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에서 시작된 국내 페미니즘의 현 상황

<미투의 정치학> 리뷰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

– Hooks, Bell (각주1)

 여러분은 남성과 여성, 서로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현재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우리나라는 201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에서 나아간 페미니즘 운동을 넘어서 성 평등의 추구가 아닌 ‘남혐’, ‘여혐’만이 가득하다. SNS와 유튜브는 물론 웹툰 댓글창에서도 ‘꼴페미’, ‘한남충’ 등 무논리로 서로를 욕하는 글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즘의 정확한 의미와 지향점은 왜곡된 지 오래이며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진 두 성별 간 갈등의 골을 너무나도 깊어졌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한 편에 휩쓸려 무작정 상대편을 공격하기보다는 정말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관습적 또는 문화적으로 어떤 문제가 이어져 왔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또한, 과연 다양한 사람들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 옳은 관념일까에 대해서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투의 정치학」에서는 미투 운동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미투 그 이후를 모색한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성적 자기 결정권’,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한국 사회의 남성 연대’, ‘언론매체의 윤리, ’사법부의 젠더 감수성‘, ‘젠더 폭력과 젠더 개념’ 등을 살펴봄으로써 성차별과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우리 사회의 부정의를 파헤친다. 지난 2018년 발생한 전 충청남도 도지사 안희정의 성폭력 사건을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아 여러 관점에서 미투의 본질, 여성에 대한 폭력 등을 살펴보며, 총 4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글인 권김현영의 “그 남자들의 ‘여자 문제’”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재판 방청기이다. 권김현영은 1심과 2심을 모두 방청한 후, 언론의 태도, 피해자를 둘러싼 음모론의 확산과 프레임 형성, 여론 변화에 대한 분석을 글에 담았다. 피해자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이 글에서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추궁하는 재판부와, 범죄가 아닌 이슈 사건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재판부가 이 사건을 성폭력 범죄로 접근하지 않고 안희정 측과 공조해 안희정의 부인의 증언을 내세우며 이 사건을 폭력이 아닌 불륜 사건, 즉 ‘여자 문제’로 몰아갔다는 점을 꼽았다.

 “여자 문제라는 프레임은 세 가지 차원으로 작동했다. 하나는 진보 남성 엘리트들이 공유하고 있는 남성 문화를 드러냈고, 또 하나는 여성을 분열시켰고, 마지막으로 이성애 남성 권력이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재생산했다.” (각주2)

 ‘진보 남성 엘리트들이 공유하고 있는 남성 문화’란 진보 진영 남자들이 남성 연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타자화하는 일로 해석된다. 이 사건으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며 남성들 간의 유대감이 깊어지는 일은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몸매 좋은 여성의 사진과 함께 남기는 ‘ㅗㅜㅑ, 이건 못 참지’와 같은 한 마디의 글, 남성들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여성의 외모와 심지어 성기 모양까지 재현해 낸 ‘리얼돌’과 그로 인해 성폭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남성들의 주장까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남성들은 그들끼리 더욱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성들 사이의 분열도 달라진 것이 없다. 안희정 사건 당시 재판부와 언론의 불륜 사건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여성은 불륜녀라며 욕하는 사람들과 사건을 성폭력 범죄로 접근하는 사람들로 분열하여 다툼이 일어났다. 이 다툼은 현재까지 이어져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과 ‘나도 페미들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 나도 페미 싫어’라고 주장하는 여성들로 분열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 글은 안희정 사건을 둘러싼 권력의 작용을 자세히 서술하는 것을 통해 독자들에게 현재 우리 사회가 초기 미투 운동시기 보다 발전한 것이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어지는 두 번째 글인 정희진의 ‘여성에 대한 폭력과 미투 운동’에서는 ‘미투 운동’을 매개로 사회에서 만연하게 이루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젠더 개념을 소개한다. 그는 가정 폭력이나 성매매와 같은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폭력 사건으로 떠오르지 않는 사회 현상을 제시한다. 조직에서 가해자의 지위가 지닌 영향력, 폭력 사건이 남성 이미지에 주는 타격의 정도에 따라 해당 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지에 대한 여부가 좌우된다고 이야기한다. 세 번째 글 한채윤의 ‘춘향에겐 성적 자기결정권이 필요했다’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 법한 소설 <춘향전>을 매개로 ‘정조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여성에게만 요구되었고, 목숨과 맞바꿀 만큼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던 ‘정조’와 현대 사회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무슨 차이가 있으며 발전한 점이 있는가에 대해 다룬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세 번째 글까지 읽었다면, ‘앞의 글들은 모두 ‘남성’, ‘여성’의 이분법적 관점에서만 사회의 문제에 접근했고 이로 인해 양극화가 매우 심화된 현재, 두 성별 사이의 골이 더 깊어지진 않을까?‘ 또는 ’사회를 구성하는 젠더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만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이젠더’, ‘젠더리스’, ‘에이젠더’ 등 다양한 젠더퀴어가 존재하는데 왜 이들을 배제하는 시각에서만 문제를 다루었을까?‘, ’트랜스젠더나 젠더퀴어와 같은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사이에서 어떻게 정의해야 하며, ‘남성’, ‘여성’은 어떠한 이유에서 구별하는 것일까?‘에 대한 우려와 비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은 네 번째 글, 루인의 ‘젠더 폭력과 젠더 개념’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미투 운동이 대중화되고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페미니즘과 다양한 젠더를 나누어 진영화하려는 흐름을 비판한다. 왜 어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 폭력이 되고 어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렇지 않은지를 질문한다. 즉, 진정한 ‘여성’은 누구이며, 어떠한 기준에서 특정 젠더로 여겨지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주장했던 ‘여성 인권’에서 ‘여성’이라는 젠더를 정의하는 기준과 그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다양한 젠더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태도는 어땠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트랜스젠더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한 군인의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부사관에게 심신장애 3급을 판정한 뒤 강제 전역시킨 사례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젠더에 맞게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이 왜 심신장애로 분류되며 당사자의 의견이 묵살당하는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결국 이 사건의 피해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우리 사회에 큰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트랜스젠더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성애자만을 인정하고 양성애, 동성애 등은 사랑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에도 문제가 존재한다. 사람들을 성별로 분류하지 않고 각각의 사람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할 문제를 그렇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점점 커지는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를 다룬  루인의 글은 비트랜스가 주류를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정보로,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바로 페미니즘과 연관 지어 적용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배척당하던 트랜스젠더 퀴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젠더 의식이 얼마나 고정적이고 협소한 틀에 박혀있는지 일깨워 주는 것에 이 글의 의미가 있다.

 미투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며 페미니즘의 대중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해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 사회가 성별을 대함에 있어 어떤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미투의 정치학」에 가장 부합하는 내용의 글인 권김현영의 ‘그 남자들의 여자 문제’에서 제시되는 성폭력 범죄 사건을 둘러싼 권력과 여론몰이 속에서 일어나는 조작, 분열은 많은  더욱 날카로운 시각에서 충분히 다루어야 할 쟁점이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여성과 남성을 제외한 다른 젠더에 대한 관심은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한 부분만 읽을 수 있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네 번째 글을 추천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 남성은 무엇인지, 왜 우리는 신체적으로 여성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미투에만 주목했는지, 반대로 왜 남성, 여성이 아닌 다양한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가진 사람들을 차별하고 또 배척하며 성을 이분법적 관점으로만 이끌어갔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이소정 기자
sojeong21@karts.ac.kr

(각주1) 벨 훅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이경아 역, 문학동네, 2017

(각주2) 권김현영 외, <미투의 정치학>, 정희진 역, 교양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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