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9년 6월 17일

같은 공간, 다른 시간
학생심리상담소 안미경 상담사 인터뷰

“자기 일의 전문가는 자기예요”


안녕하세요. 서초동 캠퍼스는 처음 와보는데요, 석관동 캠퍼스의 심리상담소와는 달리 선생님이 한 분밖에 안 계시네요. 상담하는 데 부담이 되지는 않으신가요?


석관캠보다 적게 오긴 하는데, 그래도 음악원은 학생들이 많다 보니 상담이 그렇게 적진 않아요. 행정 업무는 석관캠 선생님이 해주시니까 괜찮은데, 여기엔 근로학생이 없다 보니 상담 중에 전화가 온다든지 하는 일을 혼자서 하려니 그게 조금 어렵긴 해요.


상담소는 주로 개인상담, 심리검사 그리고 집단상담을 운영해요. 대부분의 시간이 개인상담으로 이루어지죠.


그러면 개인상담은 한 사람당 평균 몇 회를 하나요?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마다 다른데, 보통 한 학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돼요. 중간/기말고사를 빼면 12회 정도의 상담이 이루어지는데요. 사실 이게 길다면 긴데, 한 사람의 힘든 마음이 치료되고 변화하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라서 한 학기보다 더 오래 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반면 호소문제가 가볍거나, 자원이 많거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친구가 있거나, 재능이 많은 내담자라면 3-4회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어떤 문제에 어려움을 겪나요?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과 학업 및 진로에 대한 어려움으로 나뉠 것 같아요. 우리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은 바로 ‘사랑’하고 ‘일’하는 것이니까요. 대학생은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니까 관계와 학업 및 진로라는 두 가지의 고민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대인관계는 이성, 교우, 교수님과의 관계, 더 근본적으로는 가족과의 어려움일 것이고, 학업 및 진로는 성적이나 적성, 적응, 졸업 후 진로의 어려움이 문제가 되겠네요.

 
그리고 관계와 학업이 연결되어 있기도 한데, 가장 많은 부분이 수업 시간이나 과제로 협업을 할 때에요. 그로 인한 관계 문제도 많은 것 같습니다. 대인관계의 문제가 단순히 사적인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잖아요. 갈등이 생기거나 관계에서 배제되었을 때 소외감이나 외로움뿐만 아니라 더 큰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대인관계 문제가 내담자의 심리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한편 진로에 대한 고민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일반대학보다 졸업 후에 길이 넓지 않다고 느껴서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에 더 몰두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 상황을 견뎌내고 있어요. 현재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잘하고 있는데, 스스로 너무 가혹한 평가를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자신이 극복할 힘이 없거나 고민 자체가 너무 압도적일 때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되고 주로 불안, 우울 등의 정서적 상태가 지속하기도 해요. 이와 연결된 증상으로 불면, 주의집중 곤란, 과음, 폭식 등의 행동적인 반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예술 활동과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의 고민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창작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탁월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감으로 창조성에 대한 고민이, 그리고 공연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수행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인한 수행불안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심리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관계를 통한 치료에요. 따라서 매뉴얼처럼 정해진 게 아니라서, 치료 스텝을 한마디로 정리해 드리는 건 참 쉽지 않습니다. 이건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나?’라는 질문에 하나의 정답을 말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도 대략 말씀드리면, 상담 시작 전엔 30~ 50분 정도의 접수면접을 통해 호소문제를 파악합니다. 무엇에 힘들어하는지, 그것에 영향을 주는 내적인 심리상태와 외적인 주변 환경, 대인관계 등을 탐색하며 요인을 찾고, 상담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를 알아봅니다. 학생이 호소하는 어려움이 심리상담에서 다뤄질 수 있다면 여기서 치료를 진행하고, 만약 타 부서(법률, 제도)의 협조나 도움이 필요하면 연계를 하기도 해요.


정기상담이 시작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심리검사를 실시해요. 심리검사는 상담사가 학생의 정서 상태를 좀 더 빨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내담자도 자신을 보다 객관적이고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지요.


상담자가 어떤 결정을 내려주거나 충고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문제해결의 열쇠는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 열쇠가 어느 구멍에 맞는 것인지 알려면 감정이라는 문 앞으로 가서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직접 끼워봐야 해요. 즉, 자신의 감정을 맞닥뜨리고 그것을 표현해야 해요. 이것이 감정을 피하거나 압도당하지 않고 그것을 조절하고 다루는 방식이에요. 압도당할 것 같은 그 감정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는 누군가가 나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온전히 내 마음과 함께 있어 줄 때 생겨나요.


그래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안전한 관계형성(rapport)이 가장 우선시돼요. 상담은 상담자가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내담자가 그 일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떠올리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그 감정과 안전한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감정과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게 되면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다른 면들이 보이기도 하고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 볼 용기가 나기도 하지요.


그래서 안전하고 믿음직한 상담자와 함께 이것을 충분히 연습하는 거예요. 그걸 현실에서 실행해보고 잘 안 되는 것은 다시 상담 과정으로 가져와서 다양한 면을 바라보죠. 계속 연습해보고 다시 삶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거예요. 내담자들은 점점 상담자가 없어도 자신의 감정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위로하고 대처 방법을 떠올리는 자기 내면의 상담자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픈 말씀 부탁드려요.


우리를 구성해온 것은 모두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데요. 많은 학생이 말을 해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인데 얘기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하지만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이냐 하는 일은 지금의 일이잖아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냐. 자기 문제의 전문가는 자기예요, 의사도 아니고 저희 상담사들도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학교 학생들은 과거의 일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다른 친구들인 것 같아요. 되게 용감한 친구들이에요. 고통을 자꾸 직접 대면하려고 하잖아요. 예술은 내적으로 파고들어서 탐구해야 되니까요. 다만 그 안에서 깊게 고민한 다음 밖으로 나와서 현실과도 소통을 해야 하는데 안팎을 원활하게 넘나드는 것을 어려워하는 듯해요. 그게 버거울 때 도움을 주는 곳이 우리 상담소니까요, 항상 안전하게 받쳐줄 테니 언제든 오세요.



김가은 기자
kobbaram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