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의원회, 아직도 없나요

「고등교육법」에 의거 대학교 내 대학평의원회 설치는 필수… 그러나 학교 측은 설치요구에 묵묵부답

2017년 11월 28일 「고등교육법」 제 19조의 2항(대학평의원회 설치 등)이 신설되고, 2018년 5월 29일 이가 시행됨에 따라 모든 국공립 대학들의 대학 평의원회 설치는 의무가 되었다.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 제 26조의 2항에 의해 이미 2006년도에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된 상태다. 즉, 국공립 학교들의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12년 정도 늦은 셈이다. 대학평의원회가 학내 민주주의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만큼 이 늦은 의무화는 씁쓸하면서도 기쁜 소식이 되었다.

대학평의원회란

대학평의원회의 가장 큰 역할은 학내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제 19조 2항(대학평의원회의 설치 등)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대학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다른 법률에 따른 학교법인 임원 또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에 관한 사항(사립학교 한정)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사항 등에 대해 심의하는 기구이다. 대학평의원회는 위의  사항에 대해 학교의 장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학교의 장은 이 요구에 따라야 한다.

  대학평의원회는 11명 이상의 평의원으로 구성된다. 구성원은 교원, 직원, 조교, 학생 등이 포함되며 각 구성원의 대표 격인 사람이 평의원으로 임해야 한다. 이외에도 동문이나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등이 평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다. 이때 한 집단이 전체 평의원 수의 과반을 넘겨서는 안 된다. 이는 평의원회 내의 민주적 결정을 위한 것이다.

  물론 대학평의원회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먼저 평의원회는 의결권이 없다. 여러 사안에 대해 심의를 할 수는 있지만, 심의한 내용에 법적 효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안의 검토 및 토론이 가능할 뿐 실질적인 결정까지 밀어붙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즉, 대학평의원회가 심의가 가능한 기관이 된 것이지, 그들의 심의가 강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는 것이다.

구성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은 평의원의 수를 최소한으로 두고 있었으며 학생과 교직원의 참여는 교수와 동문 참여보다 현저히 적었다. 2019년 사립학교 133곳 기준 90곳이 법정 기준 최소 인원인 11명의 평의원을 두고 있었다. 법을 어기고 11명 이하의 평의원을 둔 대학도 2곳 존재했다.

  구성원 중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현저히 낮았다. 학생 평의원이 두 명인 학교가 45.9%, 한 명인 학교가 44.4%로  대학평의원회의 대부분이 학생 평의원 수 1~2명에 그쳤다. 국공립대학 역시 학생평의원의 비율은 17.3%로 적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대학평의원회의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기존의 수직적인 의사결정이 아닌 학교 내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학은 규모가 크며, 그 안의 구성원도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이에 따라 구성원들의 충분한 토의 없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결정은 결정권자인 소수의 입장만 반영하게 되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평의원회는 독단적인 학교 운영에 제동을 걸어줄 수 있다. 특히 이는 학교 운영의 중심적인 사안을 심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대학평의원회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개정안, 즉 대학평의원회 강화 3법이 정의당 여영국 의원에 의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이 개정안은 학생의원의 비율을 늘리고 평의원회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만약 대학평의원회 강화 3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학평의원회는 본 취지에 더욱 걸맞은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 학교에도 대학평의원회가 존재하나요?

「고등교육법」 에 따라 전국의 모든 학교는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의 국·공립대학교(일반 28교, 교육 10교, 국립대법인 2교) 40개교를 바탕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대학은 21개교로 전체의 55.3%를 차지했다. 이 중 평의원회 규정조차 마련되지 않은 대학은 18개로 전체의 47.4%에 달했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고등교육법」 제 19조의 2항에 따라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해야 함에도 우리학교는 아직 평의원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학교 총학생회 ‘불꽃’과 전국대학노조 한국예술종합학교 비정규직 지부 ‘우리내일’은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법안이 실행된 이후 ‘우리내일’은 ‘대학평의원회의 설치 및 운영을 위한 TF팀’을 구성하라고 지속해서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내일’의 성명문은 학교 측이 1년이 넘도록 이러한 요구를 무시해왔으며,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지가 없다는 점을 성명문에 명시했다.

제24대 총학생회 ‘불꽃’ 또한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대학평의원회 설치는 총학생회 ‘불꽃’의 공약이기도 했다. 

  ‘불꽃’은 지난 4월 17일 학교 본부에 대학평의원회 설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불꽃에 따르면, 학교 측은 “코로나19 대응과 학교 이전 등 현안 사항 처리로 인하여 관련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반기부터 타대학 사례를 참고하여, 대학평의원회 운영 여부와 관련한 TF 구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입니다.”와 같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불꽃은 성명문을 통해 △대학평의원회 설치 요구에 즉각 응답 △대학평의원회 설치 추진위원회를 구성 △대학평의원회 설치 추진위원회에 학생과 직원의 참여를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평의원회 설치 연대 서명을 요청하며 관심을 촉구하는 중이다.

평의원회 미설치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딱히 없다는 점 역시도 현 사태를 키웠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학 구성원의 주요 의사결정 참여 관련 제도를 평가 항목으로 추가했다. 즉,  대학평의원회 존재 여부는 대학 내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 권한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이며 평의원의 구성은 어떠해야 이상적일 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지만,  이 모든 논의는 대학평의원회가 일단 존재해야 가능하다. 학교가 좀 더 민주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학교 본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김세효 기자 

sehyo001@karts.ac.kr

참고기사

이효석, “대학평의원회, 교수·동문이 63% 차지…학생 참여 늘려야”,『연합뉴스』, 2019.08.13.

박현철,“대학평의원회 강화 3법 발의돼, 대학 민주주의 강화되나”, 『숭대시보』,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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