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문화
2020년 1월 4일

이제 동해바람은 불지 않는다

故 김정희 선생님을 기리며


지난 13일, 우리학교 전통예술원 전 겸임교수이자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김정희(58) 선생님께서 사망하셨다. 선생님의 부고에 언론이 시끄럽다. 15일 연합뉴스의 기사를 시작(주1)으로 선생님께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 강사법 또는 우리학교에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약 60건 정도 보도되었다. 기사의 헤드라인은 이러하다. “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 김정희···”강사법에 해고 뒤 극단 선택””, “’강사법 개정’에 해고통보 받은 전통예술인 김정희 씨 사망”


선생님의 사망에 대한 최초 보도가 이루어진 다음 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강사법이 아니라 대학이 비정규교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제목의 추모성명을 냈다. 이에 언론은 화살을 돌려 우리학교를 질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학교는 15일, 홈페이지에 강사법 혹은 학위를 이유로 선생님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올리며 선을 그었다. 이는 선생님의 사망 원인이 학교에 있다는 유족과 관계자들의 말과 다르다.(주2) 우리학교는 “최초 강사 공개채용(2019.6.11.) 시에는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였으나, 재공고를 통한 추가 채용(2019.8.1.) 시에는 학력 제한을 두지 않아 학위를 갖추지 못한 해당 분야의 권위자도 응시가 가능하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선생님께서 지원서를 내지 않은 것이지 학교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다. 선생님께서는 지원서를 낼 수 없었다. 최초 강사 공개채용 시에는 학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재공고 시에는 연희과 수업은 이미 채용이 전부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선생님의 분야는 추가채용 대상이 아니었다. 학교는 이상한 변명을 하고 있다.


선생님은 20년간 몸담은 학교에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셨다. 선생님과 처지를 같이 하는 다른 강사들도 강사법 자체를 지적하기보다는 강사법을 시행하는 대학교들의 태도에 실망을 표한다. 김세중 전 서울과기대 강사는 “학교는 기존 강사들에겐 법령에 의해 앞으로는 강사 채용 시 지원서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개별적으로 통보할 수도 있었지만,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이 과정을 생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학교도 기존 임용된 강사들에게 개별 안내 없이 단체 메일을 통해 신규채용을 공지했다. 김 전 강사는 “20년간 학교에 몸담은 김 씨의 경우를 볼 때 학교가 학문적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강사에게 인간적 예의를 갖추지 않아서 모멸감을 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주3) 채효정 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는 “수십 년 학생을 가르친 분이, 이미 학교에서 얼굴 보고 어떤 사람인지 아는 교수들한테 면접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모욕 아니겠느냐”며 강사법에 적용을 받게 되었던 선생님의 심정에을 보러 가야 공감했다.(주4) 전 시간강사라고 자신을 밝힌 다른 이도 분노를 표한다. “학교에 몸담은 전임교수들은 예의를 지켜 사람을 내보냈는가? 비전임 교원들을 학문의 동반자로 예우했는가?”, “여러 해 모양이나마 먼저 전화해 모시던 강사들을 하루아침에 지원서 내게 만들 때, 단체이메일 외에 하다못해 전화 인사라도 했느냐고.”(주5)


학교의 부당한 강사 채용 기준으로 인해 실직한 또 다른 피해자도 있다.(주6) 그러나 강사법, 혹은 시간강사 처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제도와 돈을 운운하며 선생님께 연민의 감정을 남겨두는 일은 멈추자. 고 김정희 선생님께선 존경받는 명인이었다. “화랭이 김정희”. 선생님의 활동 경력이나 업적, 사람들의 추모글을 읊기보다는, 생전 인터뷰의 한 부분을 발췌해 싣는다.


마지막 화랭이라고 불리는데, 후계자 양성은 잘되고 있나?

후계자 양성이 매우 어렵다. 세습이다 보니, 일단 핏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더 이상 무업을 세습하려 하지 않는다. 내 사촌형제와 친형제도 마찬가지다. 내 대에서 세습무가의 일원으로서의 화랭이는 끝날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예술로써 화랭이 전통을 이어갈 것이다. 현재 한예종과 중앙대, 경주동대, 전북대에서 출강 중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학생들은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굿을 보여주고 있다. 진짜 굿은 학교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현장을 보며 학습해야 예술성이 그대로 존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나의 욕심은 제자들을 예술로써 길러내는 것이다. 앞으로 ‘세습되는’ 세습무라는 것은 없어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화랭이와 동해안 별신굿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예술의 한 장르로서 굿을 정착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주7)


김여진 기자

yeojinkim@karts.ac.kr


(1) 장우리, “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 김정희씨 사망…”강사법 이후 해고통보””, 연합뉴스, 19.12.15

(2), (3) 신영경, “‘강사법’과 ‘무례함’이 낳은 비극… 한예종 전통예술인 강사 극단 선택”, 뉴데일리, 19.12.16

(4) 이유진,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 김정희씨 극단적 선택…“강사법 아닌 열악한 지위 자체가 문제””, 한겨레, 19.12.15

(5) http://blog.naver.com/odelmio/221739264272

(6) 이유진 최원형, “[단독] 한예종 ‘강사법’ 핑계로 해고한 전통예술 명인 또 있다”, 한겨레, 19.12.17

(7) 김태훈, “마지막 화랭이가 펼치는 굿, 신명나서 good!”, 성대신문, 1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