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20년 1월 4일

클래식 음악의 2010년대, 과거와 미래

더 나은 클래식계를 향한 발걸음


과거와의 이별

2010년대엔 마에스트로들이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났다. 2016년 세상을 떠난 피에르 불레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작곡계를 전위적으로 진두지휘했다. 세계 정상급 지휘자이기도 했으며, 그랑 파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된 문화 공간 ‘시테 드 라 뮈지크’(Cité de la Musique) 건립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프랑스 음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2015년 시테 드 라 뮈지크에 오픈한 콘서트홀 ‘필하모니 드 파리’(Philharmonie de Paris)의 메인 홀은 그의 이름을 딴 ‘피에르 불레즈 홀’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현대성과 대중성이 만나는 음악을 작곡한 고레츠키, 독일 음악극을 전통을 이어간 한스 베르너 헨체, 미국 클래식 음악계를 이끈 엘리엇 카터, 프랑스 음악의 계보를 이은 앙리 뒤티외 등이 2010년대에 세상을 떴다.


80년대 이후 클래식 음반 시장의 부흥기를 이끈 지휘자,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슈베르트 해석의 정석이 된 전설적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가 2012년에 눈감은 데 이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이자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지휘자 중 한 명인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2014년에 우리의 곁을 떠났다. 특히 아바도는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소통을 중시했던 음악가로, 수많은 젊은이를 위한 오케스트라를 설립해 음악 교육에도 앞장섰던 인물로 높게 평가받는다. 그에 이어 로린 마젤, 쿠르트 마주어, 마리스 얀손스를 비롯한 거장들이 각각 2014, 2015, 2019년에 세상을 떠났으며, 고음악 연주의 부흥을 이끈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역시 눈을 감았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은 각 분야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존재들로 여겨졌기에 자의로든 타의로든 권위를 등에 업었다. 하지만 이들이 자리를 비우며 클래식 음악계는 이들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미투 운동과 권위의 민낯

권위의 왕좌가 비게 된 경위는 비단 거장의 사망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7년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불붙은 미투 운동은 클래식계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 같은 해 12월 2일, 4명의 남성은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 제임스 리바인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의 고발이 세상에 알려지고, 곧 사실로 밝혀지자 클래식 음악계는 논란에 휩싸였다. 리바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다시는 리바인과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그가 상임 지휘자로 있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역시 조금 뜸을 들이긴 했지만 그를 해임했다.


다니엘레 가티, 샤를 뒤투아, 그리고 전설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도 성추행 혐의로 다수의 여성에게 고소된 바 있다. 이들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전반적인 여론의 악화로 많이 위축된 상태다. 과거 수많은 외도와 불륜 사실에도 벗겨지지 않던 이들의 권위가 여론에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미투 운동의 사회적 힘을 뜻하며, 클래식 음악계가 오늘날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려는 발걸음을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매체의 변화: 사이먼 래틀의 도전

1960년대에 콘서트에서 음반으로 옮겨가던 청자들의 선호 흐름을 읽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있었다면, 2010년대엔 사이먼 래틀이 있었다. CD라는 물질을 구매해 음악을 듣는 행위에서 스트리밍으로 소비 형태가 옮겨갈 것을 직감한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취임 이후 <디지털 콘서트홀>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기획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라이브로 볼 수 있으며, 과거의 공연들까지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다니! 2008년 웹사이트로 시작한 <디지털 콘서트홀>은 2010년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개발로 날개를 달았다. 회원권을 끊어 라이브 공연, 과거의 공연들, 자체제작 음악 다큐멘터리, 그리고 인터뷰까지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계의 넷플릭스가 된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부상

이 모든 변화는 새로운 세대의 부상을 필연적으로 예시하고 있다. 공석이 되어가는 포디엄, 기존 연주자들의 노쇠화, 그리고 새로운 청중의 선호를 읽는 감각이 새로운 스타들에게 요구되었다. 음악가 개인의 힘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따라서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기획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세계 최대 클래식 음악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이하 DG)은 음악가들을 위한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 특히 한 명의 스타에게 집중하는 독주 부문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한 다닐 트리포노프는 오늘날 클래식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음악가다. DG는 트리포노프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시리즈를 두 파트로 나누어 기획했다. 흡사 K-pop 가수가 미니앨범을 나눠 내듯이 말이다.


이어 사회적 여론은 여성 음악가들의 길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지휘자의 길은 여성들에게 바늘구멍과 같았는데, 2010년대는 이들이 도약하는 시간이 되었다. 기존의 거의 유일무이한 여성 지휘자였던 마린 알솝을 필두로 수잔나 맬키,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 바바라 해니건, 에마뉘엘 아임, 엘림 찬, 김은선 등의 지휘자들이 더 많은 공연 기회를 얻고, 더 높은 자리를 얻어내고 있다. DG 역시 그라지니테-틸라와 여성 지휘자 최초로 장기 계약을 맺는 등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과 감상 매체의 변화를 통해 클래식 음악은 새로운 스타트 선에 섰다. 작품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누구를 통해 어떻게 전달되느냐를 고려하는 것 역시 예술의 역할이다.  2010년대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보다 과감해졌다는 사실이다. 


김민정 기자

kimj2000@kart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