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회
2019년 11월 28일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바라며


「예술인 복지법」과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의 사회적 배경

2005년 고 구본주 조각가 손해배상 소송 사건과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의 사망 등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이 같은 해 공포되었다.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돕는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예술인의 삶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의 예술 활동으로 발생한 연간 개인 수입은 평균 1,281만 원 이었다. 소득이 없는 예술인은 28.8%로 가장 높았으며 1,200만 원 미만인 경우는 72.7%에 달했다. 이는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2019년, 3182만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고용보험 가입률 역시 도시근로자 평균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졌다. 예술을 전업으로 삼는 근로자의 수 역시 압도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예술인의 고용 안정성과 임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된 이후, 2016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문화 예술인들을 탄압하고 규제하기 위해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밝혀졌다. 또한 같은 해 문화계 성추문 폭로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예술계 미투 운동’이 진행되며 예술인들의 지위와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김영주 의원을 포함한 14인은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을 올해 4월 19일에 발의했다. 법안 제안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예술 관련 법령은 그간 장르 중심의 지원 근거와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으로 집중되어 왔고, 상대적으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는 부족함이 있었음. 그러한 상황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와 ‘예술계 미투 운동’등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침해하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여 많은 예술인들이 직간접적 피해를 본바, 삶을 구제할 수 있는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예술계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임”. 이는 예술인 복지법을 포함한 여러 예술 관련 법령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발의되었음을 말해준다.


이제 예술인 복지법의 한계가 무엇이었으며, 이를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이 어떻게 극복하려는지, 또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이 지닌 한계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예술인의 정의

예술인 복지법 제1조에는 “이 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의 복지 지원을 통하여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며 예술인에게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2조 2항은 ““예술인”이란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한다. 이는 예술인을 단순한 직업인이 아닌 국가 공헌자로 규정하여 예술인의 법적 지위를 높인다는 데에 의미가 있으며,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복지를 지원하여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자신의 해당 분야에서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및 25호에 따른 ‘공표된 저작물이나 예술 활동으로 얻은 소득이 있거나 최소한 이에 준하는 예술 활동의 실적이 있어서(예술인 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예술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제출할 수 있는 자로 제한된다. 또한 입증 자료 제출자는 재단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예술인으로 인정되는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신인 예술인이나 경력 단절 후 복귀한 예술인들은 저작권법에 따른 실적을 증명할 수 없어, 예술인복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은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 나아가 예술 활동을 위한 교육과 훈련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나 단체 또는 예술인으로부터 예술활동을 업으로 하기 위하여 교육 훈련 등을 받았거나 받는 사람, 또는 예술활동을 위하여 스스로 훈련하는 사람으로서 창작물의 발표 또는 실연활동의 기회를 찾는 사람”(제2조 제2항 가, 나, 다목)도 예술인에 포함하여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은 예술교육활동을 예술 활동의 범위에 포함하지 않지만, 보호영역에서 포함하여 예술교육활동 종사자 역시 보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예술인 권리보장 

예술인 복지법에서는 “예술인의 업무상 재해 및 손해보상 등에 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 등이 이루어짐”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예술인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예술인이 납부하는 보험료의 일부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여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였다.(예술인 복지법 제7조) 하지만 예술인들은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기본적인 사회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특정 분야에서 표준계약서를 통해 계약을 체결할 경우, 국민연금료와 고용보험료의 50%를 보조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예술인의 57.9%가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고, 구두 계약만 진행한 예술인은 4.8%다.(2) 서면 계약을 체결한 37.3%의 예술인들도 모두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전체 예술인 중 37.3% 이하만이 보조사업 대상에 해당한다. 계약 체결 여부와 관련한 문제는 비단 예술인만의 문제가 아닌, 여러 직군, 특히 프리랜서와 개인 사업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전업 예술인 중 프리랜서 종사자의 비율이 76.0%인 것을 고려하면 예술 관련 법령에서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원칙적으로 프리랜서 또는 개인 사업자에게는 공정거래법의 보호가 적용되나, 공정거래법은 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예술인에게 적정하게 작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은 예술인복지법의 예술사업자 정의(“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기획 제작 유통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로서 예술인과 계약을 체결한 자”)를 조금 확장하였다. 예술인과 계약을 체결한 자가 법인일 경우, 법인의 대표 등을 계약당사자에 포함시켜 예술인 보호 범위를 확대하였다.(제2조 제6항)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의 한계

예술인권리보장법안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본 법안에서는 예술인을 ‘예술을 하려는 자’까지 포함하며 예술인의 경계를 넓혔지만, 예술인임을 증명할 방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증명 방안이 철저하게 세워지지 않으면 이 법안이 악용될 소지는 충분하다. 또한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면 예술인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기존의 예술인 복지법에 투입된 예산보다 더 큰 규모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한편 예술인이라는 특수한 직업군에 대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사회 보장 법안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 역시 제기된다.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의 한계’에 대해 법안 발의자인 김영주 의원실 조태근 보좌관은 “법안은 블랙리스트 피해자들과 현장 예술인들의 요청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예산은 법안비용추계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사항”이라며 국회에서 더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예술인에게만 해당하는 복지 법안이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예술인들을 일반적인 사회 보장 제도 안에 편입시키는 것은 어렵다. 예술인이라는 직업을 예술인이 직접 증명해야 하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의 권리를 이른 시일 내에 보장하기 위해서는 예술인 관련 법안에서 복지를 다루어야 한다”고 답했다.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이 가질 의미

앞서 언급했듯이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생계유지 문제의 사각지대를,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은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에서 드러난 예술인의 권리와 자유 침해 문제의 사각지대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즉 예술인 복지법이 예술인들의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게 할지를 중심으로 제정되었다면,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은 예술인들의 권리와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지를 중심으로 발의된 것이다. 각 법률과 법안은 예술인 복지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 예술인을 정의하고, 창작을 하나의 노동으로 본 뒤, 예술인들에게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복지 체계와 같은 구체적인 체계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8년부터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을 발의하기 위하여 두 차례의 토론이 진행되었고, 지난 18일에는 법률 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이루어졌다. 이는 예술인들이 예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체계를 마련하려는 최소한의 시도임을 보여준다. 위 법안이 통과되어 예술을 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업으로 삼고 있는 예술인들이 예술만을 걱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전석 기자

jeonseoko@karts.ac.kr



(1) 제목은 김수영, 「봄밤」 에서 인용
(2) 2018 예술인 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