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9년 9월 26일

시행착오 속 진행된 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대로 괜찮은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인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를 기념하여 1958년부터 개최된 국제 음악콩쿠르이다. 이 콩쿠르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쇼팽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성악,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네 분야가 있으며 2019년부터 목관악기와 금관악기가 추가되었다. 콩쿠르는 4년마다 개최되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각각 16~32세 남녀 성악 19세~32세로 나이 제한이 있다. 2011년 제14회 대회부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두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대공연장에서는 콩쿠르의 가장 중요한 피아노 부문이 진행되며, 같은 음악원의 소공연장에서는 바이올린 부문의 본선 1, 2차 심사가 이루어지고, 결선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홀에서 열린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행사 진행부터 심사의 투명성까지 운영상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작년 말까지 올해 계획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콩쿠르 관계자들은 이를 이유로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향후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 바 있다. 작년 말까지도 중요한 사항들을 확정 짓지 않은 채 6월에 열린다는 것만 발표한 상황이라, 음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콩쿠르의 후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예산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는 등 의혹이 난무했다. 


더불어 이번 콩쿠르의 심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이올린 부문에서 1등을 거머쥔 러시아 출신 세르게이 도가딘은 심사위원 보리스 쿠쉬니의 제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기 스승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대부분의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아노 부문 우승자도 러시아 스승의 제자이고, 공동 2위와 공동 3위에도 러시아 연주자들이 모두 이름을 올려 의심을 사고 있다.


더 이상한 일은 피아노 부문 4위로 선정된 중국인 안 티안후에게 벌어졌다. 그는 자신의 연주 차례가 되자 당초 예고된 순서대로 차이콥스키의 곡을 연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진행자가 나와서는 ‘첫 번째 연주곡이 라흐마니노프로 바뀌었다. 미안하다.’라고 러시아어로 말하고 들어갔다. 중국인인 안 티안후는 알아듣지 못한 채로 연주를 준비했으나 그와 협연하는 러시아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알아들었고 라흐마니노프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진행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안 티안후는 결국 연주 타이밍을 놓쳤다. 결선 연주가 끝나자 심사위원 측은 만장일치로 그에게 다시 연주할 기회를 준다고 전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다.


김동현 군 역시 콩쿠르의 부적절한 진행을 빗겨나갈 수 없었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먼저 시작되고 잠시 뒤, 김동현 군이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객석에서 누군가가 몇 초간 고함을 지른 것이다. 김동현 군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연주는 차분히 계속되었고, 다시 보기 영상은 객석의 고함이 완전히 삭제된 상태로 게시되었다.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이다. 이에 대해 다른 인터뷰에서 김동현 군은 연주 시작 후 음악에 몰두한 상태여서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지닌 국제적 위상을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시행착오 후 사후조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3위를 차지한 김동현 군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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