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지도

미술 놓고 돈 먹기(2)

좋은 투자처의 조건

좋은 투자처를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지수와 가치평가 기준입니다. 가격 지수는 경제적 변동 상황을 가격 면에서 나타내는 수치로서, 수시로 변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의 가격 양상을 분석할 때 유용합니다. 맥도날드社의 햄버거 빅맥의 시간·지역별 가격을 바탕으로 계산하는 ‘빅맥 지수’가 대표적이죠. 가치평가는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대상에 대해 값을 계산하는 것으로서,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합리적이며 체계적인 기준을 세워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가 건물의 경우, ‘지하철역과 가까운가’, ‘유동인구가 많은가’, ‘배후세대가 충분한가’, ‘캡 레이트(Cap Rate)가 높은가’ 등이 상가 건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반도체 회사 주식의 경우 ‘앞으로 다가올 통신기술의 변화(AI, IoT, 5G 등)에 준비가 되었는가’, ‘치킨게임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가’, ‘좋은 경영자를 보유하고 있는가’, ‘주당순이익과 비교해 주가가 적절한 가격에 형성되었는가’ 등이 좋은 반도체 주식을 판단하는 기준이죠.

미술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술품 가격 지수와 적절한 미술품 가치평가 기준이 마련된다면, 미술품은 주식과 부동산과 같이 꽤 괜찮은 투자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품은 공급이 비탄력적이고(미술가들은 작업물의 가격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미술품을 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거래 빈도도 낮아 가격 지수를 산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작가의 생존 여부, 작가의 경력, 작품의 재료, 화풍, 작품, 비평가의 추천 등 너무나도 다양하며,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에 모호합니다. 또한 미술품은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현금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좋은 투자처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빌라의 주거 환경이 더욱 쾌적하더라도 아파트보다 매매가 어려워 비교적 낮은 매매가가 형성되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좋은 투자처가 되어야 하는데, 좋은 투자처가 되려면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순환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거래 방식이 필요합니다.

미술품 투자 나도 해볼까?

최근 새롭게 등장한 미술품 거래 방식인 분할 판매 서비스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분할 판매 서비스는 플랫폼 회사를 통해 미술품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구매하고, 자신이 지불한 금액만큼 해당 미술품의 소유권을 갖게 됩니다. 소유권은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보장되고, 이후 미술품 매매를 통해 판매 차익이 생기면 투자금에 비례하여 차익을 분할합니다(판매 기준은 각 플랫폼 회사마다 상이합니다). 플랫폼 회사들은 증권사 리포트같이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해당 작가가 제작한 다른 작품의 경매 이력 등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미술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한편 회사에 따라 소유권을 주식처럼 수시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최소 투자금액을 정해놓기도 하며, 평균적으로 1.5%~2%의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분할 판매 서비스 플랫폼은 아트앤가이드, 프로라타아트, 아트투게더 등이 있습니다.

분할 판매 서비스는 적은 자본금으로 고가의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고, 소유권 거래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수수료가 낮게 책정되는 등 기존 미술품 거래의 취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소유권이 분할되어 해당 미술품을 직접 소유할 수 없는 문제를 투자자 라운지(라운지에 구매가 이루어진 작품들을 걸어 놓습니다) 운영을 통해 상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할 판매 서비스 역시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미술품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가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미술품 선정 권한이 플랫폼 회사에만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또한, 김환기, 이우환, 천경자, 제프 쿤스, 앤디 워홀 등 이미 거래가 활발하여 위험성이 적은 기성 작가들의 작품들만 취급하기 때문에 미술 시장 자체의 규모가 커진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매입 가격의 기준, 판매 방식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투자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미술품 투자의 문턱을 낮추고 미술품 거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분할 판매 서비스는 그 의의가 있습니다.

미술, 어쩌면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이야기 

두 차례에 걸친 미술 시장 이야기는 더 많은 무명 미술 작가들이 발굴되고, 그들의 생계가 보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미술 시장과 새롭게 형성된 미술 시장에서 답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줄이고 음악처럼 일상 속에서 미술을 쉽게 즐길 수 있다면 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예술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도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무엇을 업으로 삼든,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보편적인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복지 정책이 만들어지기만 기다릴 수는 없죠. 유토피아적인 생각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자생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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