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9년 6월 17일

전통예술계에 민주주의는 있는가? (3)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 국악원 무용단 위계폭력과 맞서


우리 신문은 지난 310호(“전통예술계 내 민주주의는 있는가?”, 2019.05.06)에서 서울대학교 국악과의 학생회비 남용과 이후 국악과의 대처에 대해, 311호(“전통예술계에 민주주의는 있는가?(2)”, 2019.05.29)에서 우리학교 전통원 공연 연습의 강제성과 침묵을 조성하는 구조에 대해 살펴보았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구조로부터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구성원들은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전개하지 못한 채 서로를 의심하고 험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전통예술단체가 이러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겨울에는 이화여대와 국립국악원 무용단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하고, 구조와 싸우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대자보


이대 학보에 따르면, 작년 10월 이화여대 학내 커뮤니티에 익명의 고발 게시글이 올라왔다.(1) 이는 한국음악과(이하 한음과)의 지나친 연습과 교수들의 폭언에 관한 글이었으며, 같은 날 한국음악과 공동대표와 학과장은 이에 대한 1차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음과 학생들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작성해 커뮤니티 사이트와 교내에 게시했다.

이들이 대자보를 통해 지적한 문제는 △음악캠프 강제 참여 및 참가비 사용명세 미공개 △무리한 연습 혹은 연주 일정 △교수들의 도를 넘은 언어폭력이었다. 기성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아 사회에 공론화되지 않았으나, 한음과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이화인 총 1,800명 이상이 대자보를 지지한다는 서명을 했기 때문에 이대 측에서도 이를 무시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2차 간담회, 교수진의 1•2차 의견 발표가 있었다. 2차 의견 발표는 정기 연주회, 필참연주관람, 학점 변경이 담긴 1차 의견의 내용을 구체화한 내용으로 음악캠프, 전공 실기 점수, 무대 진행, 위클리 수업(우리학교의 실기실습 수업에 해당) 폐지, 필참연주관람 폐지 등의 개선안이 담겨있다. 3차 간담회 이후에는 한음과의 재정 비리 논란이 불거져 긴급 감사 간담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광화문 시위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국립국악원에서 평일 아침 1인 시위, 평일 점심 집회, 토요일 광화문 광장 시위를 했다. (2) 국립국악원 미투는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가 국립국악원 무용단 감독 공모에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단원 40명 중의 38명이 상급자의 감독 선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에 서명했다. 9월에는 ‘국립국악원 무용단 사태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악원의 미온적 태도를 질타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29일, 민주노총 건물 15층 교육원에서 ‘미투 증언대회: 전통예술계는 응답하고 있는가? 전통예술계 내 위계 문제, 더 이상 관행일 수 없다’가 진행됐다. (3) 이날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는 국립국악원 무용단,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에서 벌어진 성폭력 피해 사례를 증언하고, 전통예술계 내의 ‘도제식 교육, 위계질서, 몸에 대한 지적’의 문제를 여성주의 시각에서 짚었다. 또한 공공기관과 정부에서 나오고 있는 교육, 지침, 메뉴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전통예술계의 특수한 지점들에 대한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계 여전하지만… 변화의 희망 남아있어


위계 문화에 맞서려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들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화여대의 경우 교수 징계위원회가 교수진으로 꾸려졌기에 솜방망이 징계로 그쳤다는 평가이다. 무용단의 상황은 더욱더 좋지 않다. 단원들은 가해자로 고발한 상급자를 직장에서 대면하는 등 보직 단원들에 의한 2차 가해를 지속해서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 부딪힌다고 해도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위계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TF 마련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작년 우리 학교 영상원의 경우,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하자 학생과 교수, 전문가들로 구성된 원 차원의 TF를 마련하고자 했다. 우리학교는 지난해 12월 학교 구성원의 성희롱·성폭력과 인권침해, 권익침해 행위에 대한 상담과 조사, 사건처리를 전담하는 인권센터를 발족했으나, 현 센터장이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전통예술계 안의 문제점을 토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학교는 물론, 전통예술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인 대학에서 각 학교의 성격에 맞는 기구를 설립하여 학생들의 인권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절실하다.


그 밖에 구성원 간 상하 질서를 없애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악계 종사자들이 선배와 선생님을 필요 이상으로 존중하고 공경하는 태도는 보통 예술 중고교 시절부터 몸에 익은 것이다. 이전보다 선후배 간의 서열 격차는 많이 해소되었으나, 직접 전공 성적을 매기는 선생님들에 대한 저자세는 여전하다. 선생님들의 평가로 구체적인 점수를 통해 실력을 확인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 중고교에서는 대학의 S/U 과목과 같이 통과 여부만 심사하고, 개별적으로 세세한 심사평을 덧붙여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리 좁은 사회라고 할지라도, 변화를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서로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자. 전통예술계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김여진 기자
eura0811@gmail.com



(1) 이수빈, 강지수, 이정민, “한국음악과 교수 권력 남용 문제 감사 착수”, 이대학보, 2018.11.12
(2) 진명선, “가해자 떠나자 분신이 남았네”, 한겨레21, 2018.12.07
(3) 김효선, “국립국악원 내 갑질 ‘갈때까지 갔다’”, 국제뉴스, 2018.09.12
(4) 박다솔, “폐쇄적 관습의 전통예술계, 미투가 또 다른 미투 불러” 참세상, 2019.11.29