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음악과 무용 축제 관람기

코와 입은 막혔지만 눈과 귀는 열렸기에

▲Amadeus Concerto를 공연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Amadeus Concerto를 공연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오감도를 공연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음악, 무용계의 축제가 예술의전당 음악당과 CJ 토월극장을 장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 공연 대다수가 취소된 상황에서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각각 ‘교향악축제’(2020.07.28~2020.08.10)와 ‘History of KNB Series’(2020.08.01~2020.08.02)로, 자세히 살펴보자. 

교향악축제

교향악축제는 올해 31주년을 맞았다. 1988년 서울 예술의전당 개관연주회 이후 1989년 음악당 개관 1주년을 기념하며 시작한 축제이다. 20여 개의 교향악단과 2,000여 명의 연주자가 한 달 동안 무대에 선다. 당초 4월에 예정되었던 교향악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7월로 연기되었다. 이에 따라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로 이름이 바뀌었다. 올해는 윌슨 응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지휘(협연 김정원)를 필두로 총 14개의 교향악단이 참여하였다. 좌석 띄어 앉기가 시행되었으며, 예술의전당 야외무대 생중계와 네이버TV 예술의전당 채널에서 라이브와 다시 보기가 서비스되었다. 

 이번 교향악축제에서는 비서울 자치단체 소속 교향악단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교향악단 한 곳을 뽑는다면 누구나 서울시향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도 명성과 다르게 준비에 미흡한 면모가 많았다. 서울시향은 정기연주에서 가장 많은 것을 준비하여 무대에 올린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최상의 연주를 선보인다. 하지만 정기연주회와 비정기연주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었다. 서울시향은 앙상블의 밀집도가 결여되는 등, 연주 곳곳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어 관객들로부터 많은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2018년 새로 부임한 마시모 자네티 음악감독이 이끈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서울시향의 경우와 대조된다. 경기필은 공연마다 최상의 연주 실력을 보여주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번 교향악축제에서도 거침없지만 색깔이 뚜렷한 연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의 공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부천필 법인화를 둘러싸고 음악감독과 노조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져, 공연 직전 지휘자와 연주곡이 바뀌는 불상사가 일어났는데도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것이다. 

▲부천필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한화

물론 비서울교향악단은 교향악축제와 같은 대규모 축제에서는 객원 연주자를 많이 고용한다. 또한  주된 정기공연을 예술의전당보다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음악회장에서 연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기에 예술의전당 공연은 다른 어느 공연보다 부담감이 클 것이다. 하지만 해당 연주단체 소속 연주자가 아니라 인맥을 이용한 타단체 소속 연주자 섭외가 교향악축제의 의미를 상실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경쟁의식으로 인해 무리하게 객원 연주자와 지휘자를 영입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킨 초기 교향악축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 공연 완벽한 연주를 원하는 관객만큼 기존 단원들 간의 진솔한 호흡을 바라는 관객이 있다. 이제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각 지자체를 대표하는 교향악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꾸밈없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바란다.

각양각색의 협연자는 교향악축제 최고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올해는 작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쿨 입상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군과 다소 익숙하지 않은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의 현악사중주 협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솔리스트들의 귀환이 두드러진다. 이를 비롯하여 인지도 높은 기성 연주자들의 협연은 연주회 구성과 예매율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하지만 매해 협연자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월간 객석』 8월호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교향악축제 협연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은 솔리스트들의 리스트가 따로 있을 정도다. 

이어 연주곡 레퍼토리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으로 14일간의 공연 기간 가운데 무려 6일 동안 베토벤의 곡이 프로그램으로 올랐다. 『월간 객석』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베토벤의 곡은 35회 무대에 올랐으며 브람스는 40회 연주되었다. 하지만 창작곡의 비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지금껏 신진 작곡가에게 주어지는 기회 창작곡 공모 당선에 따른 초연이 주를 이루었다. 고전적인 클래식을 선보이는 일에도 충분한 의의가 있겠지만, 창작곡을 자주 무대에 올려  신진작곡가에게 초연뿐 아니라 재연의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성을 꾀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번 교향악축제는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도 잘 마무리되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객석 띄어 앉기와 온라인 공연, 그리고 마스크를 낀 채로 연주하는 연주자들. 코로나19로 인하여 가장 많은 변화를 맞닥뜨린 사람들은 연주자들이었을 것이다. 연주자들 간에 띄어 앉기 때문에 교향악단 대부분은 본래 2인 1보면대 사용을 1인 1보면대 사용으로 변경하였다. 그로 인해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연주자의 수는 현저히 줄었고, 오케스트라의 전반적인 사운드 또한 많이 비었다. 지금 같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여 변수에 적응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국립발레단

올해 상반기 예정되었던 지젤 정기공연의 연이은 공연취소와 잠정적 연기는 관객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기에 몇 달의 공백을 가지고 선보인 ‘History of KNB Movement Series’는 그간 국립발레단 공연에 목말랐던 팬들에게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History of KNB Movement Series’는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이다. 이는 강수진 예술감독의 취임 이후, 타 예술보다 은퇴 시기가 빠른 무용수들의 고충을 덜고자 안무가로서 제2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5년간 펼쳐진 총 30여 개의 공연 중 7개만을 선정하여 무대에 올렸다.

음악계의 입장에서는 국립발레단의 위와 같은 취지와 함께 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스텝업 공연을 비롯한 프로젝트가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신진예술가 발굴이라는 의의뿐만 아니라 국내 무용계의 레퍼토리 확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텝업이란 국내 안무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 및 창작 활동 유도를 통해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방향성과 다양성을 탐색하고자 마련된 안무 공모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앞서 강조했듯 음악계에서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이 대부분 콩쿨이나 공모전 입상을 통한 초연에 그친다. 위와 같은 재연은 음악계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점이다. ‘요동치다’라는 작품으로 무대를 올린 강효현 안무가의 작품 ‘허난설헌(각주1)’이 2017년 초연 이후 매년 꾸준히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무대에 오른 점을 고려하면 그 어느 장르보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활동을 장려하는 프로젝트로 본받아 마땅하다. 

 ’History of KNB Movement Series’에서 선보인 7개의 작품 중 송정빈 안무의 “Amadeus Concerto”가 두드러졌다. 하나의 음악이 배경음악이 되는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무용음악의 경우, 제아무리 좋은 음악일지라도 텍스쳐가 두터우며 선율선이 잘 나타나지 않는 음악은 무용수들에게 해석의 어려움을 주기에 좋지 않다. 이 점에서 “Amadeus Concerto”의 배경음악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1악장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감미로운 선율 속에 성부의 움직임이나 선율의 반복을 통한 대조를 발레 동작에 반영해 잘 승화시킨 작품이었다. 곡의 트릴 부분은 재빠른 턴을 통해, 피아노 솔로의 서정적인 파트는 솔리스트의 손끝부터 우러나오는 우아함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민정 기자

kimj2000@karts.ac.kr

각주1) 당초 History of KNB Series 공연이 끝난 후 3주 뒤인 8월 22일에 공연 예정이었지만 보건당국의 코로나19 2단계 격상으로 인하여 취소되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