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나의 일이 되었다; <학교 가는 길> 김정인 감독 인터뷰

전주국제영화제 러프컷 프로젝트 선정,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선정 <학교 가는 길>

김정인 감독은 우리학교 방영과 예술사와 전문사를 졸업했다. 그의 최근작 <학교 가는 길>은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추진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을 담았다.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감독과 출연진들. Ⓒ김정인 감독

<학교 가는 길>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이 영화 촬영 전부터 장애 이슈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었어요. 2017년 7월에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1차 주민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인터넷에서 그 내용을 담은 단신 기사를 봤거든요. 토론회가 제대로 되지도 못하고 무산됐다고요. 제가 딸이 한 명 있는데요. 그 당시에 제 딸이 7살이었어요. 다음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니까, 아이들 교육 문제에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관심이 기울더라고요. 대한민국에 아직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문제를 겪는 부모들이 있다니요. 2차 토론회에 카메라를 들고 한 번 가보자. 촬영을 가서야 거기서 주인공 어머님들을 처음 뵙고 ‘주인공으로 다큐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 분들 입장에서는 학생이 와서 만들어보겠다고 하니까 아마 불쌍해서라도 ‘그래 해봐라’하셨지 않았을까. (웃음) 어쨌든 그렇게 해서 시작이 됐습니다. 

다큐 제작 시 처음부터 이슈를 정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조금 갖춘 상태에서 만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감독님의 작업 방식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작품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을 많이 하세요?

극영화든 다큐든 본질은 비슷한 것 같아요. 인연이 필요한 거요. 극영화는 시나리오를 쓰니까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야기란 자신이 관심있는 소재를 다루는 거잖아요. 제가 했던 작품들도 이런 걸 반드시 해봐야겠다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고요. 주변 사람한테 ‘이런 게 있는데 어때’하고 서로 이야기도 하고, 제가 살았던 지역사회 공간들에 대한 추억이 떠올라서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주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서 ‘반드시 이런 걸 만들어야겠어’해서 만든 건 없었던 거 같아요. 우연히 발을 담갔다가 계속 하게 됐네요.

공진초가 있던 부지에 서진학교를 세우기로 계획했잖아요. 애초에 그 부지에 많은 문제가 얽혀있었어요. 처음에는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 일들의 원흉이고, 악역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볼수록 도시 안 융합을 막았던 사회적인 정책때문에 일이 ‘이렇게까지 돼버렸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착잡하더라고요. 이게 사람한테만 화내고 욕하고 말 게 아니라 더 많은 걸 생각해보게 했어요.

그 부분이 관객들에게 얼마만큼의 농도로 다가갔는지 잘 모르겠네요. 차별을 당했던 사람들 안에서도 그 차별이 장애로 또 옮겨가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공진초 때는 임대주택단지 주민들, 가난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반대하던 주민들과 김성태 의원을 욕하고 끝나면 사회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면을 알아보려고 했고 영화가 그것을 더 담아냈으면 했어요. 부모님들이 학교를 짓기 위해 무릎꿇었다는 건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기도 하고, 거기까지만 다루다면 이 다큐의 의미가 있을까 했어요. 가양동이라는 지역의 특성, 역사성을 더 잘 보여주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더 직관적으로 와닿게 하는 법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양동 임대아파트 인터뷰이를 섭외하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몇 번 소개를 받았는데 무산이 됐어요. 과거에 그 임대아파트에 살았던 걸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어쨌든 그 동네의 역사가 지금의 서진학교 설립 문제와 관련있는 것을 더 잘 보여주도록 수정과 보완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네. 저는 지금 상영된 버전을 보아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요. 그리고 영화의 곳곳에 어머님들의  인터뷰가 끼워져있는데요. 한 어머니가 쭉 말씀하시기 보다는 여러 분이 말씀하신 것이 편집돼 엮어져있어요. 각각 다른 분이 말씀하시지만 저는 하나의 단락을 읽고 있다고 느꼈는데요. 인터뷰를 편집할 때 어떤 기준과 순서를 정해서 배치하셨나요?

인터뷰 씬이 여러 갠데, 각 씬마다 관통하는 질문의 주제는 있죠. 예를 들어 첫 번째 씬은, ‘내 아이가 처음 장애란 걸 알게 됐을 때?’에요. 지금 이 버전도 완성본은 아니고 디테일은 앞으로 수정할 계획이에요. 같은 질문에도 어머님들의 답변 뉘앙스라든지 의미가 조금씩 달랐거든요. 관객들이 봤을 때 점점 더 깊이 어머님들의 상황, 과거, 심경에 대해서 점층적으로 같이 이해와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반부는 캐주얼하고 표면적일 수 있는 걸로 했고, 점점 뒤로 갈수록 (같은 씬 안에서) 깊은 이야기나 쉽게 하기 힘든 고백을 넣는 기준을 가지고 편집하긴 했어요. 인터뷰 시퀀스 자체가 어머님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다는 의도였으니까요. 한편으론 그 비중이 과하다는 피드백들도 있어서 어떻게 더 잘 압축해서 보여줄지 고민 중입니다.

그럼 그 질문들은 어떤 이유에서 하신건가요?

