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도자기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

공방동에 처음 가봤다. 미술원과 전통예술원 가장 끝에 있는 공방동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인상을 풍겼다. 무성한 풀들에 둘러싸여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러나 작업이 시작되면 무언가를 만드는 소리로 가득 차게 될 곳. 이런 곳을 관리하시는 분은 어떤 분이실까, 공방동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궁금해졌다. 조교실 문을 열자 높게 쌓인 기자재 틈 사이에서 정동균 기사님께서 나오셨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자 쪽 담당하고 있는, 도자기사 정동균입니다. 공방동에는 조교가 따로 없어요. 그래서 조교 일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도자 공방에서의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수업이 있는 날과 수업이 없는 날로 구분되는데요. 수업이 있는 날에는 수업 준비를 합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가마 점검, 수리도 하고 재료 준비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약 테스트도 하고, 여러 가지 재료들을 만들기도 합니다. 도자에 관련된 거는 다 맡고 있어요. 학생들이 물어보는 것에 대답하는 것부터, 재료, 가마실 관리, 기자재 관리 이런 모든 것들이요.

조금 샛길의 질문이긴 한데요, 가마가 고장 날 땐 어떻게 하시나요?

간단한 거는 제가 어느 정도 수리를 하고, 많이 부서졌거나 그러면 업체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죠. 아무래도 부속을 교체하거나 해야 할 때는 그런 것들을 공수해야 하잖아요. 간단한 수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주변에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것은 제가 생각해서 고치기도 하고 그럽니다. 그런데 수리할 게 되게 단순하거든요. 공방동에는 전기 가마랑 가스 가마가 있는데, 이 가마들의 구조는 되게 단순해요. 어렵진 않아요. 전기 가마 같은 경우는 가마의 열선이 고장 난다든가 벽돌이 깨진다거나 온도계가 소모되어서 교체해야 한다든가 하는 것이어서요. 그런 부분들은 제가 점검을 하고 테스트하죠.

이 일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도자 전공을 했고, 아무래도 도자 쪽으로 계속하다 보니까 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하면서 지금까지 왔네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대체로 평화로웠나요.

작업을 하다 보면 위험한 게 많잖아요. 사고도 나고, 위급 상황도 있고 그래요. 예를 들어, 얼마 전에도 유리 공방 쪽에서 너무 더웠는지 학생이 쓰러지기도 했어요. 목공실에서도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살짝 베이거나 이런 일들이 있죠. 그래도 안전 수칙을 지키기 때문에 큰 사고가 없긴 한데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긴 해요. 도자기 쪽에서는 흙을 믹싱하는 토련기에 손이 낄 수도 있는 위험이 있고. 가마도 제가 컨트롤하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런 것들을 제가 최대한 컨트롤하고 있어요. 제가 없을 때는 다칠 수도 있으니까,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보통 잘 지켜지고 있죠.

일하신 지는 몇 년 되셨나요?

8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도자기 공방을 보고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전 처음 와봐서인지 위치도 그렇고 학교 내 다른 공간들과 다르게 좀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공방동, 한예종의 공방동은 좀 특별한 것 같아요. 일단 깊숙한 곳에 있다는 점이 도심 속에 시골 같은 느낌, 그런 게 있어요. 풀도 많고 나무도 많잖아요. 꿩도 보이기도 하고, 매도 있고 그러거든요? 송골매 날아가는 걸 한 번 본 적 있어요. 그리고 공방동 안에는 수작업으로 할 수 있는 거리가 많잖아요. 유리공방 있고, 목공방 있고 모델실 있고. 여기가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다른 학교에 비해 시설이 되게 좋은 편이에요. 그런 건 좋은 것 같아요. 밖에서는 여기가 잘 안 보이지만, 안에는 작업하기에 좋은 요소가 숨어있는 것 같거든요. 학생들이 그래서 많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직접 공방에서 작품을 만드시기도 하시나요?

정말 특별한 일이 있거나 할 때는 제작을 하는데 평상시에는 안 한다고 볼 수 있죠. 요즘에는 다른 일이 많아서. 전시가 있거나 이럴 때는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안 한 지 좀 오래됐어요.

