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예술, 다시 시작하는 논의 (3)

“매체의 탄생을 보는 것은 예술가로서 매우 드문 경험”

‘아트앤테크놀로지랩(Art&Technology Lab)’ 이승무 교수 인터뷰  

최근 융합예술센터의 아트테크놀로지랩(Art&Technology Lab, 이하 ATLab)에서 제작한 비대면 실감미디어 공연 <허수아비 VRC>가 제28회 영국 레인댄스 영화제에서 스피리트 오브 레인댄스상(Spirit of Raindance: Best Immersive Experience of the Festival)을 수상하여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융합예술을 명명하기에 앞서, 융합은 어떠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예술과 기술의 상호작용이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지에 대해 짚어보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논의해야 할 지향점을 다시 설정하고자 한다. 

그 세 번째로, 우리학교에서 융합예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허수아비 VRC>의 크리에이터이자, △산학협력 △매체통합 △한국예술종합학교 콘텐츠원캠퍼스 구축운영사업을 총괄하는 이승무 교수님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ATLab이 실감미디어, 첨단의료, 인공지능 콘텐츠분야의 창작과 연구에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ATLab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가?

ATLab은 예술에 과학과 산업의 융합을 실현하고자 만들어졌다. 현재 순수예술 혹은 영상예술 전 분야를 통틀어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노하우 없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예술환경이 다가오고 있고, 기존의 교육 연구방식으로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흐름이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예술에 특화되어있기 때문에 기술을 다 연구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기업체와 연구소, 다른 대학과의 연합에 중요도를 두고 접근하게 되었다. ATLab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술성을 학교 바깥에 있는 기술 분야의 산학, 연구소와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지금까지는 영상원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해왔지만, 현재 학교 차원에서 움직임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ATLab의 소개와 운영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린다.

ATLab은 고전적인 의미의 연구소라기보다는 실제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협업과 창작에 중점을 두는 곳이다. 교류에 그치기보다는 협업에 걸맞는, 기초적인 연구보다는 현재 존재하는 콘텐츠를 우리의 작품에 직접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ATLab은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대표적인 콘텐츠를 교수들이 먼저 연구하고, 선도 연구에서 나온 결과물을 연구소를 통해서 학생들의 창작활동과 수업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직접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원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연구와 교육의 순환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ATLab과 연계된 수업들이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수업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가?

현재 산학협력에서는 △AI 기반 프로젝트 △VR 활용 애니메이션 제작 △첨단영상 제작 △터치디자이너(touchdesigner) 기반 프로젝션 및 공간 매핑을 포함한 6개 수업과 매체통합 3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가상현실(VR)은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기초과정이라 할 수 있고, 게임엔진(Unity)은 1학기 커리큘럼을 연계하여 2학기에는 심화 과정에 있다.

올해 1학기에는 전체 수강인원이 6개원 14개 전공 학생들로 구성하여 약 130명이 참여하였다. 다양한 원의 학생들이 프로젝트 중심으로 모여 수업을 한 것은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서로의 강점을 살리니 수업의 결과 또한 훌륭했다. 1학기에 틱톡과 산학협력을 통해 만든 세로영상은 첫번째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10개의 작품이 총 3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첨단 콘텐츠와 관련한 수업은 매 학기 초, 수강신청 첫째 주에 누리를 통해 공지한다. 이번에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이번 학기에 개설된 수업 △프로젝트의 취지 △연구원 참여신청에 관련한 내용을 전달하는 자리가 되었다.

산학협력 수업에서는 산업체와 함께하기 때문에 학생 수준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권장한다.

앞서 소개한 수업뿐만 아니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결합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뜨겁다. 콘텐츠원 구축운영사업에 대해서도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콘텐츠 원캠퍼스 구축 운영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1회부터 참여하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융복합 첨단 콘텐츠와 관련해서 일반 교육기관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학교 콘텐츠원캠퍼스 구축운영사업팀도 이에 맞춰 교육에 산업과 연구기관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참여 1년 차에는 학생들에게 해외연수를 지원하거나 연구비 성격의 금액을 지급하는 등 지금 연구소와 유사하게 진행했고 2년차 에도 비슷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3년차 에는 “어떻게 기존의 예술교육의 한 분야로서 첨단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보다 특화된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다. 물론 모든 원에 연구원 지원을 열어놓았지만, 올해의 경우 6개원 사이의 융합보다는 영상원의 애니메이션과를 중심으로 진행한 부분이 크다. 가급적 특정 과보다는 많은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주제가 바뀔 수도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앞으로의 중장기 계획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은 사업이 1년 단위로 공고를 내고 모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많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우리학교가 콘텐츠 원캠퍼스 구축운영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ATLab에서 가장 고려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현재로서는 학생들이 다른 업체나 기관과 능동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아젠다를 수립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직업과 연결되고, 작품 제작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새로운 모델을 추구하는 중이다.  ATLab은 수업뿐만 아니라 창작, 산업, 과학과 연계한 새로운 연구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교육은 실패하기 위한 것이고, 진흙으로 집을 지었다 무너뜨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험을 위한 실험이 아니라 각 분야의 최전선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했을 때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학생들의 창작의 자유와 개개인의 실험적인 시도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그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을 바라보고 모였을 때 더 해낼 수 있는 것들에 주목한다. 좋은 창작자들이 모여있으니 욕심을 내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지 않나. 지금은 좀 달려가고, 앞서가야 할,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는 앞서가는 교육기관 중 하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선도해나가고 있다.  

선댄스영화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트라이베카영화제, 칸국제영화제 XR, 암스테르담 VRHAM(Virtual Reality & Arts Festival), 대만 가오슝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ATLab에서 시도한 융복합 콘텐츠가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융복합 첨단 콘텐츠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가상현실은 끝이 났다는 의견이 전적으로 우세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콘텐츠가 부상하면서 대중적인 시스템이 형성되었다. 이를 통해서 열풍의 한 사이클이 끝날 수는 있어도 미디어 자체가 끝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1895년에 영화가 처음 도입이되었을 때 20년이 지나서 영화의 문법이 생겨났고, 이후 100년동안 영화는 전세계에서 중요한 매체가 되었지않나. 현재 가상현실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돋움을 하고 있다. 최근에 느끼기로는 몇 개월이 다르다. 정말 두 배 세배로 발전한 프로젝트들이 나오고 서로 자극을 받으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상태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예술적으로 다양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발전속도와 가능성을 본다면 충분히 고무적이다. 인류가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몰입하는 것이 소설과 영화처럼 제한된 형태로 진행되어왔다면, 인간의 머릿속에서 상상한 다른 인생, 어떠한 삶의 형태가 융복합 첨단콘텐츠를 통해 실제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가 맞닥뜨리는 근본적인 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재고하는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매체의 탄생을 보는 것은 예술가로서 매우 드문 경험이다. 이렇게 역동적인 개발단계에서는 어쩌면 우리가 매체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구축해보길 바라며, 지도자의 입장에서 늘 우리를 뛰어넘는 제자를 기대한다. 

이도현

본 기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공연전시센터 ‘케이아츠온로드(KartsOnRoad)’사업의 지원을 받아 리서치 부문 당선 프로젝트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 대표자 이도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참고 기사

민효원, “예술도 기술이 필요해”,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2020.9.22

김윤영, “한예종 AT랩 허수아비VRC 제28회 레인댄스 영화제 최우수실감미디어상 수상”, 『교수신문』,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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