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산다는 것, 윤이형과 이상문학상

한국에서 작가로서 생계를 꾸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고 싶다면 어떤 방법을 꾀해야 할까. 작가의 주 수입원은 인세다. 여기서 주 수입원이라고 함은 액수와 상관 없이 글쓰기를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창출되는 수입이라는 의미다. 보통 작가가 받는 인세는 책 가격의 10%로, 정가 10,000원의 책이 팔린다면 작가는 1,000원을 가져가는 식이다. 10%의 몫만이 작가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했을 때 책은 일단 많이 팔려야 한다. 많이 팔려야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다. 간단하고 명료한 계산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16년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문학서를 구매하는 기준 중 독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용의 필요성 ▲작가 명성 ▲타인의 평가라고 밝혔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문학서를 구매하는 기준이 곧 문학서들이 많이 팔릴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여기서 등단과 문학상의 의미가 생긴다. 등단하고 문학상을 받는 것은 ‘작가’가 되었다고 검증받는 것과 다름없다. 더 큰 상금을 주는, 혹은 더 높은 명성이 있는 곳에 작품을 올리게 되면 작가로서의 가치가 높아지는인식을 독자에게 주게 된다. 작가에겐 앞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출판하고 또 팔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회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전업 작가로의 길이 열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연도 1월,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세 작가는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했다. 이유는 부당한 계약이었다. 이상문학상 측은 작가들에게 3년간 수상작 저작권을 출판사에 양도할 것을 요구했으며 작가 개인 단편집에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세울 수 없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에 김금희 작가가 개인 SNS에 수상 거부에 관한 글을 올리며 이상문학상 파문이 일었다.

부당 계약에 항의하는 작가들의 행동에 더욱 힘을 더한 건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이었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라는 작품으로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윤이형 작가는 이상문학상 파문이 일자 자신의 SNS에 절필 선언 글을 게시했다. 자신이 이상문학상과 관련한 부당함을 뒤늦게 알아챘으며 상을 무를 수 없으니 앞으로 글을 쓰지 않는 것이 이에 항의하는 방법일 것이라는 요지였다. 이에 덧붙여 문학사상사 대표에게 사과, 운영방식 개선 등을 요구했다.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작가들은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쓴다. 그리고 그 과정엔 등단과 문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야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한 등단이 아닌 다른 방식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1990년대 중반 문예지들이 자체적으로 신인들을 발굴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그 위상은 공고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불공정한 계약이 관행이라는 단어로 덮인다면 신진 작가들은 사실상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자신의 SNS에 ‘이상문학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맷집을 지닌 김금희 같은 작가가 먼저 나서서 문제 제기를 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이 직업이 되는 길에 문학계의 폐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그저 글로 돈을 벌고 싶은 것이다. 절필 선언을 확인하는 인터뷰에서 윤이형 작가는 ‘문단 전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열심히 일해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꾸만 부당함과 부조리에 일조해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글을 쓰며 생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어야 하는 것, 그러려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어야 하는 것, 출판계가 그러한 타이틀을 부여할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 부당한 권력 행사가 관행이 되어 버리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타래처럼 얽혀 이상문학상 파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끝엔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이 자리 잡고 있다. 부당함이 만들어낸 결과를 잘못 없는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윤이형 작가는 절필 선언 이후 문학계와 출판계의 폐단을 고발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있다.  재능있는 작가들을 더 잃기 전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과 그들의 글을 더 오래 보고 싶다.

김세효 기자

sehyo001@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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