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문화
2019년 11월 9일

폴리아티스트 김은정 인터뷰

<아가씨> <리틀포레스트> <1987> <암살> 등 40여 편의 작품 폴리아티스트로 참여


우리나라의 전문 폴리아티스트는 몇 명 되지 않는다. 그 중 유일한 여성 전문폴리아티스트이자 우리학교 영화과 전문사 음향전공을 졸업한 김은정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크린 위로 드러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영화 음향은 영화를 탄탄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 중 폴리(Foley)는 영화 속 인물 또는 사물의 움직임을 폴리아티스트가 스튜디오에서 재현해내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네 반가워요, 김은정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블루캡에서 폴리와 리-리코딩믹서(사운드트랙의 파이널 버전을 믹싱하는 스탭)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소 출퇴근하는 루틴은 어떻게 되시나요?

에디터들은 조금 유연하게 출퇴근을 해요. 늦게 나올 때도 있고, 오늘처럼 기술시사 있으면 극장에 아침 8시까지 출근을 하고요. 어느 날은 아침 8시에 퇴근할 때도 있죠. (웃음)  


인터뷰 전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선배님 필모그래피를 찾아봤어요. 1년에 7-8편의 영화를 작업하시는데, 대부분의 영화음향 하시는 분들은 이 정도의 작업량이 있으신 건가요?

각 스튜디오 사정에 따라 다를텐데 저희는 매년 그정도 작업을 하고있어요.  


하하. 정말요. 그 중에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MPSE(Motion Picture Sound Editors)에서 Foley Editor/Foley Artist 부문으로 후보에 오르셨습니다.<아가씨>의 어떤 장면의 폴리를 여쭐까 했을 때, 저희 둘 다 ‘이 갈아주는 씬’을 꼽았어요. 숙희가 히데코의 어금니를 갈아주는 장면, 그 장면도 폴리가 들어간 거죠?

네 맞아요. 원래 보통 폴리작업을 할 때 화면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동일한 도구로 소리를 낸다고 정말 그 소리가 효과적으로 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의외의 도구들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더 흔하지요. 하지만 이 장면같은 경우에는 숙희의 은골무를 영화소품팀에서 실제로 받아서 제 어금니를 똑같이 갈아서 소리를 내봤어요. 폴리하는 사람들은 리얼리티를 많이 고려해요. 입 안에서 이를 갈아주는 소리라면 입 속 특유의 울림이 함께 날거라고 생각했고, 그 소리는 입 밖에서 낼때와는 다를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은골무를 직접 입속에 넣고 갈아봤는데 밖에서 녹음하시던 대표님이 오케이 사인을 주셨지요. 그 후 이펙트 팀에서 이를 사포로 가는 소리도 녹음해보고 싶다고 했고 저는 밖에서 녹음을 했어요. 결론적으로는 두 개의 소스가 들어갔어요. 은골무로 이를 가는 소리와 사포로 이를 가는 소리. 그 둘이 섞인 거예요. 영화속에서 어금니를 갈아내는 동안 그 두 소리의 조합 비율이 계속 달라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그 씬에서 어금니 가는 소리 말고도 다른 모든 소리가 폴리로 이루어져 있어요.  목욕조 속 물이 찰랑이는 소리, 꽃 뿌리는 소리, 사탕 핥는 소리, 숙희가 마룻바닥을 뛰어가서 골무 찾느라 달그락거리는 소리. 숙희가 소매 걷는 소리같은 것도. 


모든 행동이 폴리였군요. 그래서 그 장면이 그렇게 실감나고 묘한 기류가 그대로 느껴졌나 봐요. 폴리 작업하신 다른 영화 중 또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으시다면?

비교적 최근 작업중 <리틀 포레스트> 작업이 재미있었어요. 마트에서 열무 한단, 배추 한단 등등 이런식으로 채소들을 많이 사와서 폴리실 안에 마치 텃밭처럼 채소들을 널어놓고요.. 풀을 한움큼 잡고 ‘팍-’ 뽑아내는 소리 만들고 했던 게 재밌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의 경우 실제 동시소리를 가공해서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폴리소리로 바꾸는 편집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런 소리를 가공하는 과정도 폴리의 하나의 중요한 요소에요.


첫 대학부터 음향 관련 전공을 하셨나요?