도자기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연스러움. 흙이 갖고 있는 재료적인 특성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흙은 굉장히 자연적인 재료잖아요. 그 자연적인 재료를 손으로 만지고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제작을 하고, 불로 굽잖아요. 그리고 도자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장 불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재료라는 점인 것 같아요. 제가 알고 있는 한, 이 세상에 어떤 것도 불에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거는 세라믹밖에 없거든요. 보통은 1250도까지 불을 때는데, 그 온도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거든요. 우주 왕복선의 맨 앞부분도 세라믹으로 제작을 한다더라고요. 대기권 밖으로 나갈 때 열이 발생하니까. 가장 불에 오래 버틸 수 있고, 가장 자연적이고 그런 장점이 있죠.

그럼 좋아하는 것을 일로도 하시는 거네요.

저는 흙 작업을 좋아하는 거죠. 흙 작업 자체를. 잘 맞는 것 같아요. 재료적인 특성이 잘 맞는 거죠. 흙이라는 재료가 잘 맞아서. 저는 좋다, 라고 얘기를 할 수가 있겠네요.

그런데 한편으론 도자기를 직접 만드는 것과 그런 공간을 관리하는 업무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만드는 업무와 관리하는 업무, 이런 것들을 구분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다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구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일상적인 행위와 작업이 구분되는 것도 아니구요. 하나의 습관처럼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모든 게. 그걸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고. 작업과 일을 구분하는 순간 그게 일이 되어버리고, 작업이 되어버리고. 틀이 생기잖아요.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그 자체만으로 다 포용이 되지 않을까. 그거를 즐긴다, 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걸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업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밥 먹는 것도 새로운 작업이고, 잠을 자는 것도 작업이고. 그거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죠. 저는 여기를 직장에서 일한다고 생각 안 하고 즐겁게 교류한다, 서로 소통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다른 분야의 조교님들께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어려운 거에 처한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그런 게 많은 것 같아요. 구분 짓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또 제가 뭐 가르쳐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학생들이 저를 가르쳐줄 수도 있는 거죠. 서로한테 배움이 있는 거죠. 저도 알려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알려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습득하고, 제가 모르는 것도 물어볼 수 있는 거고.

여기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전에도 도자기 작업을 저는 오래 했으니까, 되게 다양한 데서 일을 했죠. 학교도 여러 군데 다녔어요. 그 사이사이 아는 선생님들 작업장에서 일도 하고, 장작 가마 때는 데서도 일을 했고요. 작업하는 형들도 도와주고.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곳에서도 일했죠. 몇만 평 되는 곳에, 모듈 설치 규모가 어마어마해요. 나중에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실이나 그런 공간을 만들 때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간 거죠. 좀 더 업그레이드된 작업에 쓰임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학교는 세 군데 다녔어요. 학부 두 군데에 대학원을 나왔죠. 다 도예 쪽이었어요. 그래서 세라믹 쪽으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도자기 쪽으로 계속 나아가야겠다, 라고 생각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처음 도자를 하게 된 게 20살 때였는데, 작업장이 산 중턱에 있었어요. 그때 새벽까지 물레를 차는데 힘드니까 앉아서 쉬고 있었어요. 아침에 해가 뜰 때쯤 까지. 저기 산 쪽에서 해가 뜨는데, 햇빛이 물레에 비치면서 물레 위의 컵에 아지랑이 같은 게 올라오더라고요. 손의 열기 때문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거죠. 멋있더라구요, 그 장면이. 그 장면이 첫 번째 계기였어요. 그날 비가 엄청 왔었어요. 막 청개구리가 앉아 있고. 그날을 생각하면서 그 컵을 구워서 코발트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그걸 구워서 딱 봤는데, 그때 그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은 거예요. 그게 두 번째 계기였어요. 이게 멋있는 구석이 너무 많은 거예요. 멋있는 구석이 너무 많다 보니까 이거는 평생 해도 후회하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점점 드는 거죠. 그리고 세라믹은 엄청난 역사가 있잖아요. 그걸 알아가고 관련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이 과정이 되는 거예요. 도예가 그걸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열쇠가 되는 거죠.

인터뷰를 마칠 즈음, 정 기사님은 요즘 도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하는 게 마치 동지를 찾는 과정 같아서 즐겁다고, 여기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도자에 흥미를 붙이는 과정을 보는 것이 함께 도자를 좋아할 동지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고 하셨다. 도자기에 대한 사랑이 생생히 전해졌다. 

김세효 기자

sehyo001@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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