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

클래식 음악 카페 ‘콘체르토’ 김경훈 사장, 음악칼럼니스트 허명현 씨 인터뷰 

모든 것이 혼재해 있는 21세기 사회. 전공 간의 벽은 허물어진 지 오래이며 사람들의 직업 양상 또한 다양하다. 본 인터뷰는 비전공자이지만 특정 분야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고 계신 분들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하였다. 필자가 전공자라고 입에 올리기 부끄러울 만큼 예리한 시선으로 음악에 대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모습과 음악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이번 호를 통해 (1) 클래식 음악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 김경훈 씨와 (2) 음악칼럼니스트 겸 재단에서 근무 중인 허명현 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1)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콘체르토”라는 클래식 음악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등의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저 음악이 좋아 이런 클래식 전문 음악 카페를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2016년 2월에 천호(암사)동에서 가게를 오픈했고 이후 2018년 1월에 이곳 역삼동으로 이전해 지금껏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마흔 중반에 시작해서 이제 저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군요.

어떻게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

카페를 운영하기 전엔 저도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한참 직장생활 중이던 마흔 중반쯤의 시기에 장래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것이며 무얼 하고 살아야 할까? 라는 고민이었죠. 그때 약 2~3년의 기간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약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금의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음악 관련 책 외에도 다른 분야의 책이 참 많습니다. 사연이 있는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사연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사연이라는 게 다 제각각이라 그중 몇 권 정도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사마천의 <사기>입니다. 이는 고전 중의 고전이자 역사서로서 언젠가 한 번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김원중 교수의 책으로 읽게 되었고 계속해서 중국의 역사(서)에 심취하게 된 계기가 된 책입니다.

다른 책들로는 독특한 문체와 유려한 문장이 특징인 김구용 시인의 <삼국지연의>, 희재 언니의 죽음이 충격적이었던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인 <외딴 방>, 김형경의 <성에>, 은희경의 <새의 선물> 등이 있습니다. 더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들이 많지만 지면 관계로 이 정도만요.

왜 하필 ‘브루크너 말러’ 숭배소 일까요? 그들의 어떤 점이 좋으신지요.

제가 브루크너와 말러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고객들께 많이 들려드리고 음악감상회 때에도 그들의 곡들로 선곡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러던 중 한 고객이 우스갯소리로 “여긴 브루크너, 말러 숭배소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표현이 왠지 재밌어서 이따금 저도 한 번씩 쓰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스갯소리로요.

클래식 음악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갖가지 악기의 소리가 합쳐져 나올 때의 그 광대무변하고 찬란한 소리를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특히나 교향곡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브루크너와 말러의 음악은 기존의 교향곡들과는 다른 압도적인 음악적 쾌감을 줍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음악을 많이 들으러 오시나요?

딱히 어떠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많다고 특정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들로부터 70대 정도의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편입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클래식, 재즈 등 음악을 들으러 오시고 일부 고객들은 음악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음악과 함께 술 한잔 하러 오시는 때도 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시는 동안 보람을 느끼셨던 일이나, 아쉬움이 있었던 일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 보람을 느끼는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아쉬움이 더 많다고 말씀드려야 하는 게 저로서도 유감입니다. 저희가 매주 진행하는 클래식 음악감상회 종료 후 간혹 고객들의 표정에서 보이는 감동과 환희의 표정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 외에도 클래식 인구가 많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런 클래식 음악카페를 운영해 주어서 고맙다거나 힘을 내라고 응원해 주시는 경우도 감사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또 이곳을 음악감상의 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 장소로서 잘 활용해 주시는 단체들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도 그분들께 감사하고 저로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아쉬운 건 이곳을 찾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많지 않아 운영상의 어려움이 많다는 점입니다.

앞으로의 목표 또는 꿈이 궁금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게 참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지금 운영상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는 애당초 이 가게 운영으로 큰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이를 통해 최소한의 생계유지나마 된다면 더욱 바랄 것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저 바라기는 좀 더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께서 이곳을 찾아 주시고 널리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곳을 클래식 음악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듣기 좋은 곳(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게 제 꿈이고 목표입니다.

(2)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허명현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

제 삶의 대부분이 음악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과 제 삶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에 예술과 최접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했고, 그러던 와중에 현장에서 더 많은 일을 배우고 싶어 경기아트센터에 지원했어요. 오케스트라가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 등 현장에서 접하는 예술 분야는 예상한 대로 천지 차이네요.

오늘날엔 문화계 평론이나 기사 등을 볼 때, 비전공과 전공의 경계가 많이 흐려져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기존에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던 분들께서 활발히 활동을 해주고 계신 덕일 텐데요. 평론하실 때 비전공자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장점, 또는 비전공자이기에 느껴졌던 부족함 등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네 실제로 전공과 비전공의 경계는 모호해요. 저도 학부를 경영학을 전공했거든요. 실제로 동종업계에 일하고 계신 선배님 중에도 비전공이신 분들이 많아요. 물론 전공자만큼이나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죠. 그런데 전공과 비전공으로 분류해서 이 분야를 이해하는 건 무리가 있어요. 예술을 이해하는 것이 기술적인 일들만은 아니거든요.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관심이 필요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문학, 과학, 역사 등 오히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종합적인 사고가 가능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은 음악으로만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예술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해요.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좋은 안목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음악을 만드는 주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귀 기울이는 편이에요. 그 주체는 지휘자일 수도 있고 연주자일 수도 있고, 작곡가일 수도 있어요. 결국 음악도 하나의 언어거든요. 각 주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어느 순간 이 예술가와 지금 소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때가 가장 짜릿한 순간이에요. 특히나 그게 작곡가라면요.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시간을 초월해 소통할 수 있거든요.

클래식 음악은 비교적 전문적 지식(화성, 대위, 작곡기법, 연주기법 등등)이 많이 요구되는 음악 장르 중 하나입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따로 공부가 필요했으리라 생각되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채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오랜 시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화성이라든지 기본적인 음악이론 등은 친숙한 경우가 많았어요. 대학교 입학 후에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도 피아노 레슨을 주기적으로 받았는데, 이것도 의외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글을 쓰는 데 있어 참고하는 자료라든지, 글이 있나요?

가장 참고를 많이 하는 자료는 악보에요. 그야말로 음악의 설계도라고 볼 수 있어요.

고객자문단으로 일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예술의전당에서 2017년, 2018년 2년 동안 고객자문위원을 했었어요. 고객자문단은 고객의 대표로서 예술의전당과 이야기를 하는 포지션이에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라기보다는 매 순간 고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기관의 모습이 가장 기억나요. 어떤 의견이든 기록하고 진행 상황을 알려주셨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무언가가 채택되어 고객들이 편의를 누리게 될 때 큰 보람을 느꼈어요. 자판기 설치 등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었지만요. 공연장의 주인은 관객들이거든요.

경기아트센터에서는 어떠한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직장인 경기아트센터엔 입사한 지 2년쯤 되었어요. 대외협력실 언론 파트에서 일하고 있어요. 경기아트센터에는 경기필을 포함한 4개의 예술단이 있는데, 이 예술단들이 어떻게 대외적으로 브랜드를 가질 수 있을지 늘 고민하는 역할입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꿈이 궁금합니다.

공연 기획 등 최전선에서 일하는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말뿐인 전문가가 아니라 정말로 현장에서 가장 의지가 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최종적인 꿈이자 목표입니다.

김민정 기자

kimj2000@karts.ac.kr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