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 『커밍 업 쇼트』

“제가 뭘 하면 좋을지 쉰 살쯤 되는 사람이 말해 주면 좋겠어요. 결정하기 편하게요.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달 10일 발간된 『커밍 업 쇼트: 불확실한 시대 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 이야기』의 원제 ‘커밍 업 쇼트(Coming up short)’는 ‘특정 기준이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이란 의미의 숙어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제니퍼 M. 실바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흙수저’ 노동 계급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청년들은 스스로 ‘성인기에 이르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1960년대의 대다수 미국 청년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서른 살 이전에 부모의 집에서 독립했다. 자연스레 직장을 가지고, 집을 마련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웠다. 하지만 60~70년대의 경제적·사회적 혼란과 80년대의 전 지구적 자본주의 승리, 90년대의 과학 기술 붐, 00년대의 끝없는 불황을 거치자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미국 청년이 ‘성장’을 멈춘 것이다.”

저자는 네 가지 주요 변화를 핵심적인 이유로 꼽는다. 첫째로 리스크 풀링(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부의 사회 보장 제도 차원에서 취약층이 각자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를 통합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던 정책들을 가리키는 말)과 사회 안전망의 부상과 쇠퇴다. 둘째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정책의 지배다. 셋째는 산업 노동 계급의 퇴락이다. 마지막으로는 1960년대 이래 젠더와 인종을 가로지른 문화 변동이다. 로널드 레이건의 경제 자문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의 유일한 존재 목적이 사적 소유의 보호라고 주장하며 ‘리스크의 사유화’를 요구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전환은 노동 계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1973년 이래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은 12%, 고졸 미만의 임금은 26% 하락했다.

신자유주의적 문화 논리가 내화된 새로운 노동 계급 세대는 자신과 타인에게 경직된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연대와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세계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경계하고 불신한다. 이 책의 주된 주장 중 하나는 청년들이 ‘무드 경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터뷰이들이 치료 욕구, 감정적 고통, 자아 성장 등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을 보며 놀란다. 무드 경제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각종 치료와 ‘힐링’을 통한 자아 관리가 행복의 열쇠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힐링에 대한 믿음은 사회 불평등과 착취를 재생산한다.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성공이 감정적 운명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행복의 사유화’인 것이다.

한국의 청년들은 어떨까? 금수저와 흙수저로 표상되는 경제적 양극화, 삼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로 불리는 20·30대는 한국 청년들의 상황 역시 『커밍 업 쇼트』가 그려내는 ‘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대학을 졸업해도 결국 남는 것은 학자금 대출과 당장 급급한 내일 뿐인 현실.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 보수화된 청년들을 탓하기보다도 그들에게서 연대의 가능성을 빼앗아버린 ‘수준 미달’의 제도를 지적한다. 개인의 감정적 성장만이 강조되는 오늘날, 우리는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성숙하지 못한 이들과 손쉽게 선을 긋고 있지는 않은가. 옮긴이의 후기와 같이, 우리는 “추상적인 표상 뒤에 감춰진 현실을 직시할 때 연대를 시작할 수 있다.”

최미리 기자

horoyoi@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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