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9년 9월 6일

수강신청 늦어진 게 강사법 때문이라고?

방학동안 새로운 강사 선발 진행, 수강신청도 덩달아 늦어져

비전임 교원 강의 담당 비율 69.8%, 강사법 영향 커…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 바구니 기간(이하 ‘바구니 기간’)은 지난 8월 21일 13시부터 30일 18시까지, 수강 신청 기간(이하 ‘신청 기간’)은 8월 26일 10시부터 30일 18시까지였다. 그러나 이는 추후 갑작스레 변경된 일정이다. 바구니 기간의 시작은 본래 8월 19일 10시였다. 그리고 학교 측은 8월 21일 10시로 변경 후 또다시 13시로 변경했다. 또한, 바구니 기간 일주일 전에 수강 편람을 게시하였으며 이마저도 반 이상이 미정 상태로 올라왔다. 강의 계획서도 바구니 기간 하루 전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강의 계획서가 올라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보고 수강 신청을 하라는 것이냐”, “수강 신청 바구니를 정해진 시간도 아닌 늦춰진 시간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가?” 등의 글이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한 미술원 재학생은 “수강 신청 시간과 날짜가 계속 바뀌어서 듣고자 하는 강의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수강신청이 늦어지니 다른 대외 활동이나 알바 자리를 구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번 수강 신청에 변경 사항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우선 ‘강사법’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강사법’이란?

강사법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으로 2010년 조선대학교 강사 서정민 씨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계기로 제정되었다. 본래 2011년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학 측의 반발로 시행이 4차례 미뤄진 후 2019년 8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강사법은 강사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강사도 교수·부교수·조교수와 같이 대학의 교원 지위에 포함된다.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시간강사 제도는 없어지고 강사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강사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부턴 강사가 징계를 당하거나 재임용을 거부당할 시에 소청심사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학교 측은 최초 임용 시 임용 기간은 1년 이상으로 해야 하며 최대 3년까지는 재임용을 보장해야 한다. 학기 중 교원 공백 혹은 교원 퇴직 등으로 인한 잔여기간 대체 강사는 1년 미만으로 임용할 수 있다. 강의시간 또한 제한되는데 매 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주당 6시간 이하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학교장 재량하에 주당 9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시간 조정은 가능하다. 수업이 없는 방학에도 강사에게 임금이 지급되는데 임금은 각 대학과 임용계약 시 결정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평균 임금은 약 70만 원이다. 이와 더불어 강의시간에 비례하여 퇴직금도 지급된다.

강사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만이 강사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대학교원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서 교육·연구 연수를 2년 이상 받은 사람만 강사 자격이 주어진다.

취지와 다른 강사법?

그러나 강사법이 실질적으로 강사에게 도움이 되는 법인지에 대해선 평이 엇갈린다. 교육부의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강사법 적용 이후 대학 강사 7,834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다른 직업 없이 강의만을 하는 전업 강사 4,704명도 강의할 기회를 잃었다. 이에 따라서 대학 강사의 13.4%, 전업 강사만을 집계했을 때는 15.6%가 해고를 당했다. 즉, 강사를 위한 법이 오히려 강사가 발 디딜 곳이 없게끔 만들어버린 것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올해부터 280억 원 예산을 투입해 강의 기회를 잃은 전업 강사를 중심으로 박사급 비전임 연구자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2,000명을 지원한다. 또 강의 기회가 없는 강사 및 신진 연구자에게는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강의 기회를 제공해 교육 경력 단절을 막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강사법과 이번 수강 신청이 늦어진 이유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강사법과 수강신청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강사법 실시로 수강 신청이 늦어졌다. 강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도 높아져 대학 측은 재정 부담이 커졌다. 따라서 기존의 강사를 해고하고 다시 채용하는 과정이 방학 동안 모두 이뤄져야 했기 때문에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우리 학교의 경우 전임 교원 강의 담당 비율이 다른 대학보다 낮아 새로 채용해야 하는 강사의 수가 많았기에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우리 학교의 전임 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30.8%이다. 인근 학교인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전임 교원 강의 담당 비율 51.1%, 경희대학교 61.2%, 고려대학교 56%와 비교했을 때 아주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

강사법 자리 잡기에는 시간 걸릴 것으로 보여

강사법은 강사에게 안 좋은 법일까? 대학과 강사 모두 강사의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이라는 강사법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강사법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방학 중 2주일 치 임금에 해당하는 288억 원만 올해 지원금으로 마련하였으며, 퇴직금 등은 2020년 예산에 반영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들에게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건강보험료 등을 지급하기 위해선 연간 2,965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적절한 준비 과정 없이 강사법이 시행되어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강사법이 본래 법의 목적대로 작용하기 위해선 적절한 예산 편성과 대학이 법의 허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법 조항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효원 기자

mhw8118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