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경험

‘기억의 전쟁’ 감독 이길보라 씨의 이야기

지난 8일, 영상원 방송영상과의 예술사 학회가 주최한 두 번째 ‘여성 졸업생과의 대화’ 주인공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작가인 이길보라 씨이다. 이번 행사는 우리학교 재학생과 기술직, 뉴미디어, 연출직 종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졸업생들을 만나 상호 교류의 장을 만들고 여성으로서 그리고 예술계 종사자로서 가지고 있는 각자의 고민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코로나19로 줌(zoom)으로 진행된 본 강연 1부에서는 이길보라 씨의 이야기를, 2부에서는 사전에 받은 질문과 오픈 채팅에 올라온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되었다. 

이길보라의 이야기

이길보라 씨는 자신을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 자질이라고 굳게 믿고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고등학교 자퇴 후 학교 밖 청소년 친구들과 길 위에서의 배움, ‘로드-스쿨링’을 함께하며 첫 영화인 ‘로드스쿨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첫 영화를 제작하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이길보라 씨 ‘A’라는 메세지를 담은 자신의 영화를 보고 ‘B, C, D, E’등 다양한 해석과 담론이 오가는 것을 보며 영화의 힘, 이야기의 힘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같이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만들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리학교 방송영상과에 지원했음을 설명했다.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로 태어난 그는 자막, 수어 통역 등이 많지 않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통역사 역할을 했고 부모의 보호자인 동시에 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코다, 농인 권리, 농인 교육권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수화언어 권리확보를 위한 소책자 <소리 없는 이들의 소리>를 출판했다. 또한, 본교 재학 중 농인은 우리 주변에 있고 우리와 크게 다른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농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제작했다고 전했다. 우리학교 졸업 후 ‘이렇게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 그는 우연히 방문하게 된 네덜란드 필름 스쿨 석사 과정에 지원했다. 2차 시험 접수를 고민하던 중 부모님께 ‘괜찮아, 경험’,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등의 응원에 힘입어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게 됐다고 전했다. 어느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장학금을 구할 수 없었던 그는 유학비용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모집하기도 했다. 하루 커피 값 아껴 자신에게 보내준 사람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익명으로 보내준 여러 사람들 덕분에 등록금을 모을 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그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그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학살된 베트남의 한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기억의 전쟁>을 제작했고 현재는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관한 작품 준비 중임을 밝혔다.

1부가 끝난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었다. “보통 작품을 소개할 때 저는 부족한 부분을 찾게 되는데 작품의 좋은 점을 찾아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어떻게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냐”는 질문에. 이길보라 씨는 <로드스쿨러>를 예로 들며 “자막이 세 줄이고 촬영 기술이 하나도 없고 인터뷰 중심의 영화이지만 2008년 19살의 이길보라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기 때문에 못 만든 작품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다른 작품들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다큐멘터리 판 내의 여성 연대가 어떠냐는 질문에 “여성 연대라고 할 만큼의 무언가가 있지는 않지만 좋은 동력이 될 것이라며 만들어나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 학생은 어떻게 학교를 창작의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질문했고 이에 대해 이길보라 감독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자기만의 시간표를 만들어 창작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여성 졸업생과의 대화’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한 학생은 “여성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런 자리가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으며 “이길보라가 자신의 활동에 믿음을 갖는 태도가 위로가 되었다”고 밝힌 학생도 있었다.

한편, 이길보라 감독에 앞선 첫 번째 초청자는 전보름 영상 콘텐츠 제작자였다. 계속되는 ‘여성 졸업생과의 대화’에는 허정윤 영상 플랫폼 편집자(11월 12일), 정수은 다큐멘터리 감독(11월 26일), 김민지 방송 PD(12월 11일)가 차례로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본 강연은 영상원 학생이 아닌 다른 원 학생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정윤서 기자

angelina0501@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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