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사장(死藏/私藏) 사이: 영상원 작품 관리 규정 개정

작품의 사장(死藏)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된 영상원 작품 관리 규정

학교 측에 귀속되는 온라인 배급권, 영상 저작권자인 학생이 사장(私藏)을 원할 시엔?

지난 23일, 네이버 영상원 영화과 카페에 영상원 「작품관리·활용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한 개정안이 업로드되었다. 6월 8일 진행된 학과장 회의와 영상원 전체교수회의에서 개정된 새 규정안은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의 온라인 배급권이 학교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영화과 조교실의 공지 위주인 네이버 카페에 학생들은 스무 개가 넘는 학생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네이버 카페 게시글에 스무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린 것은 영상원 영화과 네이버 카페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김수랑(영화과 12) 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본 개정이 학생과의 협의 없이 진행된 게 문제인 것 같다. 구체적인 계약이 확정되지 않는, 일방적인 통보로 느껴진다”며 개정에 대한 의견을 표했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째서 이런 개정을 시행했을까? 개정안에 따르면, 첫째,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학교 자원이 투입되어 제작된 작품은 학교가 일종의 제작사 역할을 한 것으로, 학교는 작품에 대한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한편 저작권법 제 2조 14항에 따르면 “‘영상 제작자’는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있어 그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고 명시한다. 학교가 작품 제작에 있어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진다고 보기엔 영상원 내 과별, 작품별로 편차가 크다. 일례로, 영화과의 경우 수업과 관련된 사운드 편집실, 개인편집실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개별적으로 지원되는 것은 외장하드 정도다. 멀티미디어영상과의 경우 학년별 과실을 제공하고, 1학년 이후엔 개인별 지정 컴퓨터를 지원한다. 이렇듯 과별로 제작에 필요한 지원에는 차등이 있지만, 대체로 공통된 의견은 학교가 제작사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점이다. A 씨(멀티미디어영상과)는 “학교가 작품을 창작하는 데 있어 교육자의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제작비를 준 것도 아니고, 과제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주인 상황에서 학교를 제작사로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한국저작권협회 측도 “한 학교가 영상 작품의 제작자 역할을 한다는 건 여러모로 검토가 필요한 의견”이라고 언급했다.

둘째, 학교가 이러한 개정안을 내놓은 이유는 작품이 사장(死藏)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제4조 6항(홍보, 배급)에 따르면 “영상원 작품의 온라인 배급권은 학교가 위탁 관리함을 원칙으로 하며, 학교는 재학생 작품 제작비 지원 등 공익을 위해 작품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에 제공 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포함한 사용권을 기한의 정함이 없이 가진다.”. 작품의 사장(死藏) 방지를 위한 온라인 배급 자체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대외적으로 학교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증대하고, 영화제나 공모전이 아니고선 학생작품에 접근하기 힘든 관객들이 더 많이 작품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19의 여파로 ‘언택트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작품-관객 간에 더 활발한 소통의 경로가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작품을 제공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영상 저작물의 저작권자인 학생과 협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타 학교의 영상과는 어떨까? 이미 온라인 배급 시스템을 활발하게 실행 중인 타 학교의 사례를 알아보고자,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조교 한동희 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는 2008년부터 <미디어스퀘어>라는 서경대학교 영상 아카이빙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교내 기업이 서버를 관리하고 있으며, 매 학기 작품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또  “졸업 영화제가 따로 없는 서경대학교는, 매 학기 학교 작품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프리미어 오브 패션 영화제>를 연다. 이 영화제에 선정된 작품들은 작품이 나온 후 2년 뒤에 <미디어 스퀘어>에 업로드된다”고 언급했다. <미디어 스퀘어>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과 온라인 배급에 대한 학교-학생 간의 합의에 대해서는 “서경대학교 학생들은 매 학기 작품을 제작하며, <프리미어 오브 패션 영화제>로부터 영화 제작의 모티베이션을 얻는다. 매 학기 작품 제출 기한이 되면, <프리미어 오브 패션 영화제> 출품과 <미디어스퀘어> 온라인배급에 대한 학생 등의 동의를 서면으로 받는다. 일종의 영화제 상영과 온라인 배급에 대한 계약서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스퀘어는 12년 동안 학교 차원에서의 온라인 서버 지원, 학생과 학교의 상호 합의로 정착된 온라인 배급 시스템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영상원은 작품 관리 규정을 개정하면서 <미디어 스퀘어>와 같은 구체적인 온라인 배급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만큼,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상원 행정실 측은 “7월 1일 영화과 학과장과 학생 대표, 기타 의견을 내기 원하는 학생들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 규정 개정에 대한 확정 사항은 7월 1일이 지난 후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실 이 규정이 학교 규정집에 있는 정식 규정은 아니다. 01년도부터 지금까지 학과장 회의를 통해 개정되어 왔지만, 영상원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규정이다”라고 언급했다.

영상원에서 작품을 만드는 학생들 개개인은 작품의 저작권자다. 저작권자는 온라인 전송권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학교가 작품의 저작권자의 일부로써 권한을 행사하려면 과연 작품의 제작자로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찰해볼 때다. 작품의 사장(死藏) 방지를 위한 학교의 개정안에는 매력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이 사장(私藏)할 권리를 방지하고 있진 않은지, 고민해볼 때다.

강진솔

*사장(死藏): 사물 따위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지 않고 썩혀 둠

*사장(私藏): 개인이 사사로이 간직함. 또는 그런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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