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예술사 서술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여성 예술가의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우리는 프리다 칼로, 클라라 슈만 등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들을 꼽을 수 있지만 거론되는 그들의 이름들은 항상 전형적인 소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누구의 아내라는 정형화된 틀로 소개되기 마련이다. 미술사의 바이블로 꼽히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또한 남성 미술가 위주의 서술방식을 택했다. 그나마 현대예술에서는 여성 예술가들을 언급하는 실정이지만 르네상스~바로크 시대에서 여성 미술가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기에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미술계 전반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페미니즘 시각으로 본 미술사 재해석’에 대한 다소 전문적인 글이 브런치를 통해 연재되었다는 사실은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필자는 브런치 북으로 발간된 이 책을 출간과 동시에 학교 도서관으로부터 신청했다. 

이 글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시대는 여성의 자유라고는 생각할 수도, 주장할 수도 없었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이다. 이 시기에 여성이 미술에 의한, 미술을 위한 삶의 주체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에는 폐쇄적인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책에서 언급된 이 시대 여성 미술가들의 삶은 약속이라도 한 듯 획일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술가 집안이었거나, 아버지의 예술적 위상이 높아 아카데미를 통한 교육이 아니라 집에서 배운 것이 전부거나 (그마저도 가족들이 운영했던 화랑은 남자 형제에게만 물려주었다), 볼로냐라는 당시 다른 지역보다 진보주의적 성향을 지닌 지역 출신 예술가이거나, 고전적 이념에 반하는 사고를 지닌 집안 출신의 전폭적 지원으로 궁정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예술가 등이다. 이렇게 범주화되는 여성 미술가의 사회 진출 가능성의 척도는 자유와 야망을 갈망하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고전적 사고에 조금이라도 맞서기 위한 몸부림으로 전환점을 맞게 된다.

또한 남성 미술가 위주로 서술한 [르네상스 예술가 평전]의 저자로 유명한 바사리는 본 책에 등장한 몇몇 여성 미술가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실로 우리는 이들의 예술적 능력이 탁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음에도 ‘여성’ 미술가라는 장벽에 가려 이름을 알리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 미술가들이 초상화를 그리는 데에 그쳤다. 당대 최고의 회화는 누드화를 응용할 수 있는 종교화였고, 이는 남성 미술가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종교화 다음으로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순으로 아카데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나뉘었다. 여성이 남성의 누드화를 그리는 것은 타락한 행위라 여겨져 회화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연구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하위 항목인 인물화를 많이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본 책의 주인공들은 여성이 그린 남성 누드화, 기존 종교화에 도전 의식을 던지는 재해석, 정물화를 응용한 새로운 장르 개발 등 미술사에 여러 획을 그었다. 

“사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훌륭한 여성 화가는 언제나 존재해왔다. (중략) 부디 이 책이 난관을 묵묵히 넘으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 여성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녀들이 싸워온 견고한 성차별의 벽을 허무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 (각주1)

남성 위주의 미술사조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수많은 이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김민정 기자

kimj2000@karts.ac.kr

(각주1)  김선지 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은행나무, 2020, p.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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