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전통예술원 학술 심포지엄 -전통예술과 젠더

지난 11월 5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로 캠퍼스 강당에서 열린 제22회 전통예술원 학술심포지엄의 주제는 ‘전통예술과 젠더’였다. 젠더 의식을 지닌 전문가들이 전통예술을 해석하고 토론하는 심포지엄은 전통예술계에서도 새로운 시도였다. 발표자는 전지영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교수, 성혜인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필진, 양옥경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송미경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김희선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 등 다섯 명이었다.

이들이 발표한 논문의 주제는 전통론과 젠더, 동시대 전통공연예술의 젠더 담론 지형과 쟁점, 농악 공연문화에서 바라본 여성-여성농악, 판소리 명창 가계 출신의 여성국극 활동과 젠더 이데올로기, 한국 전통예술정책 및 국악제도화의 젠더 논제 등이었다. 주제들은 크게 젠더 담론의 형성, 여성 예술가의 활동, 예술정책에서의 젠더 논제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젠더 담론의 형성

발표자들의 논문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전통예술은 지배계급 남성, 남성 지식인에 의해 확립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전지영 발표자는 “젠더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가 본질이며, 지배자로서 남성과 그에 대한 타자로서의 ‘남성아님(非男性-여성과 권력을 갖지 못한 남성)’의 문제”라며 “남성성 논리인 정악이 순수-정통, 중심부이면 민속악은 혼합-비정통, 주변부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성혜인 발표자는 “전통음악의 중요한 요소인 풍자와 해학에서도 남성 사회 속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만 나타나고, 여성은 연행의 주체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구도에서 배제되었고 가부장적 질서의 폭력과 억압을 폭로하는 비판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을 갖고 의미 있는 작업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적벽가를 시도하거나, 외면받았던 판소리 속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남창가곡을 여성의 신체로 끌어오는 등의 시도가 특히 여성 소리꾼들 사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성혜인 발표자는 “전통예술의 생명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해체되고 재맥락화 될 때 획득할 수 있게 된다”며 “전통예술계의 페미니즘 담론은 전통예술을 바라보는 경직된 태도를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여성 국악인의 활동

양옥경 발표자는 여성이 중심이 된 농악과 농악단의 활동을 다루며 “이들을 여성 농악은 기존 농악 토대에 균열을 일으켜 새바람을 넣었고 조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일정의 여성 운동적 의미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농악에서 ‘주체로서 자신을 발현해가는 과정’이 있었고,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성 농악인들의 활동을 농악 공연 문화 속 젠더화 양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미경 발표자는 ‘옳은’ 여성국극, ‘그른’ 여성국극과 같은 ‘구분 짓기’가 여성국극 내부로부터 돌출된 젠더적 맥락을 살피고 ‘남성-전통-판소리/혼성창극’과 ‘여성-변종-여성국극’의 구도를 다뤘다. 그는 “여성국극의 원형인 판소리와 두 장르 간의 거리만큼 여성국극에 대한 비난은 높아졌고,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여성국극 내부의 이러한 ‘구분 짓기’가 남성 창극인 또는 문화재 권력과 유사한 어조를 띄었고 판소리/혼성창극과 여성국극의 구도를 강화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 정책에서의 젠더 논제

이희선 발표자는 “현재 전통예술계의 젠더 위계와 젠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 부족은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정책과 제도화의 과정에서 고착화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젠더 연구는 여성이 더 높은 지위에 올라야 된다는 것이거나 여성을 우대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젠더 위계와 젠더 불평등의 양상을 인식하고 성 평등의 젠더 감수성을 갖출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예술계에서는 공적자금의 쿼터제나 타깃제 도입, 성인지 감수성과 성인지 통계분석 등 성평등 공연예술 정책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 되고 있으며 아직 “순수예술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지 않지만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가 개소하고 영화진흥위원회 내 한국영화성평등 소위원회가 구성하는 등 여성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전통예술계의 정책에도 이제 젠더적 접근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들은 전통예술계에서 ‘젠더’ 관련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리는 것 자체로 좋은 현상이라며 이러한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학술심포지엄에 참여한 학생들 또한 평소 젠더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전통예술과 젠더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윤서 기자

angelina0501@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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