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원장 인터뷰 : 임준희 교수 (전통예술원 한국음악작곡과)

전통예술원 임준희 교수(한국음악작곡과)

지난 3월,  우리학교에 연극원과 전통예술원에 신임원장이 취임했다. 연극원 박상현 교수(극작과)와 전통예술원 임준희 교수(한국음악작곡과)가 그 주인공이다. 두 원장은 원 안의 소수 과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의 원을 이끌어 가야 한다. 이에 우리 신문은 신임 원장들의 교육 철학과 원에 대한 비전을 들어보고자 한다.

앉자마자 따뜻한 차와 아몬드, 미리 정리해 놓은 답변을 건네는 임준희 교수. 임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의 곡처럼 우아하고, 단아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임 교수가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 우리나라 미학인 동시에 그가 그간 쌓아온 아름다움과 강인함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한국 미학의 세계화를 주제로 꾸준히 활동하고 계세요. 국악 전공자라면 이 주제에 무관심한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어부사시사>, <혼불>, <천생연분> 등 원장님의 작품에 어떻게 ‘전통’을 담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네. 그동안 작곡가로서 약 40여 년간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창작작품의 작곡에 몰두해왔어요. 그중 제가 가장 주력했던 부분은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수준 높은 미학을 어떻게 현시대에 맞게 새롭게 창작하고, 그것을 세계에 뿌리내릴 수 있는가였어요.

  그렇기에 단순히 국악기로 작품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미학, 동양 철학 등을 통해 내 생각을 전달하고자 했지요. 음으로 자신의 미학을 표현하는 것이 음악이고, 우리나라 미학을 내포하는 표현으로는 은은함, 단아함, 여유, 여백,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것 등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오페라 <천생연분> 같은 경우에는 국립오페라단에서 위촉해서 2006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되었어요. 오페라 속에 한국 영산회상의 ‘타령’을 전체 음악의 골격으로 잡고 국악기와 서양 관현악이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했죠. 음악과 전통적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단아한 무대와 한복, 은은한 색감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덕분에 그 미학과 내용이 독일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갔고, 오히려 ‘현대적이다’, ‘한국의 격조 높은 미학이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는 시조 문학의 최고봉인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성악, 정가, 합창, 국악관현악, 현악앙상블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대규모 국악칸타타 형식으로 작곡하였고, 국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어요. 안개 낀 자연을 묘사할 때는 가야금을, 전체적으로는 현악기를 활용해서 산수화와도 같은 한국 미학의 특징을 바탕으로 했죠. 이 작품은 현재 코로나 19로 인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방송되고 있어요.

  <혼불>은 가야금 협주곡, 해금 협주곡 등 협주곡 시리즈예요.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을 바탕으로 여인들의 한과 강인함 등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으로 지금까지 혼불 6까지 썼어요. 작품활동을 하면서 나태해지거나 슬럼프에 빠질 때 ‘혼불’과도 같이 제 예술혼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기도 하죠.

올해 여러 차례 연주될 예정인 <독도 오감도>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어요.

<독도 오감도>는 우리나라 독도와 자연을 예술을 통해 소개하는 단체인 ‘라 메르 에릴 앙상블’ 에 의해 2017년 위촉된 곡이에요. 바다, 물결, 갈매기 등 독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표현한 작품이고, 가야금, 생황, 현악삼중주 편성으로 악기도 다섯이지요. 독도가 우리 것이라고 굳이 주장하지 않아도, 세계 곳곳에서 연주를 통해 ‘한국에 아름다운 섬이 있다’고 전하며 독도를 알리고 있어요.

  올해 연주될, 새로운 쓰고 있는 작품으로는 <코레아! 우라!>가 있어요. 안중근 선생님 순국 110주년 기념으로 위촉받은 곡으로 3월 26일에 연주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미뤄지고 있는 상태예요. ‘우라’는 러시아어로 ‘만세’라는 뜻으로, 판소리와 합창, 국악관현악을 위한 곡이에요. 대본 역시 안중근 선생님의 옥중 글을 참고했어요.

직접 작곡한 곡을 관객석에서 듣게 되면 느낌이 남다른데요.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천생연분>은 오랜 시간 걸쳐 쓴 대작이고, 고생해서 쓴 작품이라 독일 초연 때 커튼콜을 받고 무대에 나가 인사할 때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그리고 예전에 루마니아에서 국제현대음악협회(ISCM)에 입선해서 <알타이의 제전>을 초연했던 때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인디애나 박사 논문으로 쓴 작품으로 악보를 미리 보내 지휘자와 악단이 미리 연습하고 저는 나중에 합류했는데, 제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 사람들은 작곡가가 남자인 줄 알았던 거예요. 우리나라의 비나리를 소재로 하여 민속 제전을 표현한 곡이고, 타악기만 30여 개에 큰 편성 오케스트라여서 그랬나 봐요. 처음 리허설 갔는데 작은 동양 여성인 제가 작곡가라고 하니 지휘자와 단원들이 웃으며 박수쳤어요. 거의 첫 외국 데뷔 무대이기도 했고, 성공적으로 공연한 후에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니 굉장히 감격스러웠어요. 이 곡으로 안익태 작곡상도 받았죠.

