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퇴실 조치합니다”

천장관의 코로나19 재확산 대처와 학생 인권

이태원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5월 29일부터 6월 1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실시되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의 주거를 담당하고 있는 천장관 또한 5월 9일 토요일부터 즉각적인 대처에 들어가 이태원 클럽 방문자 및 단순 방문자의 자진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드러난 천장관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와 행정 절차상의 부실함은 학생의 인권을 전혀 배려하지 못했다.

천장관은 이태원 발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되자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이태원 클럽 방문 및 단순 방문 사실의 즉시 신고를 요청하였다. 자진 신고 요청 문자가 발송된 시각이 5월 9일 토요일 오후 8시 즈음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우리 기숙사 안내실에 자진 신고했을 것이다. 자진 신고의 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이름과 학번, 소속원, 방문 동선을 서면으로 작성한 뒤 제출하는 것이 전부였다. 안내실 직원은 학생에게 가도 좋다고 안내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뉴스와 재난 문자를 통해 공표되는 방문 동선 정보 제공의 절차를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상호 간 협조적이고 합리적인 예방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이후 이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안내실 직원이 자진 신고자를 찾아와 격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때 자진 신고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해야 삼십 분가량이었으며, 얼마간 격리를 해야 하나는 질문에 안내실 직원은 뚜렷한 대답을 내어놓지 못하고 대충 챙기라는 말만 반복했다. 자진 신고자는 천장관 1층에 마련된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가 격리를 실시하게 되었다. 안내실 직원은 가장 초반의 자진 신고자 중 한 명에게 게스트 하우스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너 이제 나돌아다니면 안 돼.” 자진 신고자의 이태원 일대 방문은 생계를 위한 일이었으며 방문 동선에 이태원 클럽이나 그 인근 주점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쉽게 무시되는 기분이었다.

이후 천장관 담당 행정 직원으로부터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안내실 직원에세 유선상으로 부탁하라는 문자가 발송되었다. 안내실 직원은 모두 남성이다. 짧은 격리 준비 시간으로 인해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잊은 물품, 특히 속옷이나 여성용품을 한 번도 써 보지 않았을 중년 남성에게 부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자진 신고자가 제공한 방문 동선은 다음 월요일이 되자마자 학교 내부에 전부 공유되었다. 해당이 없는 자진 신고자에게 큰 부담이 될 문제는 아니지만, 해당 시기 해당 클럽을 방문한 성소수자 학생이라면 본인의 섹슈얼리티가 동의 없이 공표되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천장관은 공익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자진 신고자의 방문 동선을 학과 사무실에 고지하였고 이를 자진 신고자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이는 심각한 수준의 인권 위협이다.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인한 인권 위협 문제가 아니더라도 천장관의 행정적 대처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5월 10일 일요일 20시 26분에 발송된 문자에 의하면 우리 기숙사는 “다중이용 시설공간”이라는 것을 근거 삼아 학생을 격리했으며 이는 “예방차원”의 조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태원 단순 방문자의 경우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으며 검사 대상자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검사를 진행하고 싶다면 본인이 직접 검사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자진 신고자들은 공익을 위하는 마음으로 학교의 지시에 순응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로 확인한 결과 다중이용 시설에서 코로나19 재확산 대처는 오로지 학교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우선은 학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기숙사가 뚜렷한 행정적 대책 없이 우선적으로 자가 격리를 시행한 것에 잇따른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격리 기간에 대한 문제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내 코로나19 의심자,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방문한 자의 격리 기간은 보통 14일 전후다. 천장관은 학생들에게 3-4일 동안의 자가 격리를 요구하였다. 이 격리 기간은 어떤 지침을 기준으로 책정하였는지 알 수 없으며 상당히 자의적이다. 더 나아가 자가 격리 대상자가 점점 늘어나자 천장관은 극단의 조치를 하기에 이른다. 모든 자진 신고자와 자진 신고자의 밀접 접촉자, 즉 두 명의 룸메이트를 1주일 동안 퇴관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해당자가 정말로 코로나19 감염자이고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이 본가라면 서너 시간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해야 한다. 와중에 다른 사람들과 수없이 마주쳐야 하는 것이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조치다. 기숙사 입주 비용에 관련한 내용도 안내되거나 언급된 바 없다. 다만, 조치를 따르지 않는 입주생과 이태원 방문 미신고자에 대하여 기숙사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통보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후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천장관은 검사 결과 음성인 학생들의 격리를 해제하며 기숙사에 계속 머물러도 좋다는 내용을 전화로 전달하였다. 

격리 비용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5월 18일자 본부 코로나 대응 행정 T/F 회의에서 제24대 총학생회 ‘불꽃’은 관련한 내용을 학생과장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학생과장의 대답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배달 영수증을 모아두라고는 얘기했지만, 격리 비용 지불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와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학생에게 배달 음식 비용은 적지 않을 돈일뿐더러, 금액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천장관이 격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경제적 상황에 관한 세심함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격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당초의 격리 결정에서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학생과장은 덧붙여 이에 대해 천장관 자치회와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했으나 이후의 절차나 논의에 대해서는 격리 대상자에게 전해진 것이 없다.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에게 천장관은 또 하나의 집이다. 따라서 학생이 천장관에 머물 때 천장관은 학생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천장관의 행정 절차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학교에서만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였으며 여기서 학생의 인권은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학교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진 신고자 및 격리 대상자의 인권과 주거권이 침해된 국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같은 일의 재발을 방지하고 순간을 모면하는 식의 행정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모든 의사소통이 “즉시 퇴실조치”, “바로 퇴실조치”, “피해 발생 시 책임을 묻겠다” 등의 위협의 어조로 진행된 것에 대하여 모든 학생에게 사과해야 한다.

한편 지난 5월 8일 당선된 제18대 천장관 자치위원회는 5월 21일 목요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고 기숙사비 일부 환불 문제와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는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행보다. 천장관 자치위원회의 효력은 상당 기간 의문에 부쳐진 바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자치위원회의 유명무실함을 타파하고 학생 주거권 수호에 일조하는 기구로 자리매김하여야 할 것이다.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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