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

몇 주 전 「일간 이슬아 /  친구 코너」를 통해 홍은전 작가의 글을 소개받았다. ‘비질’에 다녀와 쓴 글이었다. 비질은 도살장으로 가서 공장식 축산이 가린 폭력에 직면하는 활동이다. <도살장 앞에서>라는 제목의 그 글(한겨레 20.02.17 칼럼 면에도 게시됨)을 읽고 나서, 도저히 고기를 먹기가 힘들어졌다. 우리학교에도 고통을 느끼는 동물들의 몸을 먹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애니메이션과 이민종

채식을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시작하셨나요?

저는 약 7개월 동안 페스코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계기는 환경 때문이었어요.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아요. 무서워서 신경을 쓰는 관심.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생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하는 고기를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채식을 시작할 쯤에,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유행하고 있었어요. 매일 돼지를 생매장하는 뉴스를 보는 게 너무 끔찍했죠. 우리는 고기를 먹지 않아도 안 죽잖아요. 근데 내가 한 입 맛있게 먹기 위해 쟤네가 죽어야 하는 게 이상했어요. 내 식사를 위해 다른 생명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졌어요.

주변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전 말다툼에 능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을 굳이 설득하려고 하지는 않는데요. 다행히 과 친구들이 채식을 하거나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되게 많아요. 같이 식당을 갈 때도 고기 메뉴가 아닌 메뉴를 파는 식당을 살펴보고 가요. 아니면 전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딱히 어려움이 없어요. 가족들도 다들 환경에 관심이 많아요. 저희 집은 분리수거도 되게 철저하게 하고요. (웃음) 저는 본가에 있으니까 집에 채소가 많아서 요리도 다양하게 해먹을 수 있고. 제법 순탄한 것 같아요. 평소에는 괜찮지만, 예외적으로 난감할 때가 있기는 해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구정 연휴 기념으로 원장님이 돈가스를 사주셨어요. 미리 주문해놓으신다고 저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다 요리가 나와버려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네요.

공유하고 싶은 채식 레시피

마늘이랑 파를 기름에 볶아서 향을 낸 다음에 청경채와 팽이버섯을 볶아요. 굴소스와 간장으로 간을 하고 쥐똥고추를 넣어 마무리하면 됩니다.

추천하고 싶은 책 

채식하기 전에 하재영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개 식용에 대한 책인데, 개고기에 관한 논쟁 중에 “그럼 개만 먹지 말아야 하냐, 소랑 돼지는 뭐가 다른 거냐?”하는 질문이 많지 않습니까. 이 책은 “소랑 돼지도 안 먹는 게 좋다. 왜 소, 돼지도 먹고 개도 먹으려고 하냐. 한 마리라도 안 먹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말하고 있어요. 또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거기 일하는 분들도 돼지들이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사는 걸 알고 있거든요. 도축할 때는 물론이고. 육류 산업은 거대한 자본과 맞물려있어서 개인이 동물들에 대한 고통을 인지하는 것과 별개로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농장에서 한두 명의 개인이 만드는 게 아닌, ‘산업’이다 보니 저 혼자만 철저하게 안 먹는 것보다는 다 같이 적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채식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고, 탄광촌에 사는 하층민에 대한 이야기예요. 저는 비시사적인 이야기를 좋아해요. 사람들이 주로 얘기하지 않는 것이 더 흥미로워요. 고기가 되기 위해 동물이 어떻게 잔인하게 길러지고 죽는지를 강조하는 콘텐츠들이 있잖아요. 그것도 좋지만, 충격요법에 지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충격적인 이미지는 오래 남겨지기 어렵잖아요. 계속 곱씹기가 껄끄러우니까 금방 잊기 쉽죠. 이 책 속 탄광촌 사람들을 보면서 닭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어요. 고기가 되는 그 동물들을 사육하는 노동자들이요. 동물권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 노동자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니까. 

영화과 정빛아름 

채식을 언제부터 무엇때문에 시작하셨나요?

올해 1월부터 페스코 채식을 해오고 있습니다. 채식은 몇 년 전부터 제 삶의 화두 중 하나였어요. 처음 채식을 결심하게 된 것은 공장제 도축 시스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였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생명을 살육하지 않고 ‘상품화된(=물화된)’ 고기를 소비하잖아요. 마트에서 파는 소시지와 돼지갈비를 보면서 우리는 살아 숨 쉬는 돼지나 그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죠. 생산과 소비의 거리가 멀수록 소비의 책임은 약해집니다. 저는 제가 살육할 수 있는 만큼만 소비하고 저의 육식에 책임을 지고 싶었기 때문에 페스코 채식을 선택했어요.

