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쏘아올린 젠더 갈등

최근 수많은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이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그 중심에는 기업 홍보 자료에 공통으로 사용된 손 이미지가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 무언가를 집는 듯한 집게 손 모양은 얼핏 보기에 자연스럽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손 모양이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 성기를 비하할 때 쓰이는 혐오 상징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이 이미지를 사용한 많은 단체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홍보물을 수정해야 했다.

피해는 생각보다 컸다. BBQ, 무신사, 랭킹닭컴, 카카오를 포함한 대기업에서 경찰청과 국방부와 같은 국가 기관까지 홍보물에서 남성 혐오 의혹이 제기되어 입장을 발표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GS25의 경우 일부 남성 소비자의 불매 운동 대상까지 되었다. 수정된 광고물에도 남성 혐오 이미지가 재차 등장했고, 이에 대한 디자이너의 해명이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GS리테일의 주가는 내림세를 탔고, 남성 혐오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GS25 가맹점주들은 매출 하락에 대한 일부 책임이 가맹본부에 있다며 집단소송을 준비했다. 특히 GS25는 이전부터 홍보물에 손 모양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것이 아니냐는 일부 누리꾼의 의혹이 제기되며 타 기업에 비해 많은 반발을 샀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GS25의 군부대 PX 계약을 전면 철회해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오게 되었고, 이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과거 GS25가 남성과 군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배포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번 남성 혐오 사태로 여러 국내 기업은 여태 쌓아온 기업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홍보물을 만든 디자이너들이 정말 악의를 품고 그림에 남성 혐오 상징을 의도했는지는 속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회의 성별 간 양극화가 전례 없이 심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성별을 차별하는 행동은 용납되어서는 안 될 행위다. 하지만 메갈리아 손 모양과 같은 남성 혐오 상징을 사방에서 찾으려는 일부의 집착과 억측도 정도를 지나치는 듯하다. 5월 13일, 제57회 백상예술대상 포토라인에 선 연예인 재재의 행동이 그 예시다. 그는 포토타임에 초콜릿을 꺼내먹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초콜릿을 집는 손가락의 모양이 메갈리아의 손동작과 똑같아 논란이 되었다. 해당 퍼포먼스는 온라인상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었는데, 왜 하필 포토라인에서 그 동작으로 초콜릿을 먹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과, 손가락으로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초콜릿을 집어 먹냐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비칠 수 있는 사소한 행동에서도 혐오 논란이 이슈화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상하지도 드물지도 않은 일이 되었다.

앞으로는 젠더 이슈에 있어 모두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울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기업 마케팅팀은 젠더 갈등을 더 의식하고, 소비자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 홍보물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집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대중 매체에서 보기 힘들 것이다. 젠더 갈등과 혐오는 분명 사회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중요 사안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우리가 각박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단합하고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inwoo@karts.ac.kr
정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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