네, 근데 레코딩 전공이었어요. 음반 레코딩 엔지니어 일을 8년 정도 하고, 다시 공부해서 한예종에 전문사로 들어왔죠.


그럼 그 때 레코딩 전공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녹음을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 반 친구들을 저희 집에 초대했어요. 특히 노래 잘하는 애들. 그리고 녹음기에 애들이 노래 부르는 걸 녹음했어요. 다시 플레이해보고 좀 아닌 것 같으면 “아니야. 다시 해” 막 이러고. (웃음) 초등학생 때. 근데 또 친구들이 순순히 우리 집에 와서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렇게 놀았어요. 그 다음에는 다른 애들이 와서 다른 노래를 부르고요. 그 녹음테이프를 다시 다른 친구 집에 들고 가서 틀어놓고 따라부르며 놀고 그랬어요.


중학교에 올라갔을 때는 방송반에 들어갔는데, 이제 거기는 좀 더 전문적인 장비들이 있는 거예요. 거기서 저희가 방송극 같은 걸 만들고 했는데 <인어공주> 만화 소리를 다 빼고 방송반 애들끼리 더빙을 했었어요. 파도소리 같은 것도 새로 만들었어요. 콩이랑 키를 구해서 소리를 냈죠. 물론 노래 더빙도 시키고요.


전문적으로 노셨네요. (웃음)

네, 그러네요. (웃음) 그런 활동도 하고 학교 조회시간에 방송 장비 뒤에서 만지고 이러면서 방송 음향 쪽으로 가고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다른 파트에도 관심이 생긴 적 있으세요?

사실 사운드 분야는 어떤 파트든 다 재밌어요. 그 중에 폴리를 주로 하게 됐던 계기가 있는데, 8년간 음반 레코딩을 했다고 했잖아요. 콘트롤룸에서 녹음을 한다는 건 녹음부스 안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밖에서 받아주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보니까 진짜 재밌는 일은 저 안에서 일어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가수 앨범 녹음을 했을 때, 콰이어가 필요했는데, 사람이 많이 필요했어서 저도 들어갔어요. 녹음버튼을 누르고 들어갔죠. 안에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어요. 가수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진짜 장난이 아니에요. 그때부터 더욱 ‘나도 녹음부스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부스 안이 가장 창의적인 곳인 것 같다’라는 동경을 가졌죠. 근데 내가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안에서 들어갈 기회는 없었어요. 그런데 한예종에 와보니 폴리가 바로 그 ‘안’에서 하는 작업인 거예요. 게다가 제가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소리를 만드는 작업이고요. 내가 생각했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거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소리를 조합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작업을 할 때 필요한 노하우라든지.

브레인스토밍을 되게 많이 해요. 영화를 여러 번 보고, ‘이렇게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작업을 시작하죠. 하지만 정작 소리를 내보면 생각대로 안 되는 때가 많아요. 생각대로 할때보다 우연히 다른 걸 해보다가 좋은 소리가 날 때가 많았어요. 내가 생각한 도구로 내  생각대로 소리가 나야 된다고만 생각하면 실망만 커져요. 고집부리기 보다는 좀 아니다 싶으면 바로 ‘에잇!’하고 확 버릴 수 있는.


마지막으로, 내가 정의하는 폴리(Foley) 또는 영화 음향이란?

폴리는. 음… 감정과 싱크. 예를 들어 서류를 내미는 소리를 생각해보면요. 그냥 여는 거랑 궁금해서 여는 거랑 화가 나서 여는 거랑 다르다고 생각해요. 약간의 강세나 그런 미묘한 소리의 차이로 감정이 달라지거든요. 폴리는 영화 전반에 걸쳐서 나오는데, 만약 조금 조금씩 그런 감정을 무시하고 폴리 사운드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영화 전체적으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 나는 영화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의 감정에 신경을 많이 써요. 관객들이 그 순간 명확히 알아차리지는 못하지만, 그게 다 쌓인 마지막즈음에 사람들이 뭔지 모를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작은 감정을 쌓아주는 것이 영화에 리얼리티를 불어넣는 폴리만의 방식인 것 같고요. 그리고 싱크는, 싱크가 안 맞으면 사람들이 소리를 못 듣습니다. 그 좋은 소리를 조금만 늦게 넣으면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해요.


김가은 기자

gaeun0826@karts.ac.kr

인터뷰 도움 김세효 기자

sehyo001@kart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