오랜 기간 교직에 있으셨는데, 학생들과의 교류가 원장님 작품에 영향을 주나요? 어떤 영향인가요?

네.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요. 저는 학생들을 함께 창작작업을 하는 예술가로 생각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작곡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 속에 축적되었던 모든 생각들, 경험들을 음악으로 쏟아내는 작업이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이 작곡해 온 작품의 악보를 보거나 연주를 들을 때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과 영감을 받아요.

  그동안 작곡 워크샵 수업(한국음악작곡과 예술사, 전문사 재학생들이 돌아가며 서로의 작품을 발표하고, 특강을 듣는 수업)을 오랜 기간 해왔는데,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보며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생각, 기발한 아이디어, 고민을 들어요. 이것들이 저의 작품에 많은 영감과 도전정신을 제공하고, 나 또한 항상 학생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학생들의 작품이 다 다르듯이 예술은 개인성, 상대성이 강한데요.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작품”, “작곡을 잘 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요?

‘좋은 작품’은 감성, 영적인 영역이고 ‘작곡을 잘한다’는 기술적인 영역인 것 같아요. 그러므로 좋은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는 둘 다 잘해야 해요. 날카로운 예술적 감성과 완벽한 실력을 겸비해야 하죠.

  저 같은 경우 수정을 정말 많이 해요. 누구든지 예술가로서 감각은 갖고 있잖아요. 작곡은 시간 싸움이고, 시간에 쫓겨 집중을 못 하면 완성도에 차이가 나타나요.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죠. 단시일 내에 되지 않지만, 계속 고민과 수정을 거치면 스스로 완성도와 만족감이 느껴지고 그 완성도를 청중도 느껴요. 제가 작품을 쓸 때는 그 장르에 대해 모든 공부를 해요. 전통악기 공부, 현대악기 공부, 오페라 쓸 때는 몇 년간 모든 오페라를 다 보러 다녔어요. 그러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인지 한 장르를 집중해 쓰고 나면 그 장르를 두 번째 쓸 때는 처음에 비해 재미 덜해서 다른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제 작품들은 장르가 다양한 편이에요.

머무르지 않는, 창조적인 전통 교육은 어떻게 가능한가요?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창조적인 전통 교육’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예술가는 “나와 너”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나를 깊이 들여다보면 창조적 역량이 나오고, 너를 깊이 들여다봄으로 타인의 생각을 존중, 소통하는 협업이 나와요. 내 안에 뭐가 있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뭐지? 라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타인들의 생각에 대해서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그러므로 워크숍에서 자기 생각을 발표, 토론하는 것을 통해 나를 더 많이 끌어내고, 팀이 함께 창작물을 만들어가는 팀플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등 여러 창의적인 교육 방법들을 고안하고자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원장님이 새로 생각하시는 전통원의 모습이 있을까요?

​전통원은 그동안 실기 중심교육에 집중해왔고, 그 결과로 학생들이 각종 국내외 콩쿠르를 석권하는 등 큰 성과를 내왔어요.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예술인이 더욱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고, 그에 따라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인문학, 철학, 미학 습득에 큰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에요. 초창기에 이어령, 이강숙 선생님 등을 초청해 명사특강을 했던 것처럼 이러한 분들을 초청해 전통원 전체를 위한 특강을 개최하고 예술철학, 미학 수업 등을 보강하는 등 인문학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역량들을 강화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국악기를 포함한 곡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 작곡 콩쿨도 개최하려 하고요.

우리 학교는 비교적 창작곡을 많이 연주하는 편이고, 교수님들도 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시대를 담은 새로운 작품들이 미래에는 전통이 되니까요.

앞으로의 다짐도 듣고 싶습니다.

전통예술원은 앞으로 “깊고 넓게”, 즉 전통은 깊게 연구하는 동시에 넓은 눈으로 창조적 결합에 집중하고자 해요. 그리고 K-pop, K-드라마에 이어서 한국예술의 근원인 전통예술 한류를 전 세계에 퍼뜨려 예술 한류의 부흥을 맞이하는 원동력을 마련하는 전통예술원이 되고자 합니다.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들을 뽑아 해외 문화원, 대학과 연결해주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 전통예술원을 위해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섬기는 원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여진 기자

yeojinkim@karts.ac.kr

사진 안서연 기자

sahn17@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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