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미묘한: 정서영 작가 개인전 <공기를 두드려서 Knocking Air>

5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정서영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 타이틀은 <공기를 두드려서 Knocking Air>. 비물질적인 ‘공기’를 마치 물질처럼 ‘두드린다’니, 다소 낯설다. 더불어 영문 타이틀 ‘Knocking Air’는 ‘구글리쉬’다. 정서영 작가는 ‘공기를 두드려’라는 문장을 구글에서 번역해 전시의 영문 타이틀로 사용했다고 전한다. 이러한 작명 과정은 옳고 그름의 기준 밖에서 사물과 언어의 관계를 다루는 정서영 작가의 작업이 갖는 특성, 낯설고 물질적인 것을 나타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도자판 위에 유약으로 쓴 텍스트 드로잉 10점이 눈에 띈다.  ‘A hole Free/ Free and happy/ A big hole/ A bigger hole’, ‘우주로 날아갈 때는 코를 빼놓고 간다’, 등등. 전시 타이틀처럼 낯선 글들이다. 디스플레이에서도 텍스트 드로잉과 좌대의 결합을 통해 낯선 조합이 드러난다. 하지만 낯선 조합이 단순히 미묘한 감정을 끝으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낯선 조합은 ‘물질성’, 즉 드로잉의 물질성에 집중할 것을 유도하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물질성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텍스트 전체에서 비롯한다. 유약으로 쓰인 텍스트들의 번진 흔적은 도자판의 공간과 깊이를 뚜렷이 새긴다. 

깊이와 공간 그리고 물질성에 대한 이러한 심상으로, <호두*>,<호두**>,<호두***>(2020)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캐스팅된 호두 조각들이 세 개의 벽걸이형 쇼케이스 안에 들어있는데, 이 또한 낯설다. 호두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카키색의 호두와 적색의 나무 쇼케이스. 플라스틱으로 캐스팅된 호두와 호두가 되어가는 것 같은 호두. 몇 호두는 온전하지만, 몇은 온전하지 않다. 단면이 반듯이 잘린 게 있는가 하면, 무언가에 눌려 뭉개진 것들도 있다.

한편, 2층 공간에는 영상작업 <세계>(2019)가 독립된 공간에 놓여있다. 두 개의 호두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더욱 집중 할 수 있는 <세계>다. 단지 묘한 크랙의 차이를 지닐 뿐인 호두. 그리고 10분 25초간 진행되는 영상. 집중하면, 영상에서 들리는 소리부터 시작해 빛이나 그림자를 비롯하여 여러 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김진규 기자

jgkkimc@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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