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디자인 속의 일상

안녕하세요 한예종 신문 독자 여러분, 이 글은 여러분들이 이미 일상 속에서 사용하고 만들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대의제를 가진 글이기보다는 치맥처럼 나름의 조합을 갖춘 주전부리 같은 글이길 바랍니다. 진지하게 분석하며 읽는 글이라기보다는 친구들과 재밌게 이야기 나눌 소재를 찾는다던가, 몰랐던 사소한 발견을 하며 즐거워 할 수 있는 글이죠.  오늘은 그 시작으로 문장부호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상 속 디자인 첫 번째 이야기. 자판 속 문장부호

일상 속으로 스며든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오늘 할 이야기가 문장부호라는 말을 듣고 결국 어려운 말로 잘난 체 하려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셨죠? 잠깐 기다려 주세요. 이게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습니다. 자, 매우 진부한 시작이지만 ‘제가 어릴 적에…’ 문장부호로 지적받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할머님이 맞춤법에 되게 예민하셨기 때문인데요. 조금만 틀려도 ‘너 못 배워 먹었다는 소리 들으니 나가서 그렇게 쓰지 마라’라는 심한(?) 말까지 듣고 속앓이를 했을 정도랍니다. 세상에… 하여튼 이렇게 혹독한 환경에서 수련을 거쳐 문장부호 수도승이 된 저는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고 나서도 문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답니다. 결국 돈 제일 못 버는 편집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버리는 형벌(…)이 내려졌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제가 그 환경 속에서 제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 바로. 왜 숙제하려고 켠 한글2007에서는 따옴표가 안 굽어 있지? 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체 따옴표가 굽어지고 안 굽어지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되실 거에요

(사진 1:작은따옴표 모음) 제일 왼쪽(한글 2007에서 나오는 따옴표) / 왼쪽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내가 아는 따옴표)

한글2007에서 따옴표 버튼을 눌렀을 때 나오는 부호는 맨 왼쪽에 있는 친구랍니다. 분명히 수직이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따옴표는 세 번째에 있구요. 사실 별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꽂혀버려서 찾아볼 때까지 제 마음속의 미스테리 중 하나였습니다. 자 그래서 왜 안 굽어져 있는지 여러분도 이쯤 되면 조금 궁금하시지 않나요? 내가 평소 자판으로 치던 따옴표가 뭐였는지 헷갈리시기도 하고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컴퓨터 자판의 따옴표를 누르면 나오는 것은 맨 왼쪽의 부호가 맞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보려면 최초로 자판이 등장한 때로 가봐야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금 컴퓨터의 키보드 자판은 초기 타자기에 그 원형을 두고 있습니다. 때는 1800년대 후반 그 당시에는 사용자 중심 같은 개념이 있었을 리 없었겠죠. 지금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효율적이기만 한 자판들이 많았습니다. 얼마나 이상했을지 같이 한번 볼까요?

(사진 2: 초기의 타자기 레이아웃)

자 이상한 점을 눈치채셨나요? 맨 윗줄에 숫자 0,1키가 없죠? 네, 효율 때문에 그랬답니다. 대체 0,1은 어떻게 쓰는 걸까요? 무려 대문자로 대체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문자 O(오)를 숫자 0으로 대문자 I(아이)를 숫자 1처럼 말이죠. 우리도 가끔 엑스표 찾기 귀찮으면 대문자 X(엑스)로 바꿔쓰기는 하지만 이때는 그냥 자판이 속된 말로 대충 만들어져 있었던 거죠. 물론 얼마 못 돼서 0과 1은 키보드로 복귀하는 데 성공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때 돌아오지 못한 친구도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따옴표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사진(1)에 나와 있는 따옴표 사단을 잠깐 보셨겠지만 어림잡아도 많은데 왼, 좌의 구분도 있어서 머리수가 너무 많죠. 0과 1은 우리가 생각해도 좀 너무하다 싶었지만, 따옴표 4개는 그냥 제일 단순한 어퍼스트로피 하나로 대신해버리면 안되나?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키보드 제작하는 사람들은 생각도 하지 않았겠죠.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0과 1도 없애버렸던 양반들인데 따옴표 하나는 쉽겠죠. 큰따옴표 쪽은 더 심했습니다.

(사진 3: 더블어퍼스트로피 모음)

제일 왼쪽에 더블 어퍼스트로피는 심지어 원래 없던 글자인데 오른쪽 세 개를 대신해버리기 위해 그냥 맘대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따옴표들은 어퍼스트로피로 통합되어 버리고 아직도 독립하지 못한 채 같이 살고 있죠. 지금쯤 아마 따옴표 표시로 눈길이 가시겠죠? 이제 보일 겁니다. 지금까지 죽어라 누르고 있었던 따옴표 표시는 사실어퍼스트로피였다는 것을… 따옴표는 컴퓨터 속에 엄연히 다른 유니코드(고유명)를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찾기가 힘들어서 사람들의 선택은 받지 않지만요. 조금 속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따옴표를 누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퍼스트로피라니! 그럼 따옴표는 어떻게 치냐고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아래와 같아요.

1. 맥OS = Ctrl+Command+space의 구두점 탭

2. 윈도우 = Window key +. or ; 의 세 번째 탭

딱 봐도 복잡해 보이죠? 사실 꼭 할 필요도 없어요. 가독성 때문에 꼭 바꿔야 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컴퓨터처럼 큰 화면이 아니라 작은 화면을 많이 보는 요즘이기 때문에 따옴표에 굽은 표시 하나 들어갔다고 시인성이 갑자기 팍 늘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됩니다.

물론 따옴표라고 생각하던 친구가 사실은 외국에서 쓰는 기호인 어퍼스트로피였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지만요. 워낙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눈치채기가 쉽지 않았겠죠? 오늘은 키보드에 낯선 외국의 문장부호가 따옴표를 대체하게 된 사연에 대해 말해봤습니다. 재밌으셨나요? 제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정말 매일 사용하고 계시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혹… 따옴표에 대한 충격보다는 이런 거에 일일이 신경 쓰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더 충격받은 분들은 없으시길 바라며… 더 좋은 소재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뵈어요!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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