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디자인 속 일상 여섯번째 이야기

이 단위들은 어디서 온걸까?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어느덧 벌써 5월이 끝나가고 일상속 디자인의 마지막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연재 동안 디자인을 조금 더 친숙하게 소개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잘 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숙한 점이 참 많았던것 같습니다. 자 여하튼 오늘도 다름없이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은 평소에 레포트를 제출하는 흐름을 따라가며 우리 주위의 여러 가지 판형과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자 먼저 과제물을 제출 할 때는 정해진 규격을 따라야 하겠죠 워드 창을 키고 교수님이 정해주신 10pt를 선택하려고 글씨 크기 창을 눌렀더니 글자 크기의 단위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셨을 겁니다.

1, 2, 3, 4, 5, 6, 7…. 이렇게 1포인트 씩 혹은 10, 20, 30,40… 같이 10포인트씩 늘어나는 게 아니라 12, 14, 18, 24, 30, 36 같은 괴상한 단위로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매일 쓰게 되는 말이지만 이번에도 이를 알아보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얘기해야 하는 건 포인트 단위의 유래인데요. 우리가 글씨 크기를 선택할 때 으레 쓰던 포인트(pt)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사실 지금 쓰는 포인트(pt)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던 단위가 아닙니다. 유럽권에서 쓰는 포인트의 단위와 영미에서 쓰는 포인트의 단위가 제각각으로 관습적으로 사용되던 단위였습니다. 그중 제일 유명한 것은 프랑수아 앙브루아즈 디도(François-Ambroise Didot, 1730~1801)가 세바스티앙 트루셰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포인트이지만 이 또한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포인트와는 크기가 다릅니다. 통일은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어도비에서(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어도비가 맞습니다.) 1인치를 72로 나눈 0.3528mm를 표준으로 제시하였고 그게 받아들여져서 지금까지 오고 있죠 우리가 평소에 글자 크기를 선택할 때 나오는 ‘pt’는 이 기준을 따릅니다. 그리고 워드 프로그램에서 72pt가 보통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글씨 크기인 이유는 pt라는 단위 자체가 1inch를 72로 나눈 단위이기 때문입니다. 즉 72pt=1inch인 거죠. 자 그럼 72pt가 제일 큰 글씨인 건 알겠는데 12pt는 또 뭘까요? 이건 과거에 타이포그래피에서 관습적으로 쓰이던 ‘파이카’라는 단위와 연관이 있습니다. ‘파이카’는 1포인트X12로 1파이카는 12포인트입니다. 관습적인 단위였는데요 한국에서 삼일을 사흘로 부르는 것처럼 12포인트라는 단위를 이름으로 부르는 방시여였던 것이죠. 12포인트 외에도 여러 가지 이름들이 있습니다. 6포인트는 논퍼렐, 7포인트는 미니언, 8포인트는 브레비어, 9포인트는 버조이스, 10포인트는 롱프리머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포인트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으로 부르던 관습적인 포인트 크기들이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글자 크기의 숫자들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 여러분들은 우리가 평소 선택하는 글자의 크기 단위가 어디서 왔는지 아시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글도 다 썼겠다 종이 크기를 선택해서 인쇄해야겠죠. 보통은 A4로 출력하시는 게 일반적입니다. 잠깐 그럼 이 A4는 대체 왜 A4일까요 자 먼저 현대의 인쇄물 크기는 대개 독일 표준화 협회에서 1922년 정한 독일공업규격(일명 DIN) 476호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왜 학교에 역사 수업 듣다 보면 왕이나 정책들의 업적 의의에 도량형을 통일했다… 같은 얘기를 가끔 들어 보셨을 텐데요 비슷하게 현대의 인쇄물 기준은 그 합리성과 효율성 때문에 독일공업규격이 통일을 해버렸다는 거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DIN’은 종이 규격뿐 아니라 글씨부터 철도, 단자까지 산업규격을 정하는 아주 큰 단체입니다.

평소에 우리가 쓰던 종이 규격이 독일산이었다니 흥미롭죠? 조금 더 자세히 말해봅시다. A4크기 말고 다른 크기도 써보셨던 분들은 종이 규격이 A1, A2, A3, A4… 이렇게 A 뒤에 있는 숫자가 커진다는 걸 알고 계셨을 텐데요 이 규칙은 간단합니다. A1을 반으로 접으면 A2, A2를 반으로 접으면 A3 이런 식으로 두 배를 기준으로 커지고 작아집니다. A0부터 반으로 접어가며 종이 규격을 정하는 방식이죠.

A시리즈 말고 가끔 사용되는 B 시리즈 종이도 A시리즈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종이 판형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A시리즈의 비율을 살짝 변형한 방식이죠. 다만 한국에서 보통 사용되는 B 시리즈는 독일공업규격을 따르는 것이 아닌 일본 규격인 JIS를 따릅니다.

그림 그릴 때 가끔 보실 일이 있었던 4절지의 경우는 어떨까요? 절지의 경우는 에도시대의 관용지로 사용했던 미농지의 크기에서 유래된다고 합니다. 이를 사 등분 한 것을 4절지라고 부르는 것이지요[1]. 그 외에도 미국에서 사용하는 레터 용지나 북유럽에서 사용되는 독자적인 종이 규격도 있지만 일단 우리가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종이 규격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자 그럼 이제 레포트의 글자 크기부터 종이 크기를 정하는 흐름을 다 따라온 것 같습니다. 익숙하게 접해왔지만, 이유를 몰랐던 판형과 숫자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풀리셨을까요? 그럼 지금까지 일상 속 디자인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기회가 된다면 또 재미있는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김영재
kinter0922@karts.ac.kr

[1]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경균 편 23. 국배판, 46배판> 2016.07.12 http://www.typographyseoul.com/news/detail/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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