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올여름,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 <승리호>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승리호>는 영화 <늑대소년>을 연출했던 조성희 감독의 차기작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인만큼 2020년 충무로의 대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제작비는 무려 240억이다. 현재 공개된 예고편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의견이 오가고 있다. 또한 <건축학개론> 감독으로 잘 알려진 이용주 감독의 SF 영화도 올해 개봉한다. 제목은 <서복>으로, 복제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동안 한국은 SF 불모지였다. 이는 영화, 문학, 드라마 등 대다수 분야에서 마찬가지였다. 간간히 SF 영화가 제작, 개봉되긴 했지만 큰 호응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가 9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사례 이외에 한국의 SF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은 거의 없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인랑>의 경우 230억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음에도 총 88만  관객에 그치며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했다. 이전의 SF 영화들인 <7광구>, <루시드 드림> 등 역시 흥행에 번번이 실패했다.

국내 SF 영화가 외면 받은 것엔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2007년 전자신문이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이 한국 SF를 보지 않는 이유로 ‘스토리가 재미없어서’ 라고 답했다. 이는 비단 과거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최근까지의 SF 영화들이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데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바로 부실한 스토리다. 230억의 제작비로 특수효과와 웅장한 세트 등 시각적인 볼거리에 큰 공을 들인 <인랑>의 관객 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개연성 없는 스토리에 대한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에 SF 컨텐츠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특히 컨텐츠를 제공하고, 컨텐츠 트렌드를 견인하는 문학계에서 SF는 한때 외면당하는 장르였다. SF 소설들은 기고할 만한 문예지를 찾지 못했고 그나마 SF 소설들을 발굴하던 전문지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웹 시장이 발달하며 웹진의 형태로 SF 소설들이 출간되긴 했지만, 이마저도 작가가 사비로 자신의 글을 기고해야 했다.

그러나 과거의 부진을 비웃듯 현재 한국 문학계는 SF 소설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2016년 만들어진 과학문학상이 큰 역할을 했고,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SFWUK) 설립 등 여러 요인들이 맞물려 SF 소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제2회 과학문학대상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는 오늘의 작가상 또한 수상하며 SF 문학의 보편성에 큰 역할을 했다. 김초엽 작가뿐만 아니라 현재 활발히 활동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정세랑 작가 또한 SF로 작품을 시작했다는 점이 SF 소설에 대한 관심을 더욱 환기시켰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SF 소설 출고는 2017년에 9.6%, 2018년 117%, 2019년 35.7%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SF 소설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꾸준히 SF 소설을 써오며 한국의 ‘테드 창’으로 불리던 김보영 작가는 미국 최대 출판사인 하퍼 콜린스와 3편의 단편번역 출판권을 계약했다. 2021년에는 하퍼 콜린스와 계약한 마지막 단편이 출판될 예정이다. 그녀의 몇 작품들은 작년 중국의 웹진에 소개되며 40만 뷰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화 <승리호>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약 650만 명의 관객이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타이틀은 <승리호>가 넘어야 할 산이지만 한편으론 영화의 최대 관람 포인트다. SF가 다시금 주목을 받는 이 시점에서 <승리호>가 앞으로의 영화 시장에 시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일까. 물론 다가올 여름에 드러날 <승리호>의 성적을 기대하며 일희일비하기는 이르다. 무한한 SF의 세계는 이제 펼쳐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세효 기자

sehyo001@karts.ac.kr

참고 기사 

“미래로 쏠린 눈…한국 SF 꽃길 걸을까?” 『한겨레』, 2020.01.05.

“[콘텐츠산업의 광맥 `SF`](1)상상력을 키우자” 『전자신문』, 2007.10.26.

“한국 SF문학 빅뱅이 시작됐다” 『동아일보』,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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