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그러나 끝나지 않은 『구름빵』 소송, 수상이 완전한 해피엔딩이 되려면   

코로나 19로 인해 출판계는 여러 변화를 겪고 있다. 신간 홍보방법으로 가장 유용했던 북토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작가들의 강연 또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온라인 홍보, 온라인 강의 등이 떠오르고 있다. 반면, 어린이 도서의 매출은 오히려 올랐다. 개학이 미뤄진 탓에 아이들이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명과 암이 분명하다.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출판계는 동시에 가장 경사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바로 백희나 작가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소식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이 상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리고 아동, 청소년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스웨덴 정부에서 제정했다. 상금으로는 총 500만 크로나(한화 약 6억 460만 원)가 주어진다. 명성이나 규모, 어느 것으로 보나 명실상부 아동문학 최고의 상이다. 그녀의 수상은 대한민국 최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단순히 한 작품에 국한해 수상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작가의 모든 작품, 그 작품들의 예술성, 인도주의적 가치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아동 문학계 전문가 12인이 투입된다. 이들의 직위는 사서, 작가, 학자, 평론가 등으로 다양하다. 여러 측면에서 작품을 검토하고 그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측은 백희나 작가의 작업을 “경이로운 세계로 가는 통로”라고 묘사했다. 더불어 백희나 작가의 작업은 “재료, 외모, 동작에 대한 절묘한 감각으로 빚어낸 백희나의 영화적 그림책은 고독과 연대를 이야기한다. 그녀의 환원적인 미니어처 세계엔 구름빵, 달샤베트, 동물, 목욕 요정,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녀의 작업은 경이로 향하는 문이며 아찔하고 예리하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그녀만의 독특한 질감으로 표현된 작품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백희나 작가의 동화책은 여느 동화책과 조금 다르다. 동화책이라는 2차원적 틀 안에서 3차원의 세계를 구현해낸다. 그녀는 직접 동화 속 소품과 인물들을 제작하고, 조명을 비춰 이를 촬영한다. 그렇게 찍힌 것들이 한 편의 동화로 완성된다. 마치 책을 통해 인형극을 보는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엄청난 정성이 든다. 예를 들어 그녀의 작품 중 『이상한 엄마』라는 작품은 총 1년 반의 작업 기간을 거쳤다.

한 작가의 정직한 노력으로 구축된 작품세계 그리고 이를 통해 받은 최고의 상, 언뜻 보면 완전한 해피엔딩, 닫힌 결말 같다. 그러나 완벽한 결말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백희나 작가의 데뷔작이자 흔히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책 『구름빵』의 저작권이 작가 본인에게 없기 때문이다. 『구름빵』 계약 시 출판사는 백희나 작가에게 책 한 권에 대한 계약이라고 알렸지만, 사실상 2차 저작권과 저작재산권이 모두 출판사에 귀속되는 계약서였다. 『구름빵』의 성공 이후 책은 뮤지컬은 물론이고 여러 상품으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백희나 작가에게 돌아온 건 인센티브 1000만 원이 전부였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2차 저작물들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백희나 작가의 노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녀는 작년까지 진행된 『구름빵』 출판사 한솔수북과의 소송 에서 1심, 2심 모두 패소했고, 올해 1월 있었던 항소심에서 마저 패소했다. 그러나 그녀는 “구름빵은 잊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라고요? 아닙니다. 그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를 이대로 덮으면 우리나라의 작가들, 특히나 신인작가들은 ‘앞으로도’ 도처에 지뢰가 숨겨진 험난한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라고 지난한 싸움임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과 함께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저작권 싸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구름빵』을 작가에게 돌려주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항소심에 패하며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었던 백희나 작가에게 수상은 작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격려였다. 더불어 상은 저작권 문제에 관한 사람들의 의식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혼자만의 싸움보단 함께하는 싸움이 힘이 된다. 이러한 관심들이 모여 싸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면 한다.

김세효 기자

sehyo001@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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