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디자인 속 일상 4번째 이야기

디지털 세상으로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어느덧 일상 속 디자인 4번째 시간입니다. 저번 호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서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한글 서체에 대한 역사를 쭉 읊어드리는 지루한 과정 중간에 잠깐 디지털 서체에 대해 스쳐 지나가듯 말씀드린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조잡한 글자들이 참 많이 나왔다고 설명해 드렸죠. 오늘은 이런 서체들이 쏟아져 나왔던 초기 디지털 세계에서 디자이너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디지털 세상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비교하여서는 당연히 그 만듦새가 비교되지 않았겠지요. 실제로 사용해보신 분들은 많지 않겠지만,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초기 인터넷 인터페이스를 생각해보시면 연상이 쉬울 것 같습니다. 검정 화면 위에 특별한 디자인 없이 그저 키보드를 이용해서 띄엄띄엄 이용했었죠. 일부 신문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컴퓨터를 사용했을 때에는 이런 방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발전하며 디지털에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디지털에 익숙해져야 하는 일이 생겨버린 거죠. 그래서 이 시기 디지털의 첫 번째 과제는 <많은 사람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긴 분야가 Human and Computer Interaction, 줄여서 HCI라고도 합니다. 디자인도 한 역할을 해야 했겠죠. 디자인계는 인터랙션 디자인, 사용자 경험 디자인 등등의 분야를 만들어 연구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떻게 연구되고 가능했을까요?

디자이너들은 먼저 어포던스라는 개념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어로 행동 유도성이라고 불리는데요. 우리가 컵 손잡이를 봤을 때 무의식적으로 잡게 되는 것처럼 특정한 형태나 상태가 인간의 행동을 유도한다는 개념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사진1: 어포던스 사례)

왼쪽부터 순서대로 당기는 문고리/미는 문고리, 가스버너, 돌리는 문고리입니다. 위쪽은 어포던스가 적용되지 않은 나쁜 예시이고 아래쪽은 어포던스가 적용되어있는 예시입니다. 차이점을 아시겠나요? 당기는 행동에는 문고리를 잡는 행위가 필요하죠, 그래서 아래쪽처럼 당길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미는 행동에는 문고리를 잡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당기는 부분을 만들지 않는 것이 적합합니다. 다른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아래쪽에 가스버너가 어느 쪽에 불이 들어오는지 쉽게 볼 수 있고 오른쪽의 돌리는 문고리도 아래쪽에 더 돌리기 적합한 형태처럼 보입니다. 아래쪽의 사례들이 어포던스를 적절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였을까요? 스큐어모피즘을 그 첫 번째 예시로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큐어모피즘… 어디서 들어보신 단어일 텐데요. 사람들이 초기의 애플 ui를 설명할때 자주 언급했던 단어라 낯설지만은 않으실 거에요. 스큐어모피즘이란 현실세계에 이미 존재하는 사물의 형태를 (=어포던스를 가지고 있는 사물을) 디지털 세상으로 그대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말하는데요. 현실세계에서 지녔던 사용성은 사라지지만 마치 사용성이 있는 것처럼 메타포(비유)하여 사람들이 디지털에 더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한 번에 이해가 되실 거에요

(사진2: 애플 뉴스스탠드)

위 사진은 애플 기기들에 탑재되는 IOS의 초기 모습인데요. 우리가 실제로 보는 책장과 거의 유사하게 디자인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아! 여기는 책을 선택해 읽을 수 있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렇듯 스큐어모피즘이란 IOS에서 일어난 비유적인 디자인 방법론들을 일 컸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어포던스의 하위 분야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물론 IOS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많이 쓰였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데스크탑 메타포인데요.

(사진3: 데스크탑 메타포)

위 사진은 메킨토시 데스크탑 컴퓨터의 초기 인터페이스입니다. 디지털 데이터들의 묶음을 우리가 현실에서 쓰는 파일철로 비유하고 데이터를 삭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은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에 비유해 만들어 놓았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애플 IOS에서 잠깐 사용되었던 스큐어모피즘과 다르게 지금도 컴퓨터에서 이때 만들어졌던 메타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의 스큐어모피즘과 더불어서 이런 사례들은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디지털로 들어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제 어린 세대들은 컴퓨터의 저장버튼이 왜 플로피 디스크로 만들어졌는지 잘 모르겠죠. 비유적으로 이를 느끼는 것보다 그냥 이게 저장버튼이구나… 하고 습득하는 측면이 더 강합니다. 하긴 생각해보면 최근 출생자들은 비교적 디지털을 어릴 때부터 접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비유하는 것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여하튼 오늘은 처음 디지털 세계가 만들었을 때 디자이너들이 어떤 역할로 이바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재미있으셨길 바라며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김영재
kinter0922@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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