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나온 간송 불상, 어떻게 바라보는 게 좋을까?

미술이론과 조인수 교수 인터뷰

“미술관 재정난은 종종 있는 일… 소장품 처분은 불가피할 수도 있으며, 꼭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지난 5월 21일, 간송미술관에서 재정난의 이유로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여래입상을 경매에 내놓았다. 이 두 보물은 간송(澗松) 전형필이 수집한 문화재 5000여 점 중 하나로, 간송미술관이 문을 연 8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일과 관련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조인수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였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재정난으로 인해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부쳤는데, 본래 국보나 보물을 경매를 통해 팔 수 있는 건가요?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지정문화재 제도에 따라 중요한 미술품을 국보 또는 보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오래전에는 국보나 보물을 판매하려면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했었지만, 이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고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개인이 소유한 국보나 보물도 얼마든지 사고팔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 보물을 경매에 부친 사례가 있나요?

계상정거도

물론 있습니다. 천 원짜리 지폐의 도안으로 사용된 정선의 <계상정거도> 역시 보물이었는데 경매에 나왔고 삼성문화재단에서 입수했습니다. 최근에 부쩍 국보나 보물이 경매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은데, 이는 미술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측면으로도 여겨질 수 있기에 그다지 이상하거나 비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두 작품의 추정가가 약 15억 원이라 하는데, 이러한 금액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요? 그리고 이 가격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미술품이 시장에 나오면 다른 상품들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됩니다. 다만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가격의 등락이 심한, 심지어 토지나 주식보다도 훨씬 예측하기 힘든 상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앞서 말한 <계상정거도>의 경우 경매에 나오기 직전에 진위논란으로 한참 시끄러웠음에도 불구하고 34억 원에 낙찰되어 많이들 놀랐습니다. 이번에 나온 불상은 충분히 추정가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미술품은 현재 너무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서, 그리고 현대 미술품에 비해서 지나치게 싸다는 것입니다. 작년 김환기의 <우주>라는 현대 미술품이 132억 원,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53억 원에 팔렸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여러 소장품 중, 굳이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 입상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소장품 중에서 불교미술품은 처분하고 도자기와 회화 등에 주력하겠다는 것인데,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에서 소장품 매각(Deaccessioning)은 최근 자주 있는 일인데, 마치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싸지만, 활용도가 낮은 백인 남성의 비구상회화를 처분하여 여성이나 성소수자가 제작한 미술품 여러 점을 구입함으로써 소장품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이지요. 간송미술관의 경우에는 다른 소장품을 확충하기 보다는 미술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려고 했을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재정난이 이토록 심각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간송미술관이 성북동에 위치했을 땐, 오랫동안 수익사업을 하지 않았어도 그럭저럭 품위 있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 년에 봄, 가을 두 차례만 전시할 적에 진열장이 낡았네,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네 등등 각종 불평을 언론에서는 쏟아 내었습니다.

저는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입이 떡 벌어지는 미술품을,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었기에 한없이 행복했고, 저와 같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너무 폐쇄적이라서 연구자들에게 조차도 작품을 안 보여 준다고들 비판하지만, 한 십 년 개근하며 전시를 보러 다니면 어지간한 간송의 명품은 다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단을 설립하고 DDP와 협력하며 대구에도 분관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사업을 펼치면서 아무래도 지출이 증가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간송의 과감한 변신에 열광했던 것도 잠깐이며 이번 경매는 그 후폭풍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막대한 상속세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27일 진행된 경매에서 입찰자가 없어 경매가 유찰되었다고 하는데, 유찰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개인이 거액을 들여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상한 편견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게다가 언론에서 워낙 호들갑을 떨어서 필요 이상으로 이목이 쏠리는 바람에 사고 싶었던 사람도 그만큼 부담이 컸을 것입니다. 이렇게 유명해진 미술품을 소장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기회였을 터인데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두 보물의 매입은 어디에서, 혹은 누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좋아하는 사람,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면 되겠지요. 여기저기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하던데 저는 반대합니다. 부실하게 경영한 회사에 무리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과 같은 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간송미술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술품을 정상적으로 거래하겠다는데 도대체 왜 자꾸 국가에서 개입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젠틀 매드니스>라는 책을 보면 희귀본 고서적에 점잖게 미쳐버린 수집광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 사람은 평생 모은 귀한 책들을 죽기 전에 도서관에 기증하지 않고 다시 경매에서 몽땅 처분합니다. 자신이 책을 모으면서 느꼈던 희열을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미술품을 모으는 것은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지요.

간송미술관의 재정난과 이로 인한 소장품 매매 사태와 관련하여, 재정난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문제를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수입원이 변변하지 않은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재정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종종 있는 일입니다. 간송미술관을 가까이서 보며 저는 오래전부터 미국의 반스컬렉션의 사례와 비교했습니다.

반스 박사는 신약 개발로 엄청난 돈을 벌은 후, 일찍부터 세잔, 피카소 등 현대미술의 대가들의 작품을 많이 수집하여 필라델피아 근교 자신의 저택에 미술관을 세우고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 재단은 점차 재정난에 빠졌고 결국 그가 그렇게 혐오하던 콧대 높고 탐욕스러운 정계, 재계, 미술계 인사들이 작당하여 주옥같은 미술품을 뻔뻔하게 탈취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반스 박사는 미술관이 비영리 교육재단으로 활용되길 바란다는 뜻을 유서에서 분명히 밝혔지만, 필라델피아 시정부가 재정 부실을 핑계 삼아 이를 무시하고 반스 컬렉션을 시내로 옮겨 관광명소로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은 <탈취당한 미술품(The Art of the Steal)>(2009) 이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에 상세히 나옵니다. 물론 새로 지은 반스미술관에 가보면 상당히 좋은 곳이지만 설립자의 의도는 완전히 묵살되었기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간송미술관의 경우에도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여 문화적 독립을 추구한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재정난과 편의성을 핑계 삼아 문화산업과 상품 논리에 굴복하고 편승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굳이 다른 현대식 미술관처럼 되려고 하지 않아도 한국의 마지막 개인 수장가의 염원이 올곧게 살아있는 보석 같은 미술관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화상품을 팔거나 카페를 차리기보다는 후원회를 활성화하는 것 같은 방식이 좋을 것입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간송의 뜻을 지키고 만인의 공공 유산으로 남기 위한 것이라면 일부 소장품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으며, 비난받을 일은 더더구나 아니지요.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번 일을 놓고 충격이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평소에 관심도 없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다가, 갑자기 난리가 난 것처럼 떠드는데, 아마도 금세 관심이 사그라들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전통 미술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여하튼 간송 선생님 덕분에, 앞으로 어찌 되던 간에, 간송미술관의 문화재는 최소한 우리나라에는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집니다.

민효원 기자

mhw811@karts.ac.kr

김진규 기자

jgkkc123@katr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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