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이어리 시청에 관해

“마운트 이어리 청취에 관해” 갈무리

엘버럼(Phil Elverum)은 40대다. 그는 ‘마운트 이어리'(Mount Eerie)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더 마이크로폰즈'(the Microphones)라는 이름이었다. 그는 지난 8월 7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리릭 비디오’ 한 편을 공개했다. 엘버럼은 44분 동안 사진들을 쌓고 치우기를 반복한다. 제목은 “2020년의 마이크로폰즈”(the Microphones – Microphones in 2020). 겹쳐진 사진들은 종종 십자가 형태를 띠는데 어떤 규칙에 따라 사진이 쌓이고 치워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the Microphones – Microphones in 2020 ©P.W. Elverum & Sun

​사진을 쌓는 일은 익숙하다. 변재규 작가의 <사진측량>(2013)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진을 치우는 일 또한 익숙하다. 홀리스 프램튼의 영화 <노스탤지어>(1971)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사진측량>과 다르게 엘버럼은 사진에 풀칠을 하지도 않고 손에 장갑을 끼우지도 않았으며 특정 배열에 따라 사진을 놓고 치우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 <노스탤지어>와 다르게 엘버럼은 사진을 태우거나 없애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사진은 선별된 것으로 보인다.

한 네이버 블로거는 “방향성 및 앨범에 대한 흩어진 얘기”라는 포스팅에서 “2020년의 마이크로폰즈”에 관한 메모를 남긴다.

“곡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되고, 두 개의 코드를 번갈아 가면서 반복한다. 이 반복은 길게 이어지며, 7분 36초 즈음에야 보컬이 등장한다. 이후 필 엘브럼은 기타 반주와 함께 노래를 계속하면서, 노래의 전개에 따라 코드 변화 및 연주의 강약을 조절하기도 하지만 그 밖의 변화를 허용하지는 않는다.”

이에 나는 지난번(참고 기사 제321호 “마운트 이어리 청취에 관해”) 허애리 기자와 함께 물은 질문을 잇는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A는 B에게 C가 죽었다는 것을 노래한다. 이때 B는 A가 자신에게 C가 죽었다고 노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B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애리와 나의 결론은 B가 아무튼 오로지 편안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답이었다. 하지만 “2020년의 마이크로폰즈”는 그와 같은 물음이 해결, 정확히는 해소 가능한 것임을 드러낸다.

우선 작년 가을 공개된 또 다른 비디오 “믿음 제2부”(Mount Eerie – Belief pt.2 (with Julie Doiron) official audio)를 언급하겠다. “믿음 제2부”를 보던 가운데 위의 생각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믿음 제2부”에는 차, 구름, 나무, 건물, 전봇대, 전봇대에 걸린 천이 담긴 광경이 펼쳐진다. 그러다 엘버럼이 “나는 믿는다”라고 노래 부르자 화면은 바다로 나아가는 광경으로 전환된다. 그러다 엘버럼이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노래 부르자 나무와 햇빛이 담긴 광경이 펼쳐진다.

▲Mount Eerie – Belief pt. 2 (with Julie Doiron) official audio ©P.W. Elverum & Sun

그런데 천이 날리는 속도에 비해 구름이 이동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 나무와 햇빛 또한 마찬가지였다. 엘버럼은 천과 구름이 담긴 기록물을 빨리 감은 것인가? 아니면 전부 오랜 기간 찍고,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한 것인가? 나는 이들 전부에 대해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믿음 제2부”가 ‘리릭 비디오’인 한에서, 즉 시작과 끝이 있는 한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사변이 가능한 것이라는 점은 확실했다. 이것이 애리와 내가 골몰하던 조건이었다.

가령 엘버럼은 『피치포크』(Pitchfork)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의 마이크로폰즈”에 관해 다음처럼 말한다. “나는 사실 그것을 노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을 오디오북으로 분류하는 걸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진들을 본다. 사진들 속에서 엘버럼은 종종 투명하다. 엘버럼에 따르면 800장의 사진들은 3주간 섬세하게 조정된 것으로, “그것은 얼룩, 구름, 유령, 노래되는 진짜 사람과 장소들로 그려진 다큐멘터리다.”

지난 글은 오직 편안함만 허락했다. 그리고 편안함은 일종의 구속이었다. 이런 구속은, 지난 2월 19일 유튜브 ‘NPR Music’ 채널에 업로드된 라이브 영상 속에서 노래하는 필과 줄리의 표정들과 몸짓들을 거치면, 계량할 수 없는 구속력으로서 힘의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2020년의 마이크로폰즈”는 영상 그리고 사진과 구분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부 닫힌 체계 내에 있다. 개별적인 사진들은 노래하는 목소리로 인해 명시적이다. 천과 바람, 나무와 햇빛, 그리고 사진들은 선별되었고, 그에 따라 확실한 것이다. 마운트 이어리, 더 마이크로폰즈, 엘버럼을 둘러싼 허위 물음들을 조각내는 확실한 것이다. 그리고 이 확실성 속에서 전부 다시 무너질 수 있다.

장유비 기자

evermore99@karts.ac.kr

참고문헌

“방향성 및 앨범에 대한 흩어진 얘기”(https://m.blog.naver.com/kj01086/222062808316), 네이버 블로그, 2020.08.17

“Phil Elverum (Mount Eerie, the Microphones) on the Song He Wishes He Wrote”, 『Pitchfork』, 2020.08.05

“Watch the Microphones’ Short Film for New Album Microphones in 2020”, 『Pitchfork』,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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