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톰과 제리>

<톰과 제리> 포스터
▲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포스터













가족 영화는 수준 낮은 영화가 아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잠하던 극장가에 오랜만에 가족영화가 찾아왔다. 그 주인공은 무려 1940년부터 슬랩스틱 애니메이션 단편극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톰과 제리. 이번 신작에서 두 캐릭터는 익숙한 2D 세계를 벗어나 현실에 합류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섞는 방법으로 제작된 <톰과 제리>는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1988)의 영광을 재현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부정적이었다.

영화 <톰과 제리>는 관객을 실망하게 한 부분이 많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문제점은 톰과 제리의 비중이다. <톰과 제리>라는 타이틀의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에겐 단 하나의 기대만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소동극으로 톰과 제리가 돌아왔을지, 내러티브에 대한 기대다. 예고편과 포스터도 그 기대를 충족시켰다.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영화는 순조롭게 홍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본편은 인간 주인공의 이야기만을 강조하는 듯하다. 제작사 입장도 이해가 된다. 본래 톰과 제리는 단편 시리즈였고, 그 시리즈는 둘이 치고받으며 벌어지는 짧은 에피소드로 러닝타임을 채웠다. 그러니 말 한마디 하지 않던 톰과 제리가 장편 길이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란 당연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약점을 메꾸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추가 인물이 등장해야 했고, 그 자리에 클로이 모레츠, 마이클 페냐, 그리고 켄 정까지 캐스팅됐다. 분명 호화로운 배우 라인업이다. 하지만 오리지널 시리즈에 등장하지도 않았던 창작 인물이 주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자연스레 톰과 제리가 조연의 위치로 물러나게 되는 모습은 향수를 느끼고픈 관객의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화의 두 번째 패착은 가족영화의 특성을 얕본 점이다. 흔히 가족영화라고 하면 어린이 관객의 수준을 고려해 이야기나 유머가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가족 영화는 절대 수준 낮은 영화가 아니다. 당장 디즈니와 픽사의 성공적인 애니메이션만 봐도 아이와 어른 구분 없이 전 연령에 사랑 받는다. 왜냐하면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나이를 막론하고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견과 다르게 어린이도 좋은 영화를 구분할 능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톰과 제리>는 영화의 방향을 다르게 잡았다. 코미디 영화라면 유머가 제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에도, <톰과 제리>의 유머는 처절한 몸개그와 과도한 말장난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이라면 이런 요소에 호응할 것이라는 오판이었다. 실제로 영화의 몸개그는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 쳐다보기 힘들 정도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과거의 톰과 제리 단편극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지만, 시대가 지났음에도 비판이 전혀 수용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말장난도 아쉬웠다. 영화가 감흥 없는 펀치라인으로 극을 고조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과연 온 가족이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경쾌한 음악의 사용으로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구간도 많다. 하지만 오프닝부터 애니메이션 비둘기들이 톰과 제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힙합 음악을 부르는 등 쓰임새가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톰이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고전 설정을 가져온 점은 좋았지만, 톰이 피아노를 치며 오토튠으로 노래 부르는 장면은 기괴했다. 여태 말도 하지 못했던 캐릭터가 노래를 부르는 씬 자체가 무리수로 느껴졌다. 어린이들은 단순한 개그를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과, 고전 캐릭터를 별다른 고민 없이 현시대에 편입해버린 섣부른 판단이 영화의 패인이 된 셈이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영화라면 어떤 것일까? 그것이 애니메이션이 됐든 실사 영화가 됐든, 분명한 건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어린 관객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톰과 제리가 만약 다시 관객 곁으로 돌아온다면 지금보다 발전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인우 기자
inwoo@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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