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생의 이야기, 그리고 『당신 인생의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테드 창의 단편 SF 소설집이다. 테드 창의 수상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휴고상을 네 번, 로커스상을 네 번 그리고 네뷸러상을 네 번 수상했다. 특히 휴고상은 SF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만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그런 상을 네 번이나 받은 작가라니. 그럼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궁금증은 첫 단편을 읽자마자 단숨에 풀려버린다.

책의 제목과 제목이 거의 똑같은 수록 단편인 <네 인생의 이야기>는 드뇌 빌뇌브 감독의 <Arrival>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주인공은 언어학자로, 갑자기 지구에 찾아온 생명체 ‘헵타포드’를 조사하는 임무에 투입된다. 조사는 다른 것이 아닌 헵타포드와 대화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주인공은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헵타포드의 언어를 알아가기 시작하며 주인공에겐 어떤 변화가 생긴다.

헵타포드의 언어는 선형적이지 않다. 각각의 음절로 구성된 인간의 언어와는 다른 언어다. 헵타포드의 언어에서 하나의 단어는 다른 단어와 분리될 수 없다. 어순 또한 완전히 자유롭다. 이에 따라 각 명제들 사이의 관계에 고유한 방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한 사고의 맥락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헵타포드의 과학적 지식을 조사하는 팀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다. ‘빛은 언제나 최소, 혹은 최대의 시간이 걸리는 경로를 택한다’라는 페르마의 원리에 대한 인간과 헵타포드의 이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이 페르마의 원리를 이해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빛은 물에 닿으면 굴절한다. 굴절된 빛은 그 방향에 따라 어디엔가 도달한다. 이 때 빛의 이동 궤적은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궤적이다. 인과를 바탕으로 한 사고방식이다. 반면 헵타포드식 이해는 다음과 같다. 빛은 이미 자신이 도달할 목적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목적지에 최소 시간으로 도달할 수 있는 궤적을 계산한다. 결과적으로 빛은 최단 시간에 본인의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버릴 변화를 겪게 된다. 결론은 말하지 않겠지만 힌트는 있다. 헵타포드의 과학적 사고의 특징은 그들의 언어적 특성에서 비롯한다. 헵타포드식 페르마의 정리에서 광선은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하거나 알아버린다. 이러한 사고는 그들의 비선형적 언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들이 쓰는 언어는 그들의 관념을, 사고방식을, 모든 학문적 개념과 방향을 지배한다.

그러나 <네 인생의 이야기> 속 내용은 단순히 ‘언어가 사고방식에 끼치는 영향’으로 단순화될 수 없다. 그보다는 훨씬 방대한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언어’는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하나의 화두다. 언어는 내뱉는 ‘말’과 쓰는 ‘글’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라고 한다면 우린 바로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이 선형적으로 나열된 언어를 쓰는 우리는 사건을 원인과 결과로 파악한다. 하나의 흐름과 맥락으로 이해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우리의 사고회로 그 자체다.

김세효 기자

sehyo001@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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