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클래식 시장에서 살아남기

이루마와 비킹구르 올라프손을 중심으로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학창 시절 음악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감미로운 곡이 있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 통과의례라도 된 듯 모두가 그의 곡을 치고 싶어 한다. 바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이루마다. 그의 음악이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우르기라도 한 것일까. 최근 빌보드 차트를 역행하여 1위를 차지하며 유튜브 1억 뷰를 달성해 화제이다.

그가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규모가 이례적이다. 빌보드 차트에 오른 이번 앨범에는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리버 플로스 인 유(River Flows in You)’ 등 CF와 드라마에서 자주 접했던 연주곡이 수록됐다. 이 앨범은 2011년 발매 당시에도 클래시컬 차트 톱 10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금처럼 주목받진 못했다. 그가 이러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그의 잊혀가던 앨범을 한 유튜버가 영화 ‘트와일라잇’ 장면에 ‘리버 플로스 인 유’ 음악을 입히면서이다. 사람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그의 음악과 영화가 만나 생겨난 극적인 효과에 흥미를 느꼈다. 이후 폭발적인 음원 판매량과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 1억 뷰를 넘기며 6월 5일 기준 13주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루마 음악의 인기 요소는 무엇일까. 그는 대중성을 끊임없이 갈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이 듣기 어렵고 따분하다는 평을 받는 상황 속에서 그는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어떤 멜로디를 좋아할지는 불분명하지만, 대중적인 화음 진행은 어느 정도 규칙이 있다. 이런 화음 위에 선율을 새롭게 만든다.” (각주1)라고 밝힌 적 있다. 

이런 그도 색다른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데뷔 초에는 꿈에 그리던 전위적인 현대 음악을 발표한 바 있다. 20세기 서양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작곡가 존 케이지에 영향을 받은 음악으로, 피아노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루마와 뜻을 함께하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바로 색다른 해석과 편곡으로 주목을 받는 올라프손이다.

사실 그의 피아노 앨범 레퍼토리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피아니스트들이 작업해 온 고전적 레퍼토리와는 방향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현대와 바로크 시대의 조합. 바흐 주제의 음반에서도 순서를 섞고, 편곡해 연주했다. 그는 “늘 머릿속에 늘 4~5개의 녹음 아이디어가 있다”라며 “다음 앨범에서도 위대한 천재 한 명을 중심으로 다른 곡들을 큐레이션 할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그의 가장 최근 음반에서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라모를 중심으로 드뷔시의 몇몇 곡들을 추가하였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을듯한 두 시대의 곡이 한 앨범에 담긴 것이다. 그는 바로크와 20세기 음악의 결합에 대해 “다른 시대의 두 작곡가를 골라 불가능한 대화를 실현해보고 싶었다”며 200년 시차를 둔 두 거장이 동시대의 작곡가들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가깝기 때문”(각주2)이라고 설명했다.

기악곡을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하는 것은 물론, 그의 편곡과 해석력은 색다른 음색을 만들어낸다. 그의 음악은 피아노의 타건적 요소를 잘 살린 것이 특징이다. 피아노인 듯 아닌 듯한 새로운 음색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음악적 확고함은 그의 앨범 커버에서도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앨범에는 유독 물감의 색깔들이 눈에 띈다. 그는 “나에게 ‘도·레·미·파’는 ‘흰색, 갈색, 녹색, 파랑’”이라며 “음과 연결된 색은 음마다 늘 동일하게 강렬하게 떠오른다.”라고 전했다.

이루마와 올라프손이 수요가 줄고 있는 클래식 시장에서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해 최근 소비 트렌드를 잘 분석한 점, 동시에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이 뚜렷한 점이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21세기 음악 소비 트렌드가 여러 사람의 입맛에 맞추는 “대중성”을 추구하는 것이라지만,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 세계에서는 소비자들의 대중성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갈리는 편이다. 해석에 있어 고전적인 가이드라인이 늘 존재했던 클래식계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연주자에게 조심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해석과 기존 해석의 끊임없는 대화를 원하는 클래식 음악의 소비자들이 있다. 대중성과 개인만의 특징을 잘 담을 수 있는 해석이 21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 살아남는 법이 아닐까. 

김민정 기자

kimj2000@karts.ac.kr

각주1 “빌보드 1위, 유튜브 1억 뷰…데뷔 20년 이루마의 역주행” 『중앙일보』, 2020.05.20

각주2 “도·레·미가 하양·갈색·초록으로 보이는 이 남자의 음악은” 『중앙일보』,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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