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을 선택하는 사람들

또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른 ‘잊힐 권리’
범죄자의 ‘잊힐 권리’도 보장되어야 하는가?


오늘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필수적인 소통 수단으로 거듭났다. 삶의 모든 파편들을 기록하고 널리 나누게 된 오늘날, 삶의 끝에서 우리는 지난 순간들을 어떻게 보존해야할까? 시대의 변화에 따라 SNS 이용자들은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표현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은 대표적인 SNS인 ‘트위터’가 게시한 공지사항 때문에 시작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트위터는 공식 계정을 통해 ‘6개월 이상 로그인하지 않은 휴면 계정들을 대상으로 계정 제거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많은 이용자들은 비활성화된 여러 고인의 계정을 언급하며 이는 추모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트위터는 공지사항을 올린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의견을 번복했다. 트위터는 “이번 계획이 고인의 계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이 계획은 기업 측의 “실수”라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계정을 삭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용자들을 안심시켰다.


여기서 트위터에 흔적을 남긴 후 세상을 떠난 인물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트위터가 의견을 번복한 것에는 고(故) 샤이니 종현의 팬덤 덕이 크다.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계정_삭제반대’ 등의 해시태그 운동부터 고인 계정 삭제 반대에 대한 구글 폼 설문조사까지 작성하는 등 남겨진 기억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힘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잊히기를 바라는 인물들도 있다. 지난 27일 독일에선, 37년 전 살인을 저지른 남성이  ‘살인자로 인터넷 상에 점철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해달라’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1981년 12월, 한 범선의 선원이었던 그는 캐리비안 해를 항해하던 도중 2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 사건은 독일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공영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되었다. 독일의 유명 주간지 ‘슈피겔’은 이 사건을 인터넷에서 언제든 검색할 수 있도록 웹 아카이브에 작성했다.


2009년, 자신의 이름이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된 남성은 이를 막기 위해 슈피겔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독일 연방법원은 남성의 소송을 기각했다. “대중의 알 권리가 개인의 잊힐 권리에 앞서며, 이름은 사건과 밀접한 정보로 이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은 달랐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의 매체들이 과거 사실들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는 있으나 당사자의 요청이 확인될 경우,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조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사건 이후 충분한 시간이 흘렀고 공익성을 크게 저해하지 않을 시 당사자의 잊힐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정보 저장의 공유지 아래, 우리는 선택적으로 정보를 제거할 수 있는 시대에 도래했다. 그러나 단순한 활자와 달리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스스로 자신의 행적을 지울 수 있는 이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스스로 사라진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김지연 기자

delay516@kart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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