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금지된 사탄 운동화

표현의 자유인가 비윤리적 판매 전략인가

지난 3월, 미국의 래퍼 릴 나스 엑스 (Lil Nas X)는 신곡 ‘MONTERO’(몬테로)와 함께 ‘사탄 운동화’ 판매를 예고했다. 사탄 운동화는 릴 나스 엑스와 미국의 아트 의류 컴퍼니 미스치프(MSCHF)가 협업해 공개한 상품으로, 기존 나이키 에어맥스 97 신발을 개조한 제품이다. 에어 미드솔에는 미스치프 직원 한 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 한 방울과 잉크 60cc가 주입됐고, 신발 표면에는 누가복음 10장 18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노라”)이 인쇄돼 있다. 신발의 외관 또한 사탄교를 연상케 하는 펜타그램과 역십자로 장식되어 있다. 이름 그대로 사탄을 모티브로 한 운동화인 셈이다. 사탄 운동화는 전 세계 666켤레만 제작된 한정판으로, 한 켤레에 1,018달러 (약 113만 원)에 판매됐다. 신발은 판매 1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사람의 피를 사용한 도 넘은 마케팅 논란에 휩싸인 사탄 운동화는 순식간에 윤리적, 종교적 논쟁의 대상이 됐다.

3월 29일, 사탄 운동화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나이키는 결국 미스치프를 상표권 침해로 고소했다. 나이키 측이 발표한 바로는 사탄 운동화를 구상한 미스치프와 릴 나스 엑스는 나이키 본사와 무관하며, 사탄 운동화는 나이키의 승인과 허가 없이 개조, 판매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탄 운동화가 정식 발매된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소비자 사이에 혼란이 야기되었고, 그로 인해 잠깐 동안 나이키 주가가 주춤했다. 곧이어 나이키가 사탄교를 옹호한다는 괴소문까지 들려왔다. 결과적으로 나이키 측은 이미 상표 가치가 일부 훼손되었다며 미스치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리고 소송 결과, 사탄 운동화는 판매금지 가처분 명령 및 전량 리콜 조처됐다.

릴 나스 엑스는 무슨 이유로 사람의 혈액을 사용한 악마의 신발을 구상하게 되었을까? 그의 신곡에서 그 의도를 잠시 엿볼 수 있다. 그의 신곡 ‘몬테로’는 노골적으로 악마를 주제 삼아 이미 한차례 논란이 된 적 있다. ‘몬테로’ 뮤직비디오는 속 릴 나스 엑스는 타락한 천사로 분장해 스트리퍼 폴을 타고 에덴동산에서 지옥으로 내려가며 노래 부른다. 그리곤 악마와 사랑을 나누고 함께 랩댄스를 추는 등, 비기독교적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동성간의 사랑을 당당하게 묘사한다. 이 영상에서 릴 나스 엑스는 자신이 만든 사탄 운동화를 착용하고 등장하는데, 2019년 커밍아웃과 함께 공개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독교 성향이 짙은 미국에서 영상의 컨셉과 릴 나스 엑스의 성 정체성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릴 나스 엑스는 뮤비 공개 다음 날 SNS에 비판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자기혐오 가득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기혐오의 원인을 동성애적 성향 때문에 자신에게 나쁜 일이 생길 거라 말하던 종교인들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는 종교인들이 ‘몬테로’를 들으며 그들이 성 소수자에게 전파한 그 분노를  똑같이 느끼기 바란다고 밝혔다.

미스치프 측은 사탄 운동화 사태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굳게 믿는다”고 표명했다. 그리고는 “운동화를 구매한 소비자는 나이키가 관여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이미 다 판매돼 더 생산할 계획도 없기 때문에 판매금지 가처분 명령은 불필요하다”며 나이키가 재판부와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다. 릴 나스 엑스도 나이키는 “스니커 발매를 취소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며 법원 판결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스치프는 “이미 예술적 목적은 달성됐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제는 사라진 릴 나스 엑스의 사탄 운동화는 그간의 논란을 통해 의도를 충분히 드러낸 듯하다.

정인우 기자
inwoo@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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