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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적 오류와 추상성 그리고 양가적 인덱스로서의 글리치 (1)

아주 최근에 글리치는 우리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글리치(Glitch)란, 컴퓨터가 디지털 사운드와 디지털 이미지를 출력하는 과정에 있어서 시스템의 일시적인 오류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글리치라는 용어가 최초로 기록된 바는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우주비행사 존 글렌(John Glenn)의 글에서 글리치는 전기적 흐름 속 전압의 변화 또는 스파이크(각주1)를 지칭하는 기술적 관점에서 어떤 문제들을 기술하기 위해 채택된 용어였다.(각주2)익히 알려진 글리치의 예시로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Welcome To Heartbreak〉의 뮤직비디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칸예 웨스트의 뮤직비디오처럼 글리치를 활용한 작업들은 의도적으로 글리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법들을 사용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형태로 글리치가 출현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데이터벤딩과 데이터모싱이 그에 해당된다. 데이터벤딩(databending)은 특정 포맷의 미디어 파일로부터 정보(각주3)를 조작하는 공정으로 다른 포맷으로 파일들을 편집하기 위해 설계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미지 포맷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인코딩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이미지 파일을 변화시키면 포맷에 따라 다른 종류의 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각주4) 90년대부터 글리치를 이용한 작업을 해온 벤자민 버그(Benjamin Berg)의 텀블러(stAllio!(각주5))에 접속하면 데이터벤딩을 활용해 만들어진 GIF, png 형식 등의 글리치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데이터벤딩을 거친 이미지에는, 우리 눈이 식별할 수 있는 특정한 형상들과 함께 누락된 데이터로 인해 알 수 없는 잔상, 컬러가 나타나는가 하면 추상화된 패턴처럼 보이는 픽셀만이 남기도 한다. 한편, 데이터모싱(datamoshing)은 MP4 또는 MOV 파일의 비디오의 아이-프레임(I-frames)과 피-프레임(P-frames)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프레임을 삭제하는 경우들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내보이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1) 키 프레임(keyframes)이라고도 불리는, 아이-프레임 즉, “인터(inter)” 프레임을 파괴하고 (2) 이미지 데이터는 포함하지 않고 있으나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픽셀의 추상적인 모션을 나타내는 예상 프레임(predictive frames)과도 같은 피-프레임을 남겨둔다. 그렇게 되면 실제 이미지의 주요 데이터는 제거되고 다음 클립의 모션이 우선적으로 나타나는 비디오가 생성된다.(각주6) 데이터모싱을 위한 소프트웨어 툴들이 있는데 이 툴들은 MP4 또는 MOV 파일이 지닌 데이터들을 불러와 본래의 비디오를 파괴한다. 데이터모싱은 자동화된 코딩과 알고리즘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에서 사용자가 커스터마이징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즉, 앞서 말한 글리치 이미지와 비디오, 특히 ‘글리치 아트’라는 유형은 데이터의 누락과 유실로 인한 실패를 의도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본래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완성형에서 벗어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실패를 활용하는 시도들은 다른 매체에서도 흡사하게(/꽤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었다. 미술에서의 실패에 관해 큐레이터 리사 르 푀브르(Lisa Le Feuvre)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술가들은 세계 내의 우리의 공간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는지 다시 사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오류와 불충분한 것들을 모두 사용하면서 완벽 추구의 실현불가능성, 또는 실험의 개방성(open-endedness)으로 그들의 관심을 돌려 왔다. 예술작품의 의도와 실현 사이의 필연적인 차이는 실패를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예술 제작의 조건은 예술적 실천의 복잡성과 그 주변 세계와의 공명(resonance)의 중심이 되는 실패를 만든다.” 푀브르는 낙선전(The Parisian Salon des Refusés of 1863 

)(각주7)의 사례처럼 근대 이래로 실패가 미술의 생산적인 추진력의 원천이었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패가 판단적인 용어에서 해방되고, 성공이 과대평가된 것으로 간주될 때, 실패에 대한 포옹은 용기 있는 행동이 될 수 있으며 보편적인 관행을 넘어서서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재현의 관습이 목적에 맞지 않을 때 실패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각주8) 만약 이러한 관점에서 페인팅의 추상이 회화의 기존 관습, 재현의 불가능성과 함께 출현한 실패의 활용이라면 글리치의 추상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이상희

각주1 스파이크(spike)란 순간적으로 전압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각주2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Fourth Edition, Houghton Mifflin Company, 2004. quoted in Rosa Menkman, The Glitch Moment(um) (Amsterdam: Network Notebooks, 2011), 26.

각주3 여기서 정보란, 서로 다른 파일 포맷들이 텍스트 등의 방식으로 내포하고 있는, 이미지를 디스플레이 하는데 필요한 중요 정보들(크기, 색채, 채도, 해상도 등)을 가리킨다.

각주4 파일 포맷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는 이 사이트(https://tobloef.com/fun/glitch-art)를 참조할 것.

각주5 https://stallio.tumblr.com/

각주6 http://forum.glitchet.com/t/tutorial-make-video-glitch-art-how-to-datamosh-in-plain-english/36 참조

각주7 1863년에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파리 살롱전에서 낙선한 화가들이 개최한 전시로 마네와 같이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지 못한 화가들의 작업이 전시되었다.각주8 Lisa Le Feuvre, Failure : Whitechapel Documents of Contemporary Art (Whitechapel Gallery & MIT Press, 20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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