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알면 좋습니다 6편

미술품은 담보대출은 왜 필요한가?

대출과 담보대출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여러분은 대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자는 대출을 아주 무서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혹자는 대출이 아름다운 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납부하는 선택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후자는 대출 이자보다 더 큰 이득을 대출금으로부터 창출할 수 있다고 믿을 것입니다. 그러나 금리에 따라 대출에 대한 이자는 변동되기 때문에, 현재의 금리가 어떤가에 따라 생각은 바뀌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의 경우 경제관념에 형성되는 청소년기 때부터 지금까지 쭉 저금리 시대였기 때문에, 대출에 대해서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대출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출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해서 여기에서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크게 신용대출과 담보대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신용대출은 개인의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용 등급이나 직업, 가족관계, 기존 대출 이력 등이 모여 개인의 신용도 형성됩니다. 공무원이 되거나 결혼을 하면 신용대출의 한도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담보대출의 경우 보증할만한 대상을 기반으로 대출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금과 적금, 자동차, 부동산, 증권, 전세금 등이 담보에 해당합니다. 대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정책과 담보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으면서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담보대출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담보가 될 수 있는 것은 정말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부동산이나 증권 등의 물적 담보뿐만 아니라, 어른들께서 늘 조심하라고 하시는 인적 담보(보증)까지 모든 것이 저당 잡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담보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 사용됩니다. LTV(Loan-To-Value)가 50%라고 가정한다면 주택 구매자는 14억 원의 아파트를 7억 원(이상)의 현금과 7억 원(이하)의 대출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때 아파트는 아파트를 구입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담보가 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선박 대여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해운회사의 경우, 담보 물건을 선박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은 선택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선박을 처분하지 않고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담보로 설정된 배를 다른 업체에 대여해주면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담보대출의 경우 개인을 넘어 기업에까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미술품 담보대출이 직면한 어려움

  지금까지 대출, 구체적으로 담보대출에 대해 알아본 이유는 당연하게도 미술품 담보대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술품 담보대출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5년간 전 세계적으로 미술품 담보대출의 규모는 연간 15%~20% 정도 성장하였습니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그 성장이 가팔랐습니다. 미술품 담보대출 규모의 전세계적인 성장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투자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미술품 담보대출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담보로서의 미술품의 가치와 적격성을 분석하기 위한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술품 거래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고, 예술계의 금융 분석 역량이 모자라 금융권이 담보대출 시 이용할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융권에서 미술품에 대한 적절한 가격, 진위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대출금 미상환 시 담보물 매각의 어려움도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미술품 시장에는 분명히 유행이 존재하고,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그 규모가 작아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다른 담보물에 비해 적절한 시기에 원하는 가격으로 미술품을 매각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독소조항이 많은 것도 금융권이 미술품 담보대출을 시행하는 데에 큰 장애물이 됩니다. 2008년에 이루어진 SGI서울보증의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의 면책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천재지변에 의한 작품훼손’, ‘이자 연체 시점으로부터 1개월 초과해 통보, ‘대출 만기 도래 후 1개월 초과해 미상환 사실을 신고’ 등 일반적인 면책기준에서, ‘작품이 조금이라도 훼손된 경우를 포함해 관리에 실패한 모든 경우’, ‘작품의 시장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한 경우’, ‘작품을 경매에서 처분할 수 없는 경우’ 등 무리한 독소조항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1) 이는 미술품 담보대출을 시행하는 금융권에서 미술계의 흐름 파악과 미술품 감정과 평가, 관리 등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수고를 감수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면, 미술품 담보대출이 시행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미술품 담보대출이 불러올 수 있는 효과

  일반적으로 해외의 미술품 담보대출은 미술품을 가진 개인이 상속세나 만기 대출금, 단기 대출금(Bridge loan)을 지불할 유동 자본을 만들 때 주로 활용됩니다. 또한 다른 투자를 위하여 유동 자본을 확보하려는 개인에게도 유용합니다. (2) 유동자본의 확보 등의 일반적인 담보의 대상으로서 미술품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미술품 담보대출은 미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2018-2022)에 포함된 미술품 기반 금융제도 활성화 정책에는 ‘작가 등이 은행에서 미술품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미술은행 등에서 보증’하는 방안이 포함되었습니다. 작가가 미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받게 하여 창작활동 장려하고 미술품을 투자자산화 하여 미술품 소비를 확대하여 지속 가능한 미술시장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비단 미술가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에서도 미술품 담보대출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송 미술관처럼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재단 운영이나 상속세 등으로 재정 압박을 받는 경우에 담보대출을 활용한다면 미술품 소유권 포기를 강요당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술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앞서 언급한 부동산 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담보대출을 활용하여 미술품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3) 이는 미술품 담보대출이 궁극적으로 미술계에 종사하는 개인과 기업을 넘어 소비자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단순히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을 넘어 미술 시장을 활성화하여 자본이 투입될 수 있게 하고, 투입된 자본을 통해 더 나은 미술품이 생산을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술품 거래와 미술품 담보대출, 미술품 생산과 미술품 소비

  미술품 담보대출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담보대출의 효과에 대하여 아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공신력 있는 감정 기관의 부재, 미술품 관리의 어려움,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작은 규모와 낮은 유동성 등을 어려움으로 지적하였고, 담보대출을 통한 창작장려, 미술품 시장의 활성화, 미술 기업의 재정 안정성 제고 등이 효과로 언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움과 효과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고 순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술품 담보대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미술품 담보대출의 효과가 미술 시장의 활성화라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술계와 미술시장 밖에서 새로운 흐름이 유입되어야 합니다. 그 흐름은 아마도 미술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술시장의 활성화가 미술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 때문에 미술시장에 대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는데, 결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미술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턱 막힌 것 같네요. 

(1)   홍기훈, 박지혜, “한국 미술품 담보대출, 왜 성장에 실패했을까?”, IT조선, 2019. 5. 30.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30/2019053001057.html)

(2)   이때 자본 공급의 주체는 은행뿐만 아니라, 경매기관과 화랑, 큰 규모의 부티크도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경매기관인 서울옥션에서 미술품 담보대출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3)   홍기훈, 박지혜, “미술품 담보대출, 시도 거쳐 한국에 자리 잡기를, IT 조선 2021. 5. 5.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5/05/2021050500849.html)

오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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