어머님들이랑 계속 옆에 있으면서,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들 중에서 ‘저건 의미가 있겠다, 담고싶다.’ 하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 말들을 다시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제가 한 거예요. 제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아낸다기보다는, 평소에 옆에서 지켜보다 들었던 의미있는 말씀들을 인터뷰에서 다시 담아낸 거죠.

장애학부모회가 서대문구청을 점거했었어요. 그때 윤호 어머님이 다른 어머님들에게 작년에 활동보조 받으랬는데 왜 안했냐며 화를 내셨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 컷이 지현이 어머님께서 “싸웠어? 나 부르지~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는데”라고 하시는 게 기억에 남아요. 비슷한 이유로 김성태 의원이 어머님들께 사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담긴 것도 의외였달까요.

 제가 작품 만들면서 아쉽고 미흡한 점이 여럿 있지만, 제일 아쉬운 건 어머님들이 진짜 재밌으신데 충분히 못담은 거거든요. 캐릭터들이 좋아요. 그 사건의 비중을 도외시할 수가 없어서 캐릭터를 많이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되게 웃기고 재밌는 게 많은데. 어머니들 실제 모습의 굉장히 낮은 비중으로 보여준 게 이 정도에요. 서대문구청 그 장면은 일종의 전략인 거죠. 구청 사람들 보라고… (웃음) 학부모회 사람들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긴 한데요. 그것보다 더 큰 언니 동생 사이의 끈끈한 뭔가가 있어요. 그래서 금방 화해하시고. 

 우리 사회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요.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건 너무 힘들고 고충이 많으실 텐데, 다들 내공이 세셔요. 평범한 엄마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대단한 모습이 보여요. 그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게 2차 토론회에요. 전 그 현장이 정말 초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어머님들한테 쏟아졌던 온갖 비난, 조롱은 반의 반도 (영화에) 안 담겼어요. 근데 그 상황에서도 초연하게 담담하게 할 말 다 하시는 내공이요. 나중에 김성태 의원이 말 걸었을 때도 넉살 좋게 받아치시고. 그런 부분이 많이 못 담긴 거 같아서 아쉬운데, 그래도 재밌고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17년 9월에 촬영이 시작되었고 3년이 지나 올해 초가 되어서야 서진학교가 개교했습니다. 다큐를 찍을 당시에는 이 영화의 결말이 이럴지 몰랐을 것 같아요. 완공된 학교의 풋티지를 찍으러 갈 때 어떤 감정이셨을까요?

아… 솔직히 엄청 가슴이 벅차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요. ‘이렇게 한발짝 더 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가끔씩 학교 갈 때마다 공사 진척되는 거 보면서요. 특수학교 한 개 지어지는 게 획기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작지만 한 걸음 한 보폭이 내딛어졌잖아요. 발달장애 운동사에서 다른 것과 차별되는 지점이 뭐냐면요. 발달장애아 어머니들은 당신들의 자식 자체를 위해서 투쟁을 하시기도 하지만 내 후배 아이들, 젊은 엄마들을 위한 발판을 놔주는 게 많더라고요. 나이가 어린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정작 아이를 돌보느라고 대외 활동 할 시간이 없어요. 아이 옆에 계속 붙어있어야 해서. 운동에 앞장서시는 분들은 자녀가 성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어달리기에서 바통 터치 하듯이, 그게 좋더라고요. 나보다 젊은 후배 엄마들이 내가 겪었던 어려움은 안 겪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엔딩으로 학교의 개교식이 상징적인 작품이잖아요. 공을 많이 들였어요. 드론도 섭외하고. 근데 지금 코로나때문에 개교식이 3번이나 연기됐어요. 무기한 연기인데, 다시 조율하고는 있거든요. 원래 계획했던 엔딩은 부모님들이 개교식에 참석해서 좋아하시는 표정이 보이고 활발하게 애들이 교육도 받고, 생동감있는 서진학교의 모습으로 담고싶었어요.

‘마로와 마로의 친구들에게’라는 말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혹시 마로가 누군지 여쭤봐도 될까요?

마로는 아까 말씀드린 제 딸입니다. 딸이 없었으면 이 작품 할 생각 안했을 거에요. 그렇다고 제가 막 딸바보는 아닌데… 이 영화가, 다음 세대 세상에서는 적어도 이런 특수학교 짓는 문제 갖고는 진통이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딸에게 주는 영상편지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인 감독이 드리고픈 말씀

장애 이슈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가, 지난 3년간 제 인생에서 발달장애를 가지신 분이나 가족의 모습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어요. 제 안에 있는 엄청난 변화가 있는건 아니지만 이제는 발달장애인 관련 이슈가 남일 같지 않다고 느껴요. 일자리 소식이 들리면 남일 같지 않게 기쁘고요. 또, 학대 뉴스나 가족의 자살 뉴스를 보고 너무 슬펐고… 

이 영화를 본 관객도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들의 일이 더 이상 남일 같지 않게, 그리고 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는 작은 위로나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 ‘이 버전’ ‘지금 상영된 버전’은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을 말한 것입니다. 아직 이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영화는 계속해서 수정/보완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가은 기자

gaeun0826@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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