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9년 11월 28일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
연극원 연기과 전문사 이사샤 인터뷰


바야흐로 전 세계 각지에 우리 동포들이 사는 시대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자의로든 타의로든 수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났다. 그중에는 중앙아시아에 사는 고려인들도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재외 동포로서 예술인으로서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넓혀 나가겠다는 뜨거운 포부를 지닌 고려인 학생을 만났다. 당차고 유쾌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4세 AMA 장학생 이사샤입니다.


한국에 오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중학교 때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세종’이라는 한글학원에 다녔어요. 그러면서 한국에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자라났죠. 그러던 차에 고등학교 졸업 무렵 우즈베키스탄 대사님이 대경대학교에 장학생으로 갈 수 있다고 제안해 주셔서 이렇게 오게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해왔나요?

본격적으로 살 게 된건 5년 정도 되었고, 그 이전에도 자주 방문해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페스티벌과 콩쿠르 등에 꾸준히 참여 해왔습니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이에요. 노래와 춤을 선보여 잠시나마 화제가 되었었죠. 또, 여기서 대학교 학사를 취득했고 졸업 후에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요. 대체로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련된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사회자로 진행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나 봐요.

네. 음악과 노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제 일상이었어요.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 말씀으로는 제가 두 살 때 TV 뮤지컬 프로그램의 노래를 듣고 외워서 불렀다고 해요. 그때 그걸 보시고 네 살 때는 노래 학원을 보내주셨고요. 다섯 살 때부터는 각종 대회에도 나가게 됐네요. 이후로 쭉 노래는 제 삶 속에 언제나 함께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연기를 제대로 배워서 연기와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뮤지컬도 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노래를 하다가 연기과에 들어온 계기가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극장에 가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살 때 안방 드나들 듯 극장을 다녔고 거의 모든 연극을 봤습니다. 그렇게 좋은 공연들을 보며 항상 연기하는 제 모습을 꿈꿨지만, 당시에는 용기가 없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겠냐는 생각만이 지배적이었죠. 그러다가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쳐서 우즈베키스탄극장이 운영하는 학원에 다니게 되었고, 대학에 가서는 연극과 뮤지컬을 제대로 접하며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걸 이겨낼 만큼의 재미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예종의 AMA 장학생제도에 대하여 알게 되어 또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일상에서는 감히 꺼낼 수 없는 나 자신의 여러 모습을 무대 위에서 다양한 감정들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단조롭거나 통제되어있는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무대 위에서는 모든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아요.


연기, 노래, 춤 말고 예술학교 학도로서 욕심나는 다른 분야가 있나요?

해금이나 거문고 같은 한국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요. 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AMA 장학생들끼리의 교류가 있나요?

네. 학교에서 다 같이 문화여행을 해요. 작년에는 경주에 다녀왔고, 이번에는 아마 제주도에 갈 것 같아요. 한국의 곳곳을 함께 접하고 즐기면서 서로 돈독해지는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아요. 


혹시 외국인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감사하게도 정말 만족스럽게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굳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람이 있다면 연기과에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그들을 위한 국어 발음교정 클래스가 있으면 어떨까 해요. 물론 지금 한국어 수업이 따로 있긴 한데, 연기를 위한 발음클래스가 생긴다면 아주 유익할 거라는 생각입니다.


유튜브를 한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한국에 살기 전에는 노래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행사에 두루 참여하며 활동적인 삶을 살았는데, 막상 이곳에 살기 시작하고부터는 학업 위주로만 하게 되어 사실 좀 심심했어요. (웃음) 어느 날 재미 삼아 친구들에게 러시아어를 알려주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한국과 러시아 노래들을 부르며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죠. 취미지만 기계처럼 수시로 찍어내는 것은 원치 않아서 한 편 한 편 나름의 정성을 기울이며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이렇게 마음을 담아 만드니 사람들도 그걸 좋게 봐주시고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찾아보니 유튜브 구독자가 상당하네요. 향후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요?

부끄럽네요(웃음). 네 한국노래를 러시아 말로, 러시아 노래를 한국말로 번역해서 부르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고 좋아해 주세요. 훗날 기회가 된다면 아무래도 지금 연기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접목해 웹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 같이 학업 하는 학교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웹드라마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예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아는 배우가 별로 없어서 여의치 않았거든요. 지금은 이런 콘텐츠를 꿈꾸게 하는 좋은 동료들이 곁에 많아져서 너무 기뻐요.


앞으로도 다른 고려인들이 본인처럼 이곳을 다양한 활동 무대로 삼을 수 있을까요?

우즈벡 현지에 있는 많은 고려인 3~4세들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들은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배워요. 그래서 그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여러 가지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고려인이기에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는 확실히 진입장벽 측면에서도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우즈벡 간의 교류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계획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두 국가의 외교 관계가 아주 좋아서 많은 관계를 맺고 있어요. 경제적 교류도 활발하고, 대통령도 서로 지속해서 방문하더라고요. 또, 한국 정부가 우즈벡 고려인문화협회에 극장이 있는 건물을 세워주기도 해서 고려인문화협회는 모든 행사를 이 건물 안에서 할 수 있어요. 좋은 공간은 확보가 되어있으니 양국의 언어에 구애받지 않는 신체극 같은 것들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흥미롭지 않을까 싶어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나요?

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굉장히 성실한 편인데, 한국 사람들 또한 열심히 살고 성실한 편이잖아요?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여러모로 우즈베키스탄의 문화가 한국문화와 비슷한 점도 있어서 친밀감이 높은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우즈벡에서 겨울연가와 같은 유명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기도 하죠.


그러면 문화적 공통점은 어떤 게 있나요?

우선, 나이 많은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 아주 공통적이에요. 우즈벡에서도 윗사람에게는 항상 높임말을 쓰며 예의를 지켜요. 버스에서 노인을 만나면 자리도 양보해주고 무거운 짐을 들고 계시면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즈벡어와 한국어의 문법구조가 상당히 유사해요. 우즈벡어를 쓰는 사람들은 러시아어보다는 한국어를 배우는 게 오히려 더 쉽죠.


고려인 4세로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대할 때 느끼는 남다른 감정이 있나요?

그럼요. 한국에 있을 때만큼은 제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저에게도 한국 사람과 같은 민족의 피가 흐르기에 역사적인 의미의 모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고향 같아요.


졸업 후의 계획은요?

재작년에 KBS스페셜 <사샤의 아리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강제이주를 겪으신 분들을 직접 만나며 고려인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었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아직 고려인에 대해 모르는 분들도 생각보다 꽤 많아서 그런 분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우즈벡 고려인으로서 우즈벡과 한국의 문화교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학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어떤 분야든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무조건 시도하고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한때는 연기라는 분야에 대해 특별한 무엇이라 여기며 계속 미루고 미뤘어요. 근데 막상 부딪혀보니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도 하나의 재미있는 일이 되더라고요. 안 되는 것들이 있을 때가 많지만, 그게 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며 계속해서 전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장찬호 기자

esteban1109@kart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