 학기 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만날 수 있기를…!

오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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