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공개되는 ‘이건희 컬렉션’

이것은 진정한 사회 환원인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타계한 지 반년이 지나가며 유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유족에게 남긴 재산은 주식, 부동산, 미술품과 현금 등을 합해 총액이 약 23조 원에 달한다. 이 막대한 상속재산 중 절반이 넘는 약  12조 원의 천문학적 액수가 상속세로 납부될 예정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수준의 세금 납부이며, 국내 역대 최고액의 상속세를 갱신하는 기록이다.

삼성전자 측 유가족은 상속세를 분납함과 동시에 고 이건희 회장의 개인 소장 미술품 컬렉션을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컬렉션’이라고 불리는 이 미술품 컬렉션에는 이중섭의 ‘흰소’, 이상범의 ‘무릉도원도’, 모네의 ‘수련’ 그리고 피카소, 샤갈, 달리 등 세계적 거장들의 회화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삼성 측은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을 두고 “국가 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라며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 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속세 부담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삼성가의 의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세 납부는 현금, 부동산, 그리고 주식 등의 유가증권으로만 가능하다. 정부는 소중한 문화재가 해외로 매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술품 물납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조세 회피의 가능성과 미술품 가치 평가에 있어 제대로 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비판 때문에 입법이 쉽지만은 않다. 현재로서는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2만3000여 점이 현금으로 교환되지 않는 이상 세금으로 대납 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듯 물납제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삼성가는 약 3조 원의 가치를 지닌 고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을 기부함으로써 상속세를 충분히 삭감할 수 있다. 국가와 지자체에 기증하는 재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미술계는 이건희 컬렉션의 규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컬렉션의 기부가 예정대로 이루어진다면 국내에서도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기증품 내역을 확인하고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이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메시지를 참모들에게 전했다. 동시에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국립 근대미술관 건립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처럼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은 우리나라 문화산업과 관광자원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쯤 우리는 삼성가가 무슨 이유로 수많은 미술품을 소유하고 있었는지 한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불법 비자금이 삼성가의 미술품 구매로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되었다. 같은 해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이 의혹을 파헤친 결과, 고 이건희 회장이 불법 차명재산을 만드는 데 미술품 거래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술품이 불법 비자금 마련과 돈세탁에 사용되었던 것이다. 이후 이건희 회장은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벌금과 세금을 제한 남은 차명 재산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이 13년 뒤, 고 이건희 회장의 사망 이후에야 지켜진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가의 미술품 기부가 썩 달갑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중 언론은 이건희 컬렉션의 기부를 삼성가의 사회 환원으로 긍정적으로만 보도하고 있다. 일부 기사는 고 이건희 회장을 메디치에 비유하기도 하고, 삼성가의 기부를 통해 대한민국에도 오르세 같은 미술관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좋은 결과를 낳는 기부라도 그 배경에는 삼성가의 불법 비자금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인우 기자
inwoo@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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