이후 의지가 약해져 또다시 고기 소비를 하다가 올해 초 문득 보게 된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 덕분에 다시 채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채식을 결심하게 된 것은 이전과는 달리 좀 더 감정적인 이유였어요. 영화 <옥자> 속에서 주인공 소녀인 미자가 슈퍼돼지 ‘옥자’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반려동물 까뮈를 떠올리게 되었거든요. 누군가에겐 돼지와 소도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반려동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동물을 살육하는 과정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또는 현장에서 채식을 하는 것은 어떤가요? 

올해 1월부터 채식을 해오면서 학교 현장에도 몇 번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효율이 최우선과제인 촬영 현장의 특성상, 개개인의 취향과 신념을 존중받기는 힘듭니다. 저 스스로도 그러한 배려를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요. (저는 제 감정과 신념에 따라 채식을 선택하고 있지만, 비채식인을 윤리적으로 비난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육식의 즐거움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자신을 위한 선택권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촬영 현장에서는 급식 형태로 식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듣고, 혹시 고기반찬만 나올 경우를 대비해 김과 야채죽을 상비해서 다니곤 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본인이 먹을 야채를 준비해 다니는 것처럼 채식인도 자신만의 식단을 준비해서 다니는 것이죠.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채식’이 익숙한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학교 현장에서는 미리 채식 여부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채식을 한다는 말에 특이하게 보는 시선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 중에 비건이 있는가요?

가끔 만나는 친구들 중에 비건이 있어서 최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비건 세 명이 포함된 모임이다 보니 자연스레 식당을 정할 때도 채식 식당으로 정하게 되었고, 식사 시간 내내 채식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 친구로부터는 페스코 채식이나 락토 베지테리언 등, 어떤 동물의 종(種)을 기준으로 채식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전해 들었는데, 제가 선택한 페스코 채식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어서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같은 결의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같은 지향을 가진 친구를 만나는 경험은 무척 행복한 일 같습니다.

공유하고 싶은 나만의 채식 레시피 또는 식당

얼마 전 친구들과 갔던 채식 식당인 <다이너 재키>를 추천하고 싶어요. 망원 쪽에 있는 식당인데, 가게도 무척 크고 인테리어도 편안하고 세련되었답니다. 채식 식당들이 주로 그런 것처럼 가격대는 약간 있는 편이지만 무엇보다 음식이 신선하고 맛있어요. 독특한 식감의 두부 튀김을 올려주는 튀긴 두부 샐러드 볼을 추천합니다.

자취생이라 채식 요리도 많이 해먹는 편인데, 요즘에 빠진 메뉴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채식 볶음 라면이에요. 물 200mL 정도를 프라이팬(*중요)에 끓이다가 채소라면의 라면사리(버섯이나 감자를 같이 넣어도 좋아요)를 넣고 끓입니다. 라면이 어느 정도 익으면 스프를 반절만 넣고 뚜껑을 덮어 끓여요. 그러면 물이 증발하면서 국물이 없는 볶음 라면이 되는데, 여기에 참기름과 후추를 넣고 그릇에 담아내면 완성! 채식을 하면 직접 요리를 해 먹어야 해서 귀찮은 경우가 많은데 채식 라면은 덜 번거로워서 자주 해 먹는답니다. 채소라면은 오뚜기 채황을 추천해요!

추천하고 싶은 영화

<옥자>를 추천하고 싶네요. <옥자>는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 대해 다룬 영화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생명을 상품으로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영화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옥자>의 결말부에서 미자는 옥자를 구출하는 데에 실패하고, 대신 ‘금돼지’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옥자를 구매해요. 시스템을 격파하는 데 실패한 것이죠. 하지만 아기 슈퍼돼지 한 마리를 대가 없이 몰래 구출함으로써 또한 이 시스템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기도 해요. 채식주의 외에도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영화 <옥자>를 추천합니다.

하고 싶은 말

사실 완전한 비건도 아니고, 매번 채식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기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 조금 민망했었는데요. 중요한 것은 채식을 실제로 행하냐 행하지 않냐의 문제보다 채식 담론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철학적, 사회적 논점들(환경 보호적 측면까지 포함한)에 대해서 우리가 함께 고민하는 것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채식을 지향해, 라고 말함으로써 평소에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이 채식주의자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인 것 같습니다. 

김가은 기자

gaeun0826@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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