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물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

SM, 가상 아이돌 그룹 ‘에스파’ 공개, 오는 17일 데뷔

국내 첫 사이버 가수 아담의 뒤를 잇는 버추얼 셀럽의 동향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 걸그룹 K/DA

데뷔 4일만에 영상 조회수 2천만을 넘긴 가수가 있다. K/DA라는 4인조 가상 걸그룹이다.

K/DA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속 4명의 캐릭터(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를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재탄생시킨 걸그룹이다.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는 2018년 11월 기준 5천만을 웃돌며 미국 아이튠즈 기준 K-Pop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POP 차트 기준으로 최고 4위까지 올랐다.

국내 사이버 가수의 동향

국내 사이버 가수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국내 최초 사이버가수 ‘아담’이 탄생했다. 당시 20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으며, 광고 촬영, 예능 출연 등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수였다. 그러나 기술력의 부진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흥행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아담의 뒤를 이어서 데뷔한 류시아, 사이다와 같은 사이버 가수들 또한 같은 이유로 사장되었다.

당시의 사이버 가수들은 3D 캐릭터에 실제 가수의 목소리를 더빙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2010년대에 이르러 머신러닝을 통해 사이버 가수 스스로 사람을 흉내 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딥리얼(deep real) 기술은 가상의 인물을 실제 사람인 것처럼 디자인하는 기술이다. 딥리얼 기술을 통해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를실제 존재하는 인물처럼 만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K/DA의 예시를 통해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까지 증명된 상태로 차세대 가상 아이돌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사람처럼 늙거나 지치지 않기 때문에 초기 개발 비용만 감수하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인 오늘날,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다. 가상 인물인 만큼 게임이나 영화 등 다른 미디어와의 상성도 좋다.

SM, 가상 아이돌 그룹 ‘에스파’ 공개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휴먼이 활동영역을 넓히는 오늘날, 지난 28일 SM 엔터테인먼트는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신인 걸그룹 “에스파”의 티저 영상에는 멤버 카리나 옆에 ‘아이 카리나’라고 불리는 3D 개체가 앉아있다. 실제 인물과 디지털 휴먼이 함께 공존하는 시대를 보여주는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은 4인조 걸그룹으로 멤버별로 자신의 두 번째 자아인 아바타를 각자 보유하고 있다. 아이 카리나는 카리나의 또 다른 자아인 것이다. SM에 따르면 아바타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모든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활용한 기존과는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하기 위해 이런 시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으로 밀접하게 다가오는 디지털 휴먼

또한 딥스튜디오는 지난해 4명의 디지털 휴먼을 멤버로 한 가상 아이돌 그룹을 공개했다. 민서준, 정세진, 조은현, 도영원으로 이루어진 이 그룹은 연습생 컨셉으로 SNS에 일상을 보내는 듯한 이미지를 올리며 관심을 끌고 있다. 

1990년대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하고 사라진 사이버 가수와 현재 디지털 휴먼과의 차이점은 이러한 접근성에 있다. 개발자들이 밤낮을 몰두해 손짓, 발짓을 일일이 제작하여 TV에 송출해야만 볼 수 있었던 사이버가수와 달리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오히려 실제 인물보다 더욱 소통이 쉽다.

가상인물을 이용한 브랜드 협업이나 홀로그램 콘서트 개최 등은 소위 ‘덕후’의 영역 중에서도 매우 마이너한 영역으로 불렸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일반인이 CG캐릭터로 자신을 지칭하고 있다. 바로 브이튜버다. 버츄얼(virtual)과 유튜버를 합성한 단어로 유튜버의 역할을 대신하는 CG 캐릭터를 통해 방송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지난해 1월 말 기준 181개에 불과했던 일본 내 브이튜버의 채널 숫자는 반년만에 4000여 개를 넘겼다. 일본 최초의 브이튜버 키즈나 아이는 데뷔 이후 217만 명의 구독자 수를 달성하고 2018년 일본관광국 산하 뉴욕 사무소의 공식 홍보대사로 임명받는 등 현재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인물이 실제 인물을 모방하고, 실제 인물이 가상 인물을 모방하며 언제든 역방향을 걸을 수 있는 오늘날, 앞으로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기대된다.

delay516@karts.ac.kr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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