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원격 교육을 말하다 ①: 예술교양학부 조선우 교수 인터뷰

나쓰메 소세키는 말했다. “사진이란 묘한 것으로, 먼저 사람을 알고 나서 사진에서 그 사람의 모습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지만, 그 반대로 사진으로 본 사람을 직접 알아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것은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죽음에서 삶을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의 순리라는 진리에 귀착하게 된다.”(<그 후>)

소세키가 고찰한 삶과 죽음을 엄밀하게 정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지와 현실의 간격을 지시하는 이 말은 논리 이전에 문학적 수사를 통해 우리의 직관에 호소한다. 이미지는 현실의 외관을 모사하지만, 그것이 끝내 대체할 수 없는 구체적인 현전의 감각이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감각을 “삶”의 감각이라 말해도 좋겠다. 기묘하게도, 1세기 전의 소설가가 남긴 이 말은 인간의 현존이 한 조각의 디지털 이미지로 축소된 비대면 시대의 상실감을 예언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 상실감은 우리의 교육 현장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원격 교육이 진행된 후 세 번째 학기가 끝나가는 시기,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두 번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예술교양학부의 조선우 교수와 진행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부터 다양한 강의를 통해 학생과 만나온 그의 경험담이 궁금하다. 인터뷰는 5월의 늦은 주말,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먼저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8년부터 예술교양학부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조선우라고 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2년 동안 대면 수업을 했고, 이제 비대면 수업을 3학기째 진행하고 있네요.

비대면 수업을 3학기째 진행하시면서 기존의 수업과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학생들과 맺는 관계가 가장 달라진 것 같아요. 단적인 예로, 대면 수업을 한 2018년과 2019년에는 제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웠어요. 학생들의 이름을 파악하면서 보다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거죠. 반면 2020년부터는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외우게 되는 일이 드물어요.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특히 캠에 얼굴을 잘 비추지 않거나, 참여도가 적은 학생들과는 깊은 관계를 맺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관계의 변화가 수업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느끼시나요?

그렇죠. 신뢰와 친밀감이 줄어드니까 제가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말도 많이 제한돼요. 내가 학생을 알고, 학생도 나를 아는 경우에는 그 신뢰를 기반으로 더 많은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업 중에도 소극적으로 변하는 면이 있어요.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학생과 어떤 인격적인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수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서로 간의 관계성이 없으면 학생의 생각이나 수업 분위기를 파악하기가 훨씬 어려운 거죠.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채로 강의를 듣는 줌이 침묵의 벽 같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교수자와 학생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죠. 대면 수업을 할 때는 학기 초에 수업에 관심이 없던 학생이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수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노력을 미리 설정하고 듣는 경우가 많고, 그런 만큼 수업으로부터 뭔가 우연히 얻어갈 가능성이 줄어드는 거죠.

손짓과 몸짓과 같은 반언어적인 표현을 줌을 통해 전달하기 힘들다는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손짓과 몸짓뿐 아니라 표정의 측면에서도 그래요. 화면으로는 표정도 실제보다 좀 더 밋밋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반응을 읽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그런 아쉬운 점이 학기가 지날수록 더 심화된다고 느끼시나요?

그런 측면이 있죠.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점점 원격 강의라는 시스템에 익숙해질수록 그 시스템을 잘 활용하려는 학생들은 그 장점을 극대화하는 한편, 시스템의 구멍을 활용하려는 학생들은 애초에 학기 초부터 그 맹점을 활용하려 한다고 느껴요. 아까 말했듯, 학기 초부터 “나는 이 수업에 이 정도의 노력만 투자할 거다.”고 작심을 하고 수업을 들어오는 학생들의 빈도도 늘어나죠. 아무래도 수업에 참여하는 배려와 책임감이 좀 줄어든다고 느껴요.

원격 수업인 만큼 그런 책임감을 요청하기 더 힘들어지는 요소도 있을 듯합니다.

맞아요. 특별히 기기나 네트워크 사용과 관련된 비용 문제도 있을 수 있는 걸로 알아요. 비용 측면에서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캠이나 채팅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적극적인 참여를 강제하기가 어려워지죠.

지금까지 말한 변화에 대처해서 수업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두 가지 변화가 떠올랐어요. 현재 한예종 외에도 서울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업이 하나 있는데, 제가 느끼는 한예종과 서울대 학생들의 차이가 있어요. 물론 개개인의 특성이 다른 만큼 일반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경향성을 이야기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보는 한예종 학생들은 같이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에게 많은 흥미와 관심을 보이고 토론을 통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반면, 서울대 학생들은 강의내용을 숙지하고 자신이 맡은 과제를 묵묵히 수행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한예종에 비해 서울대 수업에서는 늘 채팅창이 조용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공개 채팅을 통해 토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해봤더니 서로의 말을 더 경청하고 젠틀한 태도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비대면 강의에서 서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소통한다는 행위의 중요성을 알려준 사례라고 생각해요.

한예종의 경우는, 동영상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서 실시간 강의의 비중을 점차 늘렸어요. 이건 제가 생각하는 한예종의 특징 때문이기도 해요. 타학교 학생들은 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녹화된 내용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동영상 강의를 선호하는 반면, 한예종의 경우 절대평가 때문에 학점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학생들의 상호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참여형 수업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교수와 학생의 관계뿐 아니라, 학생과 학생들 사이의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알 수 없죠. 대면 수업을 할 때는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접촉할 여지가 있었어요. 이제는 학생들과의 개인적이고 우연적인 연락을 통해 파악하게 되는 것을 제외하면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워요.

돌이켜보면 대면 수업을 할 때는 수업이 끝나도 곧장 강의실을 나온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듣죠. 수업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학생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예술가 개인을 응원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나 2018년이랑 2019년에는 학생들 공연 되게 많이 보러 다녔어요.(웃음) 최근에는 그런 경우가 굉장히 적어요.

원격 수업의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떤 가치들이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까도 말했지만, 역시 배려와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요소들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수업에서 토론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캠을 끄거나 낮은 참여도를 보이곤 하는데, 그런 경우 다른 학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수업 외적으로 예술교양학부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기존에 예술교양학부에서는 학술적인 성격의 특강을 많이 기획했는데요, 온라인 환경에서는 장시간의 강연이 주는 피로감도 크고 집중도도 떨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좀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특강을 기획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알렉산더 테크닉 특강을 준비했었는데 이것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참여도나 집중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죠.

수업 중 채팅창을 통한 토론을 장려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원격 수업의 장점이 아닐까요?

맞아요. 아까 한예종 학생들은 학생들끼리 서로 관심이 많다고 말했는데, 채팅창이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공간인 것 같아요. 특히 작년에 진행한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기말 과제에서 채팅창의 토론 내용이 언급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학생들이 채팅창을 통해 대화를 하고, 그 자료를 정리하기 쉽다는 점은 원격 수업만의 장점인 것 같아요. 나중에 대면 수업으로 전환된다면 그런 점이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요.

원격 수업의 또 다른 장점은 석관 캠퍼스와 서초 캠퍼스의 학생들이 서로 섞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번 학기에도 다른 캠퍼스의 학생들이 많이 섞여 있어요. 이 과정에서 학생들 간에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오가기도 하고요. 이런 장점은 앞서 말한 부분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원격 수업의 장점을 활용하는 학생은 그 장점을 극대화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맹점을 파고든다는.

김신 기자
sans_soleil@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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