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작가를 통해 알아본 코로나19

당신의 ‘우리’는 누구입니까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한 2019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막을 내렸다. 김아영, 박혜수, 이주요, 홍영인 작가가 전시에 참가하였다. 그중 박혜수 작가의 작업은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이에 대해 논하기 전에 박 작가의 작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집단이 지닌 무의식과 가치관, 개인의 삶 속 기억과 가치에 대한 작업을 선보였다. 작업을 위해서가 아닌, 박 작가의 순수한 호기심에 의한 질문은 무겁고 추상적인 작업을 삶 속 기억에 녹아들게 한다. 질문의 키워드는 ‘우리’이다. 박 작가는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 – 모집단 중산층 300명의 답변>이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모집단 3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조사지 형태의 작업을 선보였다. 이는 ‘우리’의 범주와 속성에 대한 이야기로 갈음할 수 있는데, 이를 집약적으로시각화한 <우리친밀도 검사 – 중산층 300명(모집단)/MMCA 관객>에서 성별, 나이, 계층별 우리나라, 우리민족, 우리가족, 우리회사/학교와의 친밀도를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설문조사시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리’의 범주와 속성을, 우리도 모르는 새에 탄력적으로 정의하고, 이에 따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반응을 통해 이를 살필 수 있다. 제 1기 반응인 국내 확진 이전, 대부분의 국민들은 코로나19를 대개 국내가 아닌 중국의 상황으로만 인지했다. 이는 ‘우리’에 중국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반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후의 반응은 이러한 가치판단이 상당히 탄력적임을 보여준다. 제 2기 반응인 국내 최초확진 이후부터 우리는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타인을 의식하기 시작했다.(주1) 우리의 무의식이 ‘우리’를 우리 민족도 우리나라도 아닌 그들의 가족 등 가까운 관계를 맺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이에 따른 행동양식을 보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불과 몇 달 사이 우리는 ‘우리’를 우리나라, 우리민족에서 우리가족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결국 남게 되는 것은 ‘우리’가 아닌 ‘나’가 아닐까? 다음 코로나19 확진자 가족 인터뷰 기사를 살펴보자.

 ‘가족들이 코로나19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박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5일 현재 일주일째 자가격리 중이다. 그는 1차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확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앞으로 일주일 더 자가격리를 해야한다. 불안감은 자주 밀려온다. “병원으로 옮겨진 가족들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나도 감염된 것은 아닐까 늘 불안해요.” 그는 별 증상이 없는데도 감기약을 찾아 먹게 된다고 말했다.’(주2)

그는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도 은연중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공동체 속 개인에 집중한 박혜수 작가의 작업 <후손들에게>와 접점이 있는 듯하다.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고독사에 대한 영상작업은 가족이 아닌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박혜수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 것이 아니다. 삶에서, 기억에서 이어지는 작업을 원했다. 그 뜻 그대로, 그의 작품을 본 이들이 자신의 삶 속 질문 하나를 품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김진규 기자

      jgkkc123@karts.ac.kr 

(1) bigdata.emforce.co.kr/index.php/2020030601/ 엠포스 빅데이터팀 데이터랩, 코로나19 빅데이터 : 소비자 반응 분석 ② 여론 심리 변화, 2020. 3. 6(2) 김규원, “감염·격리 불안보다 ‘마구 돌아다녔다’ 손가락질에 더 고통”, 한겨레, 2